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언의 문화칼럼/이토록 조작된 일상들
김도언의 문화칼럼/이토록 조작된 일상들
  • 나무신문
  • 승인 2008.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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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세계의 일상성>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고 있다. 저자인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 1901~1983)는 알려진 것처럼 마르크시즘 계열의 사회학자인데 이 인상적인 저작을 통해 ‘자본’이 현대세계의 일상 속에, 어떤 구체적인 에피세트를 도모하면서 침투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다.

그가 이와 같은 자신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고안해낸 개념이 바로 그 유명한 ‘소비 조작Consommation dirigee’이다. 자본은, 다시 말해 재화를 소유한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영향력과 헤게모니를 보지하고자 ‘소비’를 이데올로기화시키면서 극적으로 촉진시킨다.
르페브르에 의하면 소비는 정치하게 계산된 이미지의 호위를 받으면서, 혹은 상상력을 수반하면서, 현대세계의 일상을 지배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고 있는 소비 조작이 의도한 내용이다.

이 소비 조작를 실행해내는 메신저가 ‘광고’인데, 광고는 상품의 이미지를 생산하고 유포시키면서 소비를 이데올로기화하는 데 필수적으로 소용된다. 광고에 세뇌당한 소비자들은 소비하지 않을 때, 존재적 박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말장난처럼만 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원재료 값에 비해 몇 백배의 폭리를 취하는 고가 마케팅에 속아 명품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이 저작물이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은 1967년이고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0년이다.
1960년대에 이미 후기산업사회의 징후를 ‘소비’라는 키워드로 짚어낸 저자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선취한 연구 성과는 보드리야르와 조르주 페렉 등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책은 부기하고 있다. 인상적인 대목을 인용해본다.
“일상생활은 반쯤 계획된 집중 행동의 결과로서 조직된다. 점점 더 분명하고 강하게, 소위 우월하다는 행위들은 일상과 관련된 부분에 위치를 정할 뿐만 아니라 일상을 그 목표로 삼고 있다. 일상은 이 사회의 빛과 어둠, 공허와 충만, 힘과 허약함이 투사되는 평면이다.
정치권력과 사회적 형태들이 이 방향으로 한데 모이고 있다. 곧 일상을 공고히 하고, 그것을 구조화하고, 그것을 가동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