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70 - 권정생 님의 종(鐘)꽃
나무와 꽃이 있는 창 70 - 권정생 님의 종(鐘)꽃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1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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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서진석 박사 ·시인
Campanula portenschlagiana, 초롱꽃속

초롱꽃(Bell Flower)
우리집 뒤란에 자주 달개비 꽃이 문을 닫을 때쯤 종꽃(Campanula)이 피기 시작하였다. 씨도 안뿌린 꽃이다. 종처럼 생겼는데 구글렌즈(Google Lens)로 검색한 바는 초롱꽃類(Creeping bellflower 또는 Rampion bellflower, Campanula rapunculoides)로 나온다. 가만히 보니 종꽃은 꽃 모양은 다섯갈래 진 것과 보라색은 같으나 땅에 가까운 키 낮은 꽃(Campanula portenschlagiana )이고, 이 초롱꽃은 꽃봉오리들을 층을 지어 올리면서 아래로부터 차근히 피워간다. 따로 심지도 않았는데 여기 저기서 긴 대를 올려 피사의 사탑처럼 때론 안쓰럽게도 하며 청보라색 아래로 향하여 고개를 숙이는 층상(層狀)의 꽃들이 피어난다. 5갈래 꽃잎의 속에 끝이 삼발이 닻 모양의 하얀 꽃술이 하나 가늘고 길게 들어 있다. 길 가다가도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여느 집 앞에도 돌보아주지 않아도 피어 나는 것이 참 기특하다. 

 

권정생 님의 종(鐘)꽃

예배당에서 하오에 종이 댕댕 울린다
종이 울리면 묵도를 하고 싶어진다

권정생 님!
생시에 예배당 집사하면서 종을 댕댕 쳐 울리셨다지
고무신 신고 높다란 하늘로 오르는 길목에서
종을 울리셨다지

천국의 계단 어디에서
본 듯한 꽃이 여어기피어있네

권정생 님 치던 종을 예서
자그만 보라꽃 종(鐘)으로 그 소리 듣고 있네

아, 기특도 하여라
사람 사는 곳이라서 
어김없이 종은 울려주네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