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추억 속의 팥~ 팥배나무
내 추억 속의 팥~ 팥배나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7.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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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65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팥배나무(Korean Mountain Ash)
나무 이름도 사람 이름과 같아서, 그 특징을 이름으로 매기는 경우가 많지 않곘는가! 이 나무도 나름대로 해석해 보면, 가을에 빨갛게 익는 것이 크기까지 팥을 닮았고, 배꽃 보다는 작지만 어찌 보면 층층나무 꽃 같기도 한 것이 하얗게 피길레 그리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나 해 본다. 떨구지 않은 지난 해의 갈잎을 보면 잎맥(葉脈)이 빗살처럼 원맥(元脈)의 좌우 대칭으로 나 있어 잎 빗살나무라고도 하고 싶다. 마치 우리네 할머니가 써오시던 참빗, 얼레빗처럼 정겹다. 

산과원(山科院)에서도 홍릉 숲길을 월곡동 쪽까지 갔다가 오는 길목에 몇 그루가 서 있어 낯익은 나무이다. 봄에는 초록 이파리에 하얀 꽃을 보는 즐거움, 가을에는 빨간 열매를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이 곳 세미트리에는 키가 그리 우악스럽게 크지는 않은 이 나무가 한 켠에 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서 있기에 그야말로 발길이 그쪽으로 옮겨갔을 때, 우연히 이름표에 ‘Korean’이 적혀 있어 눈이 확 뜨였다. 검색해 보니 팔배나무이다. Korean Mountain Ash(Sorbus  alnifolia (Sieb.&Zucc.) C.Koch)~ 직역하면 한국의 산록에 자라는 물푸레나무이다. 산과원 ‘조경인의 숲’에 가면 정면에 마가목(馬家木, 馬牙木)-피겨스케이팅의 챔피언 김연아 나무로 알려져 있음-이 있는데 역시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들고 빨간 열매를 다는 것을 보았는데, 이 영명이 Japanese Mountain Ash(Sorbus commixta Hedl.)라고 한다. 또, 이 곳 세미트리에서 American Mountain Ash Sorbus americana Marsh., European Mountain Ash Sorbus aucuparia L. 나무도 눈에 뜨인다.

여하튼 반갑게 만난 Korean Tree이니 잘 살아 어떻게 4계절 성숙해 가는지 보아야겠다. 독도는 우리 땅, 무궁화(Hibiscus)는 우리 나라 꽃, 팥배나무는 우리 나라 나무… 이렇게 외워 보니 노랫말 하나를 지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팥배 열매가 자주색 팥을 닮았고, 그 팥은 우리 유년 시절의 팥죽, 단팥죽, 앙꼬빵 같은 달달하고 걸쭉한 먹거리의 한 소재(素材)가 되었음을…   

 

내 추억 속의 팥~ 팥배나무

오며 가며 마주친 너
그 이름을 타향에 와서야 알게 되었네

타향살이 설움을
하얀 백의(白衣) 꽃으로 달래보네

동지 들면 멀건 팥죽이라도 
팥을 쑤어 울 어무이 먹게 했지

아, 이제 당신 손녀가 팥을 삶아
머핀(Muffin)를 만들어 주네요

점심때 울타리 너머 단팥죽 집
하굣길 국화빵 한 봉지 사들고

엄마 함께 먹으려
졸래졸래
십리길도 머쟎았지

올해도 하얀 팥배꽃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