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75 -노란 꽃비를 맞으며~ Goldenrain Tree
나무와 꽃이 있는 창 75 -노란 꽃비를 맞으며~ Goldenrain Tree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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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모감주나무(Goldenrain Tree)
꽃이피는 계절엔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으레 땅바닥에는 꽃이 흩뿌려져-꽃비가 내려- 그나무의 실체를 보는 느낌이 든다. 늦봄의 보리수(Linden Baum) 밑에 가면 연한 미색의 무수한 꽃이 변하여 쬐그맣고 동그란 종실을 매단 일엽편주(一葉片舟) 모양의 변신들을 만나게 되고, 너도밤나무(Beech) 밑에서는 동그란 털복숭이같은 꽃의 화신(化身)을 만난다. 모감주나무 역시 그 특유의 샛노란 꽃비를 바닥에 뿌려서 수놓은 듯한 인상을 풍겨준다. 이렇게 한 생명은 아름다움을 연출하면서 지는가 보다. 잎갈나무의 잎비(雨)도 그러하듯… 

이 노란꽃이 화하여 작은 놀부 심술주머니 모냥 연한 피막의 씨주머니를 매다는 것을 보면 그 자잘한 꽃에서 어찌 저리 큰주머니를 매어달 수 있을까 의아해진다. 작으신 우리할머님이저리 크신 아버님과 삼촌, 고모를 출산하여 만드신 것을 보면 웃음이 도는 것처럼.

이곳에선 영명(英名)의나무(Golden-Rain Tree, Koelreuteriapaniculata, Sapindaceae, Asia)를 노란꽃과 꽃 지고 맺은 꽈리같은 씨주머니를 보고서 잊힌 기억을 찾아낸 멍청이는 어쩔수없으니, 산과 원입구 아래쪽 ‘약용식물재배원’ 켠의 작은 연못으로 가는 길과 본관 가는 길사거리에선 이 나무가 그 풍경을 연출하던 모감주나무 였음을 기억해 낸것이다. 

이 보다 일찍 노랑아까시꽃을 주저리주저리 피운 나무(Gold Chain Tree), 잎새무리가 노란 연두색을 띈 황금물푸레나무(Golden Ash)에도 ‘Gold’가 들어 갔는데 눈에 확 띄는 노란색꽃, 잎을 다는 나무는 나무중에서도 귀족이 아닐까 해본다.  /나무신문

 

노란 꽃비를 맞으며~ Goldenrain Tree

네가 지나가는 길에
꽃비를 뿌려주었지

노란 네자취에
봄이 그렇게 여위어감을

네가지 나간길에
씨주머니도 떨어져 있었지

그속은 텅비어
숱한 바람이
이슬데 불어지나가는

그런 모양을
우리 지을 수 있음을…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