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웁살라 린네 식물원②
스웨덴 웁살라 린네 식물원②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12.2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93 - 글·사진 권주혁 박사
린네 식물원의 중앙 통로.
린네 식물원의 중앙 통로.

스웨덴의 고색창연한 작은 도시 웁살라(Uppsala)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냇물은 맑고 힘차게 소리 내며 흐른다. 냇물 가에 앉아서 소용돌이치듯이 힘차게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면서 책을 읽으며 하루 종일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린네 정원(식물원)은 시내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므로 도보로 쉽게 갈 수 있다. 이 식물원은 일반적으로 린네 정원(Linnaean Garden 또는 Linnaeus Garden)이라고 부르는데 웁살라 대학의 첫 식물원이고 물론 오늘날도 웁살라 대학에 소속되어 있다. 이 식물원은 년중 5~9말에만 문을 열며 입장하기 위해서는 정문에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2007년 싱가폴 식물원을 방문하였을 때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위대한 식물학자 린네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1735년에 발간된 린네의 첫 저서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를 전시한 것을 보았다. 그 후 린네가 웁살라 대학에 식물원을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치던 식물원을 언젠가 꼭 방문하고 싶었는데 10년 만에 그 작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식물원에 도착하였을 때 한 눈에 식물원이 린네가 살았던 18세기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필자가 식물원을 방문한 날은 날씨가 너무 맑았기에 식물원 중앙 큰 통로 양쪽에 늘어선 노란색, 흰색 꽃들은 유난히도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이 꽃들은 약280년 전에 린네가 심었던 꽃과 동종(同種)으로서 린네가 1748년에 발간한 저서 “웁살라 정원(Hortus Upsaliensis)” 속에 등장하는 꽃들이다. 이 꽃들을 보면서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려서 린네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이 식물원은 앞서 언급한대로 웁살라 대학이 소유한 식물원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식물원이다. 원래 스웨덴의 의학자 루드벡(Olaus Rudbeck)이 1655년에 바로 이 장소에서 약용식물을 재배한 것으로 시작된 이 식물원의 역사는 17세기말에는  약용식물 중심으로  이미 약1800여종의 식물(외래종 중심)이 식재되어 본격적인 식물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천종의 식물을 식물원 설립의 최저기본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702년에 웁살라 시내가 화재로 인해 폐허가 될 때 이 식물원도 큰 피해를 입었다.

체계적인 학명(學名)을 만들어 근대 동·식물 분류학에 큰 획을 그은 린네는 웁살라 대학의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1741년에 이 식물원을 소유하게 되었으므로 불타버린 원래 식물원을 건축설계사 호를레만(Carl Harleman)과 함께 1745년부터  자신이 구상하였던 계획대로 변경하여 새로운 식물원으로 만들었다(연못 등 기본 틀은 그대로 두고). 그러나  그 후 웁살라 언덕 위, 웁살라 성(城)에 있던 식물원이 국왕 구스타브 3세에게 기증되자 그 식물원이 웁살라를 대표하는 식물원이 되었고 린네가 만든 식물원은 폐기되었다. 세월이 지나 1917년에 스웨덴의 린네 학회는 폐허가 된 린네 식물원을 구입한 뒤,  린네의 저서 “웁살라 정원”을 근거로 하여 원래 린네가 만든 정원(식물원)을 완벽하게 복원하였다. 그 모습이 우리가 오늘날 보는 린네 식물원이다.

린네 식물원(1770년대 그림). 오늘날과 동일한 면적과 동일한 구성이다.
오늘날 린네 식물원 모형(린네 박물관 전시물).

린네 식물원은 위에서 보면 직사각형으로서 린네의 숨결이 느껴지는 18세기 모습 그대로이다.  

면적은 가로 150m, 세로 120m 정도로서 약5천평 크기이다. 식물원 안에 들어서면 앞서 언급한대로 린네의 저서인 “웁살라 정원”에 나오는 식물들이 방문객을 맞아준다. 흰색의 작은 꽃을 피우는 페레니얼(Perennial) 중간 다년생 목초 앞의 푯말에는 린네가 1745년에 언급한 내용, 즉 “스웨덴의 가혹한 겨울 추위에도 견디는 뿌리를 가진 식물”이라는 설명이 그대로 쓰여 있다. 식물원 안에 있는 3백여 년 된 연못은 린네 당시와 변함이 없다. 당시 린네는 이 연못 주위에 Carex vesicana, Cyperus spp. 등 20여종의 초본 식물을 식재하고 늪지대와 호수 지대에서 생육하는 식물들과 비교하는 실험을 하였다. 식물원 정문을 들어가면 오른 쪽에 오래된 2층 건물이 보이는데 이 곳은 린네가 살던 집이다. 보고 싶었던 식물원을 드디어 둘러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시(詩) 한 수가 나온다,

라이덴 대학*에서 영글었다
창조주의 솜씨를 체계적으로
증명하려던 청년의 꿈

소망을 이루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동·식물의 체계를
손 안에 쥔 사나이

웁살라 식물원을 감싼  
린네의 아로마  
삼백년 연못 속에 보이는  
린네의 발자취              

*주: 청년 린네가 유학한 네덜란드의 대학

다음 회에는 오늘날 린네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이 집을 독자들과 함께 방문하려고 한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