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에서의 자연기반해법의 적용
도시지역에서의 자연기반해법의 적용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0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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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46 - 글 노윤석

자연기반해법(NBS, Nature Based Solution)이란.

자연기반해법은 2016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도입한 개념으로 “인류의 복지와 생물다양성 편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효과적이고 순응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자연 본연 또는 변형된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을 하는 행동들”로 정의되고 있다.

자연기반해법이 도입된 계기는 지속적인 인구증가, 도시개발 및 기후변화 등으로 야기된 문제, 특히 기후재난, 식량안보, 수자원안보, 건강 및 오염문제 등의 관리에 지속 가능하며 비용 효율적인 자연자원관리와 자연기반기법을 활용하여 해결하자는 취지이다. 특히 자연기반해법은 기후변화, 재해위험의 감소, 식량 및 물 안보, 생물다양성의 손실 및 인간의 건강과 같은 주요 과제를 목표로 하며 지속 가능가능 경제개발에도 중요한 역할 역할을 할 수 있다. IUCN에 연구에 따르면 매년 중국,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지의 맹그로브숲의 파괴로 인한 손실이 매년 57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파리협약이 목표로 하고 있는 기후완화 목표의 1/3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전지구적으로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전 지구적 이점은 약 17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대도시와 자연기반해법의 필요성
도시는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과 절대적인 인구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급속한 도시화는 도시주변의 생태계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는 지구의 육지면적의 2~3% 정도의 낮은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좁은 면적에 전 세계 인구의 약 57%인 44억 6천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수치는 2050년애는 전체 안구의 2/3가 넘는 67억명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많은 인구가 도시지역에 거주함에 따라 도시는 지구의 천연자원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으로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천연자원의 75%를 도시에서 소비하고 있으며, 이에 부차적으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4과 폐기물의 절반을 생성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는 세계 GDP의 80% 이상을 창출하는 등 인류생활의 기반이 되는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모든 정치, 재정 그리고 사회적 자본의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자원을 통해 현재의 지속 불가능한 미래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전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Grow Green 프로젝트
도시지역에 대한 자연기반해법을 적용한 사례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유럽 및 지중해 연안의 여러 도시에서 수행한 Grow Green Project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기후와 물에 탄력적이고, 시민들이 건강하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연을 도시 생활 환경의 일부로 만드는 것은 모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기업이 번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질의 녹지공간과 수변 공간은 홍수, 열섬 현상, 가뭄, 미세먼지 및 실업과 같은 주요한 도시 문제에 대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공하며, 생태계서비스의 주요 요소중의 하나인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도시계획이나 개발행위 및 도시관리 등의 계획수립 및 사업시행에 자연기반해법을 적용함으로써 도시내 그린구역(녹지, 공원, 산림 등) 및 블루구역(하천, 호수, 습지, 수변)을 확대하고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도시지역을 항구적으로 사람, 경제 및 환경 간의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Green Glow는 프랑스의 브레스트, 영국의 맨체스터, 이탈리아의 모데다 등의 도시에서 5개년 동안 실시되어진 계획으로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수행되었다.

1) 자연기반해법의 정책개발 및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도시의 기후 및 수질 복원력,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편익을 증대시키는 비용효율적인 수단으로서의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 마련

2) 개별 도시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전략의 개발 및 구현을 지원하기 위해 적요하기 쉽고 다양한 적용이 가능한 접근 방식의 개발

3) 전 세계 도시의 인식제고 및 역량 구축을 톨해 도시의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전략의 수립을 지원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위한 필수 정책 프레임워크, 비즈니스 모델 및 세계시장으로의 확대 추진

주요 Grow Green 도시 사례

- 발렌시아, 스페인 
발렌시아는 시민들에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 협력 및 권한을 부여함으로서 도시내 자연기반해법이 원활하게 수행되고 유지관리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일례로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조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앱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양로원과 같은 취약시설에 옥상녹화를 실시하여 건물의 에너지 소모량을 크게 줄이고, 또한 옥상녹화에 사용 된 식물종은 지역의 고유종을 식재하므로서 식물의 적응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하였다.

시민참여 생물다양성 앱.
시민참여 생물다양성 앱.

