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웁살라 린네 식물원①
스웨덴 웁살라 린네 식물원①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09.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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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92 - 권주혁 박사
웁살라 대학 캠퍼스. 사진 오른쪽 건물에 웁살라 대학 이름이 보인다.
웁살라 대학 캠퍼스. 사진 오른쪽 건물에 웁살라 대학 이름이 보인다.

10년전 발행된 나무신문(2012년 9월 24일자)에 필자는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식물원에 대한 기사를 썼다. 그 기사는 필자가 나무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세계의 식물원에 대한 49번째 기사로서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자연과학자 린네(Carl Von Linne)가 20세에 그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 식물원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식물학의 체계를 만드는 일에 평생을 보내게 되는 계기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제 만 10년이 지난 후 필자는 다시 린네에 관련된 식물원 이야기를 추가로 쓰려고 한다. ‘분류학의 아버지(Father of Taxonomy)’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린네의 뛰어난 업적은 조국인 스웨덴보다 오히려 영국이 더 인정해 주었다. 린네가 일생(1707년 출생, 1778년 사망)을 보낸 18세기에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양국의 ‘동인도 회사’ 를 앞세우고 세계의 경제를 주도하여 두 나라는 당시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한편 학문이 발달된 최고의 선진국이었다. 그러므로 네덜란드인들은 17세기를 ‘네덜란드의 황금기’라고 불렀다. 그에 비해 당시 스웨덴은 마치 발전이 안 된 지방처럼 지리적 환경만이 아니고 학문, 경제면에 있어서도 유럽의 변두리에 해당하였다. 그러므로 젊은 린네는 당시 자연과학이 앞서 있었던 네덜란드에 유학가서 공부한 것이고 그의 학문 연구업적은 과학수준이 높았던 영국이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영국인들은 린네를 수시로 초청하여 강연을 받았고 오늘날도 린네에 대한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스웨덴이 아니고 영국이다. 오늘날 런던의 중심인 피카디리 광장에는 린네를 연구하는 린네 학회가 있으며 그 회원 가운데에는 엘리자베스 여왕도 들어있을 정도로 영국의 린네 학회는 연구 활동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린네의 조국 스웨덴에 있는 린네 학회보다 더 활발하다.

웁살라 기차역  대합실의 긴 나무의자. 집성재이다.
웁살라 기차역  대합실의 긴 나무의자. 집성재이다.

여태까지 전세계 136개국의 식물원을 방문한(아마도 세계 기록일 것임) 필자는 2010년 6월 28일자 나무신문(제157호)에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를 연재하기 시작한 이후 어느 나라의 특정 식물원에 대해 일회 기사만 썼다. 그러나 린네가 마지막 여생을 보내며 스웨덴의 조그만 마을인 웁살라(Uppsala)에 만든 린네 식물원 기사는 여러 회에 걸쳐서 기술할 예정이다. 필자가 2007년 싱가폴 식물원을 방문하였을 때 그 식물원에서는 린네의 300년전 출생을 기념하는 조그맣지만 조용한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필자는 린네가 1735년에 발간한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 책이 싱가폴 식물원의 도서관에 전시된 것을 처음 보았다. 그 이후에 필자는 린네가 공부한 네덜란드의 라이덴 대학과 영국 런던의 린네 학회를 방문하였고 드디어 2017년에 린네의 호흡을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스웨덴 웁살라의 린네 식물원과 그가 후진을 가르치던 웁살라 대학을 방문할 수 있었다. 소명을 가지고 청년시절부터 자연과학을 공부하며 식물학에 굵은 획을 그린 린네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심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웁살라 린네 식물원을 A4 용지 1~2 장에 묘사하는 것이 아무리 압축해서 글을 쓴다고 하여도 많은 부분을 생략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번에 쓰는 린네 식물원은 식물원 찾아 가는 길, 린네의 식물학 사상, 연구 배경과 그의 연구 활동까지 모두 기술하여 그의 식물 사랑과 학문연구가 뿜어내는 아로마(Aroma:향기)를 듬뿍 냄새 맡고 싶은 것이다. 필자와 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은 이제 천천히 필자와 함께 린네 식물원으로 함께 탐방 여행을 떠나자. 현지에서는 일반적으로 린네 식물원을 ‘린네 정원’이라고 더 친근하게 부르기도 한다.                                     

천연 목재를 많이 사용한 스웨덴의 기차 내부. 승객의자 사이의 테이블은 너도 밤나무로 만들었다.
천연 목재를 많이 사용한 스웨덴의 기차 내부. 승객의자 사이의 테이블은 너도 밤나무로 만들었다.

필자는 2017년 6월 21일, 수요일 이른 아침에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기차를 타고 웁살라로 향하였다. 스톡홀름과 웁살라 사이는 거의 매시간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기차 칸에 들어가는 출입문은 마치 운치있고 멋있는 카페의 문같은 느낌이 나므로 여행객을 포근한 분위기로 감싸준다. 웁살라는 스톡홀름 북쪽 70Km에 있는 인구 13만명의 아름다운 작은 도시로서 시내 중심에는 린네와 함께 웁살라를 대표하는 웁살라 대학이 있다. 일반적인 기차 출입문크기의 2배가 되는 넓은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기차 안에 들어가니 이 역시 일부러 찾아가 커피를 마시고 싶은 멋있는 카페와 같은 실내가 나타난다. 대학에서 목재를 공부하고 목재회사에서 34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필자의 눈에는 실내에 천연 목재를 많이 사용한 인테리어가 우선 들어온다. 너도 밤나무(Beech)로 만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필자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가씨가 학생처럼 보여 혹시 웁살라 대학교 학생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40분을 달려 도착한 웁살라 기차역의 대합실에도 전형적인 스칸디나비아 가구 디자인의 긴 의자가 놓여있다. 자세히 보니 재료가 스웨덴에서 생육하는 목재로 만든 집성재 제품이다. 필자는 일부러 린네 식물원까지 시내를 걸어서 가며 도중에 린네가 말년에 후진을 양성하였던 웁살라 대학교를 우선 방문하였다. 웁살라 시내를 흐르는 맑은 하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대학은 1477년에, 스웨덴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관록있는 대학교답게 학교 건물이 모두 밝은 색이지만 무게 있게 보인다. 1477년이라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15년 전이다. 벌써 그때에 이미 대학교가 이곳에 세워졌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하였음에도 당시 스웨덴의 학문 수준은 유럽에서 변두리 수준으로 여겨졌으니 당시 영국과 네덜란드 등 국가들의 학문, 과학 수준은 참으로 상당하였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무신문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