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식 칼럼 | '살다보니'] 숨 고르기
[신두식 칼럼 | '살다보니'] 숨 고르기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11.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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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식 대표
신두식 바이오매스플랫폼 대표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또는 더 잘살기 위해서 이런저런 꿈(목표)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제각기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간다. 

필자는 마라토너로서 가끔씩 우리의 이런 삶들을 달리기와 비교해 보곤 한다. 필자가 마라톤코스를 완주하면서 매 대회마다 깨달은 부분이 있다. 

하나의 마라톤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보다 오버런을 하게 되면 주로 후반에 에너지 고갈로 완주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완주를 하더라도 꽤나 힘든 과정에 현저히 늦은 기록으로 나타난다. 

180여 회를 완주하면서도 사실상 이런 원리를 모두 적용하지 못했다. 인간의 본능 상 기록게임인 스포츠다 보니 지난번보다 조금 더 기록을 단축하고자, 아니면 클럽의 비슷한 동료와의 경쟁으로 항상 내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남김없이 다 사용하고 3/4의 거리(30∼35km) 이후 매우 고통스런 시간으로 겨우 완주하곤 했다. 

아마도 180여 회의 완주 중 고통스럽지 않은 완주 회수는 두세 번에 불과할 정도이다. 매번 고통을 느낄 때 다시는 도전을 하지 않겠다. 내가 왜 대회 참가비용을 내면서 이런 고통을 겪는지 자책을 하면서도 골인지점을 통과해 숨고르기를 하면 불과 몇 분만에 생각이 달라진다. 

다음 대회는 어디로 갈까? 또 참가해서 완주해야지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과정의 성취감이 그 과정의 고통을 이겨낸다는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잘 고쳐지지 않는 것이 발전을 위한 사람의 욕심일 수도 있다. 

또한 그렇게 단련이 되면서 자신의 최고 기록도 갱신되곤 한다. 이 숨고르기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가진 우리 인간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앞으로만 전진할 수가 없다. 

자신이 갖고 있는 그릇(에너지)의 크기가 한꺼번에 변화되지 않기 때문에 고비 고비마다 숨고르기를 통하여 점진적으로 늘여야만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눈사람을 만드는 과정을 들여다보자. 처음 시작이 손 안에 들어올 정도의 작은 공만한 크기의 눈 뭉치로 시작한다. 이 작은 눈뭉치를 눈밭에서 이리저리 굴리다 보면 눈뭉치가 눈 덩이가 되도록 커진다. 

급한 마음에 중간중간 다듬지 않고 계속 굴리다 보면 공모양의 둥근 눈덩이가 되지도 않고 굴리다 작은 지장물에 부딪혀 부서지는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중간중간 다듬고 눌러서 단단하게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한단계 안전하게 커진 눈덩이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수차례의 과정을 거쳐 단단하게 커진 눈덩이는 작은 지장물에 부딛혀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직장에서 수습 기간을 거치는 과정도 이와 같은 원리가 아닐까 싶다. 수습 기간이 끝나고 정직으로 조직의 일원으로서나, 사업가로서 탄력이 붙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에너지를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내가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조금 숨고르기가 필요하지 않은가?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