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합판의 KS 둔갑 의혹…남성현 산림청장도 알고 있었다
베트남 합판의 KS 둔갑 의혹…남성현 산림청장도 알고 있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6.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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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장 주재 간담회에서 ‘공론화’…“허수아비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

당사자로 지목된 생산업체 책임자 “그런 일 없다…그냥 안 넘어갈 것"
4월18일 산림청장 주재로 개최된 간담회 기념사진. 이 자리에서 베트남산 일반합판이 국내에서 제단만 한 다음에 국산 KS합판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의혹이 공론화 됐다. 사진 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남성현 산림청장.
4월18일 산림청장 주재로 개최된 간담회 기념사진. 이 자리에서 베트남산 일반합판이 국내에서 제단만 한 다음에 국산 KS합판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의혹이 공론화 됐다. 사진 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남성현 산림청장. "현장의 소중한 목소리가 곧 산림정책"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직접 만든 손두부’로 유명한 번듯한 맛집, 알고 보니 공장에서 떠온 판두부를 칼로 자르기만 한 다음에 ‘직접 만든 모두부’로 팔았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런 것을 시쳇말로 ‘사기’라고 한다.

이런 의혹이 목재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것도 ‘KS 인증 합판’이다. 일부 공사현장에서는 이 KS합판만 사용해야 하는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 그만큼 의혹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시쳇말 정도에서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의혹의 핵심은 이렇다. 국내의 모 KS인증 합판 생산공장에서 베트남에서 수입된 일반합판을, 국내 공장에서 제단만 한 다음에, KS마크를 찍어서 국산으로 판매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KS인증뿐 아니라 원산지표시 위반 등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런데 당사자로 지목된 생산업체는 “그런 일 없다”며 “(그러한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에 대해서) 그냥 안 넘어갈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진실게임으로 사건의 2막이 넘어간 가운데, 산림청의 늑장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입자 단체에서 한국임업진흥원에 이 문제를 질의하고, 이것이 KS규정에 부합하는지 회신을 요구한 것이 1월12일이다. 

특히 4월18일에는 남성현 산림청장이 주재한 목재 및 임업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산림청에서 배포한 이날 간담회 기념사진에 나온 인물만 28명에 이른다. 다시 말해 업계 전체에 공론화됐다는 의미다.

수입자 단체 회원사들 일부는 또 5월에 임상섭 산림청 차장을 찾아가 이 문제를 직접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는 이미 당사자로 지목된 생산업체의 이름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었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에서는 6월2일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게 수입자 단체의 주장이다.

7일 당사자로 지목된 업체의 합판 총괄 담당자는 관련 의혹이 사실이냐는 나무신문의 질문에 대해 “그런 일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자신도 최근에 그런 의혹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 누구도 이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자기에게 이 문제를 확인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분해했다.

정리해 보면,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수입사나 다른 생산업체 등 경쟁사들이 피해를 본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당사자로 지목된 업체가 씻기 힘든 불명예를 안은 셈이다. 또 수십 년 어렵게 쌓아온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사안이다.

산림청이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실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논란이라는 비판이 생기는 대목이다.

역시 7일 한국임업진흥원 목재산업실 김동우 실장은 “산림청 단속계와 함께 강력하게 확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다음 주 정도면 윤곽이 들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말한 당사자로 지목된 생산업체 관계자 역시 같은 날 “내일(8일)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에서 공장을 방문하기로 했다”며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점검을 받겠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 산림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통정리를 했다면 상처가 이렇게 곪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KS 합판 생산업체라고 해봐야 3곳 밖에 없는데, 해당 업체를 특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의지가 없었다고밖에 설명이 안된다”면서 “특히 산림청장과 업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공론화까지 됐는데, 문제가 곪아 터지도록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허수아비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