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79 - 신 장한가(新 長恨歌)를 부르며~ 꽃 양귀비
나무와 꽃이 있는 창79 - 신 장한가(新 長恨歌)를 부르며~ 꽃 양귀비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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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꽃양귀비/개양귀비(Field[Red/Corn] Poppy, Papaver rhoeas)
봄날 분홍으로 허드러지게 피던 꽃사과나무가 있었다. 꽃이 좋아 꽃을 보고자 하는 회목류에는 ‘꽃’이 접두어로 쓰임을 알게 된다. 그 하나로 양귀비꽃도 아니고 꽃양귀비란다. 또한, 꽃양귀비는 개양귀비라고도 불리운다. 꽃이름 앞에 ‘개’가 붙는 것은 가짜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개다래, 개살구, 개복숭아 등이 있다. 양귀비는 대마초의 원료가 된다고 하여 집안에서 재배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 곳에서는 2020년도인가 대마초(인도대마로 만든 마리화나, Cannabis)를 피우는 것을 법제화하였다. 꽃 양귀비는 아편(opium)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와는 달라, 이 곳에서는 여느 집 앞 화단 등에 심겨져 그 연한 꽃잎이 바람에 일렁일 때는 중국 당현종이 애지중지하던 비(妃)-양귀비(楊貴妃)-를 떠올리게 된다. 절세미인(絶世美人),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로 뛰어난 미인을 표현한다. 당(唐)의 시인 백낙천(白樂天, 백거이)은 양귀비를 두고 120구에 달하는 대 서사시 ‘장한가’(長恨歌)로 노래하였다. 

양귀비를 들여다보면, 꽃잎은 분홍, 아니면 빨강으로 가녀린 얼굴을 짓고 가운데 7개의 노란 수술인지 오무리며 달고, 잎은 쑥갓처럼 오목 볼록 진 형상을 지었다. 그리고 꽃술 자리가 가을에는 조그만 연밥모냥 긴 대궁 위 꽃 진 자리에 여문다. 참 이쁜 꽃 구조를 갖춰 보면 볼수록 양귀비를 그려보게 한다.

또한 변영로의 시 ‘논개’에 등장하는 꽃이 양귀비 꽃에랴!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아리땁던 그 아미(娥眉) 높게 흔들리우며/그 석류 속 같은 입술/죽음을 입 맞추었네/(下略)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下略)’

 

신 장한가(新 長恨歌)를 부르며~ 꽃 양귀비

그대를 생각하며 꽃 양귀비를 들여다보네
하늘에는 비익조(比翼鳥) 
땅엔 연리지(連理枝)라 하였다던가

그대 혼이 부용(芙蓉)의 몸 씻던 
화청지(華淸池)에 떠돌건만
총애하던 군(君)은 없구려

동이(東夷) 나라 백제에도
의자왕이 있었으되
삼천궁녀 낙화암에서 낙화함을 
어쩌지 못 하였다지

이제금 그대 혼이 꽃 하나로 피었나니
그대 연꽃 얼굴 닮아 
달 아래 파르르 떨리고
그대 타던 비파(琵琶)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네

아, 그대 사무치던 봄
그 봄 날이 오면
꽃 양귀비 한 대궁 피워올려
초혼(招魂) 하리라 
 /나무신문

 

글ㆍ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