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식물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06.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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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96 - 글·사진 권주혁 박사
알야마마 정원.<br>
알야마마 정원.

아라비아 반도의 넓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서 면적이 한반도 크기의 15배에 달하는 324만 ㎢이다. 반도에는 여러 나라가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가장 큰 나라이다. 반도의 거의 대부분이 사막이므로 인간이 거주하기에는 황량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나오므로 현재 내전을 치르고 있는 예멘과 기름이 거의 나오지 않는 요르단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들이다.

필자는 오래전에 카타르와 UAE(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아라비아 반도를 남북으로 종단하며 열사(熱砂)의  사막으로 덮인 드넓은 반도를 하늘에서 본적이 있다. 최근에는 쿠웨이트, 바레인 그리고 오만에서 비행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지역 상공을 하늘에서 보았다. 반도를 점령하고 있는 열사의 모습은 어디에나 똑 같았다.

하늘에서 본 사막도시 리야드 시내.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달러 때문에 국민소득은 높고 시민은 친절하지만 외국인이 여행하기에는 불편한 나라이다. 예를 들면 수도 리야드 공항에서 시내까지 50㎞ 거리를 운행하는 공항버스나 전철이 없어 택시만을 이용해야 한다. 시내에 시내버스가 있으나 거의 볼 수 없고 어쩌다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이므로 외국인은 이동시 택시를 이용하여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는 세계 최대의 초현대식 ‘네옴 시티’를 만들고 있듯이 2024년 8월에 개원(開園) 목표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식물원(King Abdullah International Garden)을 만들고 있다. 현재 리야드 시내에서 65km 떨어진 곳에 킹사우드(King Saud) 대학 소속인 조그만 식물원(3천평)이 있으나 거리와 시간에 부담이 되어 필자는 리야드 시내에서 식물원 역할을 하고 있는 알야마마 정원(Al Yamama Garden)을 찾아갔다.

정문 안내판.

이 정원은 국립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도보로 갈 수 있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도착해보니 정문은 닫혀있고 안내판에는 평일은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오픈하고 일요일은 닫는다고 쓰여 있다. 식물원은 기초자연과학 연구기관이다. 그러나 이곳은 그런 개념 없이 시민들의 휴식을 위해 만든 정원이다(사실상 우리나라의 식물원도 서구나 일본의 기초자연과학 연구기관 개념과 달리 시민들의 휴식공간개념이 강하다). 대낮에는 너무 더워 시내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다. 그러나 오후 6시가 되자 직장에서 퇴근한 사람들이 가족, 친구와 함께 나와서 시내 건물들 사이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에는 이곳에서 일하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지에서 온 근로자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숙소보다 시원한 밖이 좋아 잔디밭을 택한 것 같다.

그러므로 필자도 해질 무렵에 다시 정원을 찾아갔다. 정원은 크기가 약 1만2천 평이고 야자나무, 아카시아(우리나라의 pseudo Acacia가 아님), 알비지아 등의 수목이 많이 식재되어 있으나 꽃은 보이지 않는다. 정원 안에는 폭 3m의 비포장도로가 굽이치며 이곳저곳을 연결하고 있는데 고인돌 모양의 돌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그리고 조성되어 있는 넓은 원형의 잔디밭 옆에는 고대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 밑부분 층계 모습과 비슷한 계단식 석조 관람석이 있다. 물론 시민들이 이 잔디밭에 앉아서 쉴 수 있다. 워낙 건조한 나라이므로 이곳에 식재된 모든 수목과 관목의 뿌리 부분 그리고 잔디에는 검은 플라스틱 수도관이 연결되어 수시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오일 달러가 넘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몰후 알야마마 정원. 돌계단에 검은 망토입은 현지여인들이 많이 보인다.

태양이 오후 6시 30분에 지고 7시가 되자 눈만 내놓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망토를 쓴 현지여인들이 삼삼오오 나타나 그룹을 지어 잔디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초현대식 네옴 시티가 완성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식물원이 리야드에 개원하게 되면 네옴 시티도 볼 겸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 될 것 같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20개월 배낭여행 80개국 포함, 14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과 시집 1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