열려있되 들여다보이지 않는 공간, 수원 영통 3층집
열려있되 들여다보이지 않는 공간, 수원 영통 3층집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7.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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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외부.
남측 외부.

대지는 남북으로 사다리꼴 형상을 하고 있다. 북측엔 진입도로가, 도로보다 한 층 높은 위치엔 평평한 지면이 남측의 공원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망이 좋은 남향을 바라보고 공원까지 위치하니 주택으로서는 정말 최상의 조건이다. 

하지만 공원 등산로에서 집이 훤히 보이는 부분은 프라이버시가 담보된 공간을 적절히 계획하는 것으로 극복해야 했다. 열려있되 들여다보이지 않는 공간, 혹은 들여다보여도 무관한 공간으로. 그리하여 정리한 전체적인 매스형태는 ‘ㄷ’자 형태다. 외부의 시선과 바로 만나는 가운데 부분은 비교적 공적인 공간인 계단실을 계획해 좌우 양측의 공간과 수직의 공간을 잇도록 했다. 

계단실이 몸통이라면 거실과 식당·주방은 두 팔에 해당된다. 거실은 남향에 면하되 주된 창은 서측으로 오픈해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식당·주방은 데크와 마당이 자연스레 연결돼 손님맞이와 파티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요리하면서 하루의 일상을 나누고 한낮 느긋하게 차 한 잔도 마시며 마당에선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 마치 모든 걸 다 포용할 것만 같은 편안한 정원까지. 사람이 좋아 늘 손님으로 가득 찬 집. ‘Welcome House’가 되었다.

외부 조감.
외부 조감.
외부 조감.
외부 조감.

Welcome House
1층은 가족과 손님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거실과 식당·주방, 게스트룸, 화장실, 2층은 사적인 공간으로 부부방과 아이들방, 욕실을 계획했다. 모든 방에는 개인 발코니를 두어 외부와의 전이 공간을 적용했다. 

옥상 휴게공간이 좋은 3층은 피아노 연주, 놀이가 가능한 카페 같은 전용 가족실이 위치한다. 지하층은 도로에서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넉넉한 주차장, 대형 프로젝트가 설치된 영화 관람 공간, 운동 등이 가능한 취미실이 위치하고 중심엔 계단실과 그에 면한 썬큰(sunken)을 계획해 채광과 환기 등을 보완했다. 집 내부로의 진입 동선은 두 가지다. 주차장에서 중심의 계단실을 통하거나 외부계단을 올라 현관을 통하는 방식이다.

거실.
거실.
계단.
현관. 
식당과 주방.
식당
주방.
계단.
가족실.

회색 벽돌의 묵직한 무게감
외장재는 자연재료인 현무암 벽돌을 적용했다. 덕분에 묵직한 무게감이 동반된 주택이 되었다. 외벽은 부분적으로 송판 노출콘크리트와 포인트로 따뜻한 느낌의 박판 세라믹패널 및 적삼목을, 지붕은 오션블루 색상의 징크를 적용했다. 단열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공돼 초기 미션을 달성했지만 당초 설계에 반영된 열회수환기장치가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계단실 야경.
외부 거실 근경
출입 계단
지하 썬큰. 

건축주가 알아야 할 법규정
비어 있는 땅이라도 다 같지는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땅이 갖는 성격과 그에 따른 법 규정이 다르다. 이 지역은 지구단위계획 지침 상 신재생에너지활용구역, 열환경관리구역, 경사지보존개발구역, 생태면적, 색채심의 등의 규정이 의무적으로 적용되어야 했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이런 사항을 알 리가 없다. 결국 예산에 없던 비용이 추가로 지출된 셈이지만 전체 도시환경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일이다. 신재생에너지로는 개방형 지열시스템을 적용하여 온수, 냉방, 정원수 등으로 활용한다.  /나무신문
글 = 서경화  / 정리 = 서범석 기자 

DIAGRAM
<배치도>
<지하 1층 평면도>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3층 평면도>
<지붕 평면도>

건축개요
위치▷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건축형태▷신축 
건축용도▷단독주택 
대지면적▷333㎡
건축면적▷154.83㎡ 
연면적▷403.64㎡(122평)_발코니 확장 포함 132평
규모▷3F, B1F
건폐율▷46.50%
용적률▷75.75%
주요구조▷철근콘크리트조 
시공▷안병모 
외장 마감재▷현무암 벽돌, 박판 세라믹, 투명 로이 삼중유리, 징크 강판(지붕재)
건축사사무소▷플라잉건축사사무소(FLYING ARCHITECTURE)
책임건축가▷서경화 
사진작가▷이재상

<남측면도>
<동측면도>
<북측면도>
<서측면도>
<종단면도>
<횡단면도>

건축가 소개
건축사 서경화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미국친환경기술사(LEED AP)이다. 
2012년 ‘신나는 공간 여행’을 모토로 플라잉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설계를 진행하는 모든 과정이 ‘설렘’이듯 건축주와 이런 느낌을 오롯이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유쾌한 반전을 좋아하고 우연이 만드는 인연에 즐거워하며 복잡함 보다는 단순함(SIMPLICITY)이 주는 명쾌함에 끌리고 여유라는 이름의 다른 하나인 유머(HUMOR)를 공간에 담고자 한다.
2014년부터 동료 건축사들과 ‘말 많은 건축사들’의 건강한 집짓기 토크쇼인 ‘집톡(ZIPTALK)’에 참여해 일반인과 건축의 접점을 찾고 있다. 제24회, 26회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했고, 책으로 <99하우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