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구 화력 발전…우리 대기는 안전한가
폐가구 화력 발전…우리 대기는 안전한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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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부수기만 했을 뿐인데 연료용 ‘제품’으로 둔갑해 “활활”

한국목재재활용협회, 환경부와 산자부에 시정 의견서 제출
생활 폐가구를 파쇄한 상태. 잘게 부서졌을 뿐 오염물질은 제거되지 않는다.
생활 폐가구를 파쇄한 상태. 잘게 부서졌을 뿐 오염물질은 제거되지 않는다.

최근 지자체들 사이에서 연료제조업체와의 폐가구 무상처리 MOU 맺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같은 폐목재를 이용한 발전 등 화력 에너지 이용이 우리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폐가구 등을 잘게 부순 폐목재고형연료(Bio SRF)는 말 그대로 폐기물을 물리적인 힘으로 작은 조각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때문에 페인트나 비닐, 접착제, PVC 등 각종 오염물질이 제거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폐가구 조각은 Bio SRF라는 ‘제품’으로 발전 등 에너지용으로 쓰이고 있는 것. 이러한 일의 배후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폐목재고형연료(Bio SRF) 품질인증제도와 공급인증가중치(REC)가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단법인 한국목재재활용협회(회장 유성진)는 최근 각 부처에 Bio SRF 품질인증제도를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REC의 중단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고형연료제품 원료 선별 가이드북.
고형연료제품 원료 선별 가이드북.
고형연료제품 원료 선별 가이드북.
고형연료제품 원료 선별 가이드북.

나무신문이 입수한 의견서에 따르면, 정부의 폐자원에너지화정책에 따라 가연성 폐기물인 폐목재를 고형연료제품(Bio SRF)으로 제조(제조시설 100여 개소, 사용시설 45개소)해 고형연료 사용시설(발전소 등)에 연 240만 톤 이상 공급 중이라는 분석이다. 2015년 대비 Bio SRF 제조 용도로 폐목재 사용량이 3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목재연료의 품질기준을 비교하면 품질기준이 낮은 폐목재고형연료가 ISO가 인정하는 국제기준 바이오매스인 목재펠릿, 목재연료칩과 동일한 제품지위를 갖고 공급인증가중치(REC)를 부여받으면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다.<표1 참조>

목재재활용협회는 “문제는 폐목재고형연료제품은 폐가구 등을 단순 파쇄한 것에 불과하다. 폐목재고형연료 생산에 이용되는 주된 폐목재 종류는 ‘폐가구’로, 단독으로 고형연료 품질기준을 맞추기는 어려운 폐목재임에도,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고형연료 생산에 폐가구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사실은 고형연료를 관장하는 환경공단이 폐가구류의 경우 품질시험 검사 시 대부분 중금속 함량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와 제품 품질기준 유지를 위해 ‘선별가이드’로 안내하는 사항이며, 제조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폐가구는 배출자가 지자체에 비용(스티커)을 지불하고, 지자체는 이를 다시 처리업체에 비용을 들여 처리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REC 가중치를 받는 발전 등 에너지업계에서 이를 비싸게 사면서, 처리업체는 ‘무료’라도 일단 폐가구만 확보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 지자체 역시 배출자에게서 받은 처리비용을 고스란히 남길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폐가구를 잘게 부순 물질이 대부분인 Bio SRF ‘제품’을 불태워 에너지원으로 사용해도 우리 대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환경공단 폐자원에너지센터 품질기준 준수 안내 가이드북’을 보면 ‘부정적’이라는 판단이다. 폐가구들의 발열량은 높았지만 그만큼 회분, 염소, 황, 수은, 카드뮴, 납, 비소, 수소, 질소, 탄소 등이 검출되고 있다. 또 기준치를 초과한 예도 모든 시료에서 나타난다.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폐목재 자원이 에너지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는 Bio-SRF 인증제도와 공급인증가중치(REC) 제도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오염물질 덩어리인 폐목재가 파쇄되는 순간 ‘제품’으로 둔갑하고, 또 이를 이용해 발전 등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REC 가산점을 받고 있는 것. 고형연료 사용시설(발전사 RPS 의무자, REC 판매자)은 목재펠릿과 목재칩 가격 대비 1/8~1/5 수준인 폐목재고형연료로 고수익 실현이라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표2 참조>

이에 따라 목재재활용협회는 ◇환경부 △동일성상의 폐목재 파쇄칩에 대해 신고여부만으로 중간가공폐기물과 고형연료제품으로 나뉘게 만든 비정상적인 제도가 야기한 법리훼손 및 법적 형평성 문제 해소(나무판제품의 원료제품 품질인증기준 도입)

△현 폐목재고형연료 사용시설에 대해 ‘소각시설’에 준하는 대기배출기준 적용(폐목재고형연료는 폐기물에서 기인, 주원료인 폐가구로 나무판제품 원료 대비 품질이 낮고 유해물질 함유가 높음)

△현 고형연료제조자에 강제되는 시설 및 품질검사 폐지, 사용시설 중심 품질검사 시행(이유는 제조자 시설은 단순 물리적 파쇄시설에 불과함, 대기 중 오염물질 배출 억제 기능과 조절은 사용시설만 가능)

△품질인증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단순 파쇄시설에 불과한 제조자의 시설, 품질검사 최소화(시설 및 품질검사 연 1회, 품질기준 미준수 시 1~3차 개선조치. 단 공급은 불가).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설비(고형연료사용시설 중 RPS의무자, REC판매자)의 경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인허가받은 업체에게 부여하는 폐목재고형연료 전소 발전 기준 1.5배 가중치(REC)를 2019년부터 인허가받은 업체와 동일하게 0.25 가중치로 하향 조정하거나, 일몰제를 도입(REC를 낮춰가야만 목재가치에 따른 유통구조가 훼손되지 않고 재활용 가능한 폐목재자원의 에너지 쏠림을 막을 수 있음)

△현 고형연료제도는 국민적 반대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장에 지나지 않으며 폐목재를 단순 파쇄해 이전 상태의 성상을 가진 상태에서 어떠한 추가 공정, 가공, 첨가 없이 제품으로 둔갑시켜 폐기물을 발전연료에 사용시키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제도이자 고형연료 제조자에게만 규제와 희생을 강제하는 제도로 폐지되어야 마땅

△고형연료제도 폐지로 인한 국가의 사회적 손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 제도는 유지하되, 사용자 중심 규제(소각시설에 준하는 대기배출시설, 사용시설 규제 중심)로 정책 전환해 폐기물을 단순 파쇄하는 업종에 대한 규제는 철폐 등을 요구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