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78 - 튀밥나무에 편지를 달며~ 박태기나무
나무와 꽃이 있는 창78 - 튀밥나무에 편지를 달며~ 박태기나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4.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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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박태기나무(Eastern Redbud)
박치기나무도 아닌데 봄이 무르익는 날 박치기하듯 나무 줄기에 연분홍 꽃을 무수히 달았다. 저 연분홍 꽃들을 피우려고 마치 박치기라도 하듯 달았을까? 아니면 튀밥을 서둘러 튀워밥풀때기처럼 달은 걸까? 이름에서부터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봄의 대표적인 색조 분홍 꽃을 달았다. 콩과(Leguminosae)답게 꽃 진자리에 콩 모양 꼬투리를 맺어간다. 흡사 아까시나무 씨 꼬투리와도 닮았다. 

이 박태기나무(Eastern Redbud, Cercis Canadensis, Leguminosae, North America) 꽃을 보노라니장사익의 ‘봄날은 간다’ 노래가 떠오른다. 마침 이 분홍꽃이 만개한 계절인 봄의 끝자락 오월도 넘어가려 하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그렇게 분홍 새악시 한창의 봄에 어울리는 꽃임에랴!

튀밥나무에 편지를 달며~ 박태기나무

어무이, 왜 오늘은 튀밥을 먹고 싶지요
이 나무 곁에 가니
어무이튀워주던튀밥이 생각나요

그 튀밥 이제 튀워 줄 이 없어도
그 튀밥 기억에 남아있어요

어무이, 왜 오늘은 튀밥이 그립지요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데
이젠 먹으면 배 불러올 것 같은 나무
튀밥을 튀웠네요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던 그 튀밥 
어무이가티워주던 그 튀밥 

오늘 그리움으로 튀밥을 튀웠어요
푸지게도 하롱하롱 피웠어요   /나무신문

 

글ㆍ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