- 맨체스터, 영국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이자 강우량이 많은 맨체스터는 주변에 많은 강이 주요 범람원을 작용하여 해마다 홍수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흡수하는 공원”을 만들어 홍수문제를 완화시키고자 하였다. 도시의 각종 공원을 물이 투과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지하에 이런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듬으로써 홍수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게 하였다. 또는 홍수 시 물 흐름을 늦추기 위해 유수지와 사방댐 등을 만들어 실제 홍수 시 성능을 테스트하여 성공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게 하였다.

- 브로츠와프, 폴란드
브로트와프는 불투수성 포장을 투수성 포장으로 바꿈으로서 빗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도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어 시민들과 도시계획자들이 서로 토론하며, 교육도 실시하면서 프로젝트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추진하였다. 브로츠와프의 경우 사업의 과정에서 시민들의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겨울에 도심내 유휴공간에 공원을 조성하였을 때는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던 시민들이 여름이 다가오면서 그 지역에 녹음이 푸르러 졌을 때 프로젝트에 만족감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2019년 12월                                        2020년 5월도시 내 녹지공간의 계절에 따른 변화
2019년 12월
2019년 12월                                        2020년 5월도시 내 녹지공간의 계절에 따른 변화
2020년 5월
도시 내 녹지공간의 계절에 따른 변화

- 모데나, 이탈리아
모데나시의 주요 자연기반해법 전략은 홍수 및 폭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다양한 사업의 결합을 통해 환경 및 사회적인 편익을 증대 시킬 뿐만 아니라 재해위험을 줄일 수있게 한다. 홍수예방을 위해서는 도시 내 투수공간을 늘리고, 도시농업지역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을 적용하였으며, 폭염에 위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옥상녹화나 백색지붕(열반사를 통해 건물온도완화), 도시 및 도시주변에 도시숲 및 공원 그리고 분수와 같은 시설을 조성함으로써 자연기반해법과 회색 인프라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게 하였다.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그린벽 시스템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그린벽 시스템

- 브레스트, 프랑스
브레스트의 경우는 홍수 위험 및 배출완화를 중점 목표로 하였다. 브레스트는 투수성공간을 증대시키고, 빗물이 투과하여 직접 배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운하화를 기반으로 하는 복합 하수 시스템의 건설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자연기반해법을 전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토지사용계획 및 도시개발계획에 대해 신중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였다.

회색인프라 및 그린인프라의 균형
회색인프라 및 그린인프라의 균형

- 자다르, 크로아티아
‘Green Cadastre’라고 명명된 자다르의 시범프로젝트는 2018년 시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을 기반으로 시행되었다. 도시의 일부 지역의 녹지 부분에 대해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그 지역을 지능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또한 또 다른 EU의 기후변화 대응프로젝트인 INTENSIFY Interreg에도 참여하여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진행하였다. INTENSIFY Interreg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함께하여 지역의 탄소배출을 저감하자는 EU 차원의 프로젝트이다.

자다르시의 식생지도
자다르시의 식생지도

자연기반해법의 한계
자연기반해법은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비용 효율적이며, 다 기능적인 효과를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기반해법은 자연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이런 자연기반해법이 국가나 지자체 또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가리기 위한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주장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기후위기에서 기후붕괴로 악화되고 있다. 파리협약에서 목표로 한 1.5℃ 이내의 온도상승 억제목표의 달성도 매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화석연료와 폐기물 등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를 대폭적으로 줄이는 일일 것이다. 배출감축 없는 자연기반해법은 말그대로 공허한 외침일 뿐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기반해법은 분명히 배출감축으로만 할 수 없는 여러가지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성과 탄력성 향상, 도시내 생물다양성의 보존 및 증진, 에너지 절감, 주민들의 삶의 질과 건강회복 등을 자연기반해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자연기반해법이 당장의 기후붕괴를 해결하는 완벽한 대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는 분명히 있다. 결국 기후위기는 어느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여러 정책이 결합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해서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나무신문

글 노윤석
서울대학교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했다. (주)효성물산, 우드케어, (주)일림에서 재직했다. 현재 한국임업진흥원 해외산림자연개발 현장자문위원과 녹색탄소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의 산림청, 코트라, 국립산림과학원, 농업진흥청 등의 해외임업과 산림을 이용한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