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81 - 너의 이름은 새우풀
나무와 꽃이 있는 창 81 - 너의 이름은 새우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6.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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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새우풀
Allan Gardens Conservatory에서 새우풀(Shrimp plant, Justicia brandegeeana, Acanthaceae, Mexico)을 보았다. 바알간 새우 모양의 가로선이 지어진 것이 영락없이 새우 모습이다. 동해안 어디 항구에서 그물에 수북이 담겨 올라온 새우의 생명력이 넘치는 모습, 이곳 일식집에 갔다가 나온 새우와 집에서 삶아 한 올 한 올 각질을 벗겨 먹는 새우의 몸뚱아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저으기 눈길을 준다. 특히나 새우가 물을 뻐끔뻐끔 먹듯이 입을 벌리고 있는 한창의 모습은 그에게나 나에게나 삶을 갈구하는 욕구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 새우풀이 색깔도 바닷가재를 닮은 듯 주황색으로 이곳 Lillian path 큰 화분(Planter)에도 심겨져 있어 오며 가며 눈길을 준다. 그러고 보니 식(食)문화가 견(見)문화로 옮아온 듯 해서 신기하고도 싱그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런 문화 언저리엔 금어초(金魚草)도 있다. 이렇게 동물-바다 어류(魚類)-의 한 부분 또는 전 모습을 보여주는 특징을 꽃이름이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밤 하늘 별자리에 대표적인 것이 북두칠성(北斗七星)이라고 알고 있다. 이젠 그 별자리마저 찾아보는 시간이 우리에게 많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음이 아쉽다. 그 일곱개의 별이 어쩌면 어머님이 미역국, 된장국을 푸실 때 담아 밥상에 올리던 국자 모양을 닮았는지… 시골 큰댁에서 저녁 밥상을 물리고는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별자리를 찾던 어릴 적의 순수함이여!  

 

너의 이름은 새우풀

바다가 집인 새우가
뭍으로 나와서
꽃으로 환생하였다

하늘 선녀가 
뭍으로 내려와
나무꾼의 아내가 되었는데…

우리도 뭍에 살면서
바다를 그리워하곤 하지

고래도 살고
새우도 사는 바다 

그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이 뭍의 세상에 살기도 하지

아직도 바다가 그리우니?
새우풀(草)이 된 새우야!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