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예레반 식물원
아르메니아 예레반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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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95 - 글·사진 권주혁 박사
예레반 식물원의 수목원 길.
예레반 식물원의 수목원 길.

필자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코카서스(캅카스) 산맥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나라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승합차를 타고 이웃나라 아르메니아(Armenia)의 수도 예레반(Yerevan)에 도착하였다. 아르메니아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는 나라이다. 

기독교를 박해하던 로마 제국이 서기 313년에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하고 이어서 서기 392년에는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가 되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로마 제국이 인류역사상 가장 먼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국가로 알고 있으나 로마 제국보다 먼저 서기 301년에 기독교를 가장 먼저 국교로 정한 나라가 아르메니아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에 가면 예루살렘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고 아르메니아 구역으로 4등분 된 것을 볼 수 있다. 1990년에 구(舊)소련에서 독립한  아르메니아는 작은 나라이고 인구도 작으나 고대부터 국제 상인(商人)으로 유명하고 뛰어난 건축설계가를 많이 배출하였으므로 오늘날 유럽의 내노라하는 건물들의 설계자를 살펴보면 아르메니아인이 많은 것에 놀라게 된다. 유명한 러시아의 미그(MiG)전투기는 설계자 미코얀(Mikoyan)과 구레비치(Gurevich)의 이름 첫글자를 전투기 이름에 붙였는데 미코얀도 아르메니아인이다. 미그 전투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책 한권이 나오는 분량이 되어 식물원 연재가 완전히 삼천포로 빠지게 되므로 이쯤에서 끝낸다(필자는 전쟁서적을 이미 10권 저술하였고 현재도 계속 저술중이다).  

예레반 식물원 정문. 중앙 아시아 스타일.
예레반 식물원 정문. 중앙 아시아 스타일.

수도 예레반의 동북부 아반(Avan) 구(區)에 자리잡고 있는 식물원은 입구정문부터  이국적인 분위기로써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치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에 온 기분이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정문을 통과하여 주위를 둘러보면서 걷다보니 이렇게 작고 경제적으로 약한 나라에 어떻게 이런 식물원이 있는지 감탄이 나온다. 식물원은 구소련 시대인 1935년에 개원하였다. 그때는 1100여종의 식물을 가지고 시작하였으나 오늘날은 수천종이 넘는 각종 수목과 화초가 식재되어 있다. 전체 면적 26만평 가운데 5만3천평은 아르메니아의 희귀종과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을 중심으로 식재, 보존하고 있고 나머지 면적에는 아르메니아가 속한 코카서스 지역, 시베리아, 유럽, 북아메리카 그리고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의 각종 식물이 식재되어있다. 1939년에 소규모로 시작한 온실은 독일과 전쟁중이던 1944년에 크게 확장되어(180평) 오늘날에는 선인장을 비롯한 200여종의 열대 및 사막 수종을 포함하여 아열대 수종 등 1240종의 식물을 갖고 있다. 또한 식물원 안에 있는 자줏빛 대리석 벽돌 3층 대규모 건물 속에는 식물표본실과 연구실이 있는데 표본실에는 1070종의 아르메니아 식물 표본을 보관하고 있다. 

메린 박사로부터 저서를 받는 필자. 필자가 쓰고 있는 모자는 조지아의 전통모자.
메린 박사로부터 저서를 받는 필자. 필자가 쓰고 있는 모자는 조지아의 전통모자.

이곳에서 필자는 여성 연구원인 메린(S. Merine) 박사를 만났다. 현미경을 보면서 연구하고 있던 메린 박사는 사전에 예약 없이 찾아간 이방인 필자를 반갑게 맞아 주었고 필자가 궁금해 하는 코카서스 식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필자가 강원대학교와 전북대학교에서 목재 과목을 강의한다는 것을 알고 ‘코카서스 식생’에 관한 자기 저서(2016년 발행)를 선물로 주었다. 필자는 기업에서 39년(목재회사 34년, 원양어업회사 5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뒤 만학도(晩學徒)로서 대학원에 입학하여 6년에 걸쳐 현대 기갑부대 전투에 관한 군사학 논문을 써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는데 미주알 고주알 배경을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냥 박사라고 소개하자 그녀는 필자가 삼림분야 박사인줄 알고 필자를 대해주었다. 아르메니아어로 된 이 책은 필자가 컴퓨터로 저술작업을 하고있는 책상 앞에 항상 놓여있어 이글을 쓰는 동안 아르메니아를 다시 방문하는 느낌이다. 나무신문에 이 기사가 실리면 메린 박사에게 보내 줄 생각이다. 

구소련 당시 아르메니아 전역을 답사하며 식물채집과 조사를 하고 있는 식물원 연구원들(식물원 연구소안에 전시된 사진)
구소련 당시 아르메니아 전역을 답사하며 식물채집과 조사를 하고 있는 식물원 연구원들(식물원 연구소안에 전시된 사진)

식물표본실을 갖고 있는 연구동 건물에는 아르메니아 전역의 식생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지도와 각종 도표가 전시되어 있다. 너무 많이 전시되어 있어 이것을 자세히 보려면 하루 종일 걸릴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영어가 병기되지 않고 모두 아르메니아어이므로 외국인은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구소련시대부터 식물원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으므로 당시 아르메니아 전지역을 답사하면서 식물 채집과 조사를 하는 식물원 연구원들의 사진들도 볼 수 있었다. 아르메니아는 3월부터 늦가을까지 온화하다. 필자가 방문한 시점은 10월 말이었으므로 식물원방문 피크 시점은 아니었기에 이 식물원이 보여주는 풍경의 절정은 볼 수 없었다. 그러므로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해보고 싶다. 참고로 이 식물원은 아르메니아 국립 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 소속이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