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개의 씨앗 ㆍㆍ지구를 살리는 화학산업계의 육종학자들
6000개의 씨앗 ㆍㆍ지구를 살리는 화학산업계의 육종학자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4.13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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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츠만 대만공장 | 헌츠만빌딩솔루션 아시아의 심장을 가다

 

헌츠만빌딩솔루션코리아(린인터내셔널) 이혜린 대표와 홍석현 부장, 고진섭 부장, 박경환 팀장 등 산업시찰단이 3월12일에서 15일까지 헌츠만 대만공장을 방문했다. 사진 좌측에서 세번째 트래비스 맥컬럼 아시아 총괄.

헌츠만빌딩솔루션코리아(린인터내셔널) 산업시찰단이 지난 3월12일에서 15일 3박4일의 일정으로 헌츠만 대만공장(Huntsman Taiwan site)을 방문했다. 시찰단 구성은 이혜린 대표와 홍석현 부장, 고진섭 부장, 박경환 팀장 등이며 일본에 머물던 크리스토퍼 트루델(Christopher Trudel) 아시아 총괄매니저도 함께 했다. 이번 방문에서 시찰단은 헌츠만빌딩솔루션의 아이씬·라폴라 단열재를 이을 야심작 폴리우레아 코팅 바닥재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헌츠만 대만공장 책임자는 최근 우리나라를 두 차례 방문했던 트래비스 맥컬럼(Travis McCallum) 아시아 총괄. 3박4일 동안 시찰단을 따라다녔다. <편집자 주>

1970년 미국 맥도널드 빅맥 포장용기를 개발해 납품하면서 헌츠만은 시작됐다. 이후 1980년대부터 공격적으로 다수의 케미컬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회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 정점으로 평가되는 게 1999년 폴리우레탄, 이산화티타늄 및 석유화학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것인데, 이 부분은 지금도 헌츠만의 주력이다. 현재 전세계 30개국에 70여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 수는 8000여 명에 달한다. 

2021년 기준 전체 매출액 규모는 미화 50억 달러, 100개 이상 나라의 5000개 이상의 생산 공장에 2500개 이상의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완제품 비행기 한 대에 헌츠만 제품이 평균 25톤 들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자동차, 우주항공, 풍력발전 등 산업에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 화학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이혜린 대표(좌)와 박경환 팀장이 막 시공된 샘플을 받아 살표보고 있다.

미국 미시간과 텍사스, 벨기에, 인도, 중국에 다섯 개의 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시간 기지는 자동차와 우주항공, 텍사스는 건설 산업 관련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북미와 유럽을 넘어서 아시아, 우리나라에서도 각광 받고 있는 스프레이폼 단열재(아이씬ㆍ라폴라) 원재료인 A액(MDI)도 헌츠만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이다. 주요 생산기기는 미국 루이지애나와 네덜란드에 있다. B액 등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 등 네 곳에 위치해 있다.

헌츠만 성장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평가되는 것 중 하나가 2013년 미국 테롤(Terol) 인수다. 연간 10억 개 이상의 PET병을 재활용해서 경질스프레이폼 단열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HFO폼을 생산하는 기초를 마련했고, 에폭시와 폴리우레탄 바닥재를 뛰어넘는 폴리우레아 바닥재 코팅제의 초석이 됐기 때문이다. 헌츠만은 다른 회사와 달리 색깔이 있는 PET병도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린인터내셔널코리아 이혜린 대표가 폴리우레아 시공 시연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번 헌츠만빌딩솔루션코리아 린인터내셔널 산업시찰단이 헌츠만 대만공장을 찾은 것도 이런 맥락을 따라가고 있다. 헌츠만이 2020년 아이씬·라폴라를 인수했는데 한국 시장에서는 이들 제품을 린인터내셔널이 공급하고 있었다.

그동안 헌츠만은 아이씬ㆍ라폴라처럼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화학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을 주력으로 하고 있었는데, 아이씬·라폴라 인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헌츠만빌딩솔루션이라는 건축관련 완제품 사업영역을 새롭게 구축하기에 이르렀던 것. 

현재는 북미시장 비중이 85%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고 아시아 시장은 비록 15%에 그치고 있지만,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은 아시아 시장이라는 게 헌츠만빌딩솔루션의 계산이다. 

2012년에 제작된 샘플.
단열재 위에 도포 시공된 폴리우레아.
막 시공된 폴리우레아 바닥재.

그리고 그 아시아 시장 확장의 전초기지로 낙점된 게 한국, 헌츠민빌딩솔루션코리아다. 그 어느 나라 시장보다 아이씬ㆍ라폴라 단열재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일궈낸 장본인들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이씬ㆍ라폴라 단열재를 이은 또 하나의 야심작 폴리우레아 코팅 바닥재의 한국 시장 안착을 타진할 적임자일수밖에 없다.

헌츠만빌딩솔루션 관계자는 “헌츠만의 장점은 우선 스케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2500개가 넘는 원재료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것들을 다시 세분화하면 6000 가지가 넘는다.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지금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스프레이폼 단열재의 핵심 부분인 A액의 종류만 따져도 우리는 150개가 넘는 제품을 생산, 관리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A액은 모두 똑같다고 하지만, 어떤 A액을 사용하는 지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것이 다른 곳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헌츠만 만의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트루델 아시아 총괄매니저.

그는 또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학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헌츠만은 6000개가 넘는 표본 중에서 우량한 씨앗을 골라내고 있는 것과 같다”며 “전 세계 어디에서도 헌츠만처럼 다양한 화학 원재료를 개발, 생산, 보유, 관리하고 있는 전문회사를 찾기는 힘들다. 씨앗 창고 규모가 자체가 넘사벽인 화학제품계의 육종학자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츠만빌딩솔루션의 한국 시장에서의 다음 착수점으로 검토되고 있는 폴리우레아(Polyurea)는 1980년 미국의 화학회사 텐사코 케미칼에서 스프레이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코팅 바닥재다. 헌츠만이 인수하고 폴리우레아협회가 만들어지는 등 괄목할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주요 이유는 폴리우레탄과 달리 폴리우레아는 별도의 촉매재가 필요 없는 친환경 제품이기 때문이다.

사용할 수 있는 분야는 콘크리트, 철재, 목재, 플라스틱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가능하며, 건축물의 바닥, 지붕 및 파이프의 내부와 외부, 목재 가구 코팅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교각의 바닥이나 차선 도색, 옥상이나 지붕의 방수, 트럭 바닥 등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작업이 가능할 정도로 30초면 경화가 끝나기 때문에 작업성이 좋고 색상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 수명은 개발 당시인 1980년대에 시공된 현장이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로 길다. 헌츠만빌딩솔루션코리아의 다음 큰 횡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