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글로컬 시대, 산촌 로컬미술관
시론 | 글로컬 시대, 산촌 로컬미술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6.26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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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학장 |
조형예술가ㆍ한국조형예술원(KIAD) 지리산아트팜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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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학장

거짓말 같은 풍경이 눈앞에 떡하니 펼쳐졌다. 산촌 로컬미술관인 ‘갤러리 빈산’을 맞닥뜨린 순간 등줄기를 타고 살얼음이 흘렀다. ‘오래된 미래’ 문화 강국에서나 봄직한 문화보물이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산기슭 마을에 꼭꼭 숨겨져 있다니.

지금의 마을 관련 정책은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지구촌을 초연결사회로 바꾼 글로컬(glocal) 시대정신을 애써 외면해온 후유증이기도 하다. 설익은 ‘마을전문가’나 ‘문화변천 현상’을 마을개발 일로만 여기는 ‘용역전문가’의 보고서에 따라, 대다수가 외국 사례의 복제 버전으로 뒤덮였다고 할 정도다. 

로컬별 고유성을 외면한 나머지 아예 ‘전체 벤치마킹’ 같은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고유성에 바탕을 두지 않다 보니 과도한 연출에다 억지스러운 메이크업이 하향성 ‘기획개발‘을 부추겼다고 본다. 

마을재생(도시재생)이라는 올드한 명분으로 뉴-토건족을 배출시킨 아이러니다. 많은 장면에서 감추고 싶은 뒷소리를 비아냥처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눈길조차 민망한 치장용 공공미술의 시각적 폐해는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아우성이다. 

공공예산이 투입된 계획개발이 가진 특성 중 폐해 부분에 대한 정교한 대응을 간과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고유성 등 문화원형뿐만 아니라 문화변천 현상의 흔적조차 없어질 수 있다고 다들 우려가 크다.

‘갤러리 빈산’은 기후위기 시대에 산촌에 방치된 외양간을 로컬미술관으로 새활용(Upcycling)한 모범사례다. ‘작은미술관’이라는 말 대신 로컬 문화공동체를 지향하며, 글로컬(Glocal) 시대정신과 로컬의 정체성을 지키려 한다. 

도시의 상대개념이 아닌 지역 문화성으로서 로컬만의 장점과 전문성을 특화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다. 전시회와 차담회, 공연과 강연회를 비롯한 지역연계 프로그램 발굴에 연대와 협력으로 시너지를 내겠단다. 

시대정신은 로컬의 품격 있는 지속가능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설립자는 대도시지역에서 거주하던 중 오로지 하동지역이 좋아서 무연고인데도 이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갤러리 시설공사 때도 외양간의 감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꾸밈을 최소화했단다. 

모든 경비는 자비로 충당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일상 속의 미술관이자 직장이다. 텃밭에서 농사도 짓는다. 벌써 도시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던 시인 한 분을 이웃 주민으로 모셨단다. ‘깜놀‘이다. 가장 절실한 이슈인 인구감소지역 인구 늘리기를 로컬 행복주의가 해낸 것이다.

이토록 간 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이 분 역시 피해의식이 없다. 로컬의 자존감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지역 피해의식’이 1도 없다. 대신 자신이 일정하게 희생해야만 찾을 수 있는 ‘로컬에서 행복 찾기’에 대한 자신감은 크다. 그 믿음으로 척박한 문화토양에서 로컬미술관의 싹을 틔웠다. 이제 로컬에 대한 애정으로 로컬의 자존감을 세울 것이다. 마침내 지구촌 초연결사회를 품는 글로컬 경쟁력을 이끌 것이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