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74 - 매자 아가씨
나무와 꽃이 있는 창 74 - 매자 아가씨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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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매자나무
매자나무는 명자나무처럼 이름 끝에 ‘자’자가 붙어 정겹다. 일본어로도 ‘아사꼬’처럼 이름 끝에 ‘꼬’가 붙으니 언어로도 닮음 꼴의 정겨움을 준다. 아니나 다를까? 토종 매자(Korean barberry Berberis koreana)에는 우리 이름이 들어있고 연두 잎을 피우고, 일본 매자나무(Japanese barberry Berberis thunbergiiDC.)는 자주 잎을 피운다. 그래서 같은 매자 이름을 갖고도 그 잎의 색조가 다름으로 해서 분별을 가게 하는 개성이 있는 아가씨 들이다. 비단 우리 한글 이름이나 외국 이름이나 그 울림과 통함이 있음은 민족이 달라도 그 이름 지음이 결국은 여운이 남는 울림과 통함이 있을 것이다. 서편제의 눈먼 소리꾼 ‘송이’도 그래서 예사롭지가 않지 않던가! 매자나무에도 그 원산이 한국인 매자나무가 있고, 당매자가 있고, 일본 매자나무가 있다. 국경을 넘어 전정(剪定)을 해 주어 낮은 울타리로 심어 놓은 우리 매자나무를 보면 그저 반갑다.  

이곳 세미트리에서 만난 매자는 일본 매자나무였다. 그래서 꽃, 나무에는 국경이 없는가 보다. 일본 국화 벚꽃을 사쿠라꽃이라고 백안시하는 것도 잘못이 아니지 않겠는가? 꽃이 무슨 죄가 있나? 그냥 꽃이 자태가 이쁘고 향이 은은하면 그것으로 제 몫을 하는 것이리. 사람도 마찬가지이니 음전하게 제 모습을 당당히 보여주며 살면 그 출신, 목숨을 탓해 무엇하리?  

이 매자나무는 그 키의 자람새가 관목류에 속해서 우리들 키를 넘지 않는 울타리(Hedge)용으로도 안성맞춤인 것 같다. 봄, 여름에는 연두 초록 잎새로 쬐끄맣고 상큼한 노란 꽃 내음을, 가을에는 잎과 열매가 빨갛게 물들어가니 계절의 정취에 잘 어울리는 우리 떨기나무이다. 한편 일본매자나무는 자주(紫朱) 옷을 두른 듯 그 기품이 수수하니 가을 분위기를 띄고 있다.

 

매자 아가씨

볼고스레한 치마를 두르고
노란 꽃을 들고
아장아장 내게로 걸어오네

키 높은 측백 울 담 대신
너를 곁에 두었더니
화사한 명자 
하얀 수줍음 탱자 아닌
노란 꽃을 내게 내미는 
수수한 아가씨
매자여!

봄 한 철 격정으로 살지 않아도
은근한 너의 자람새에 끌려
살기도 하거니

봄에는 연두 치마
이 가을엔 자주 치마

나의 뜰, 울 담 곁에서 
살짝 눈웃음 치누나  /나무신문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