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일까?
나는 자연인일까?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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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34 - 글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선임연구원
우드케어 이사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구체적인 통계를 본적도 없고, 그에 대해 따로 조사해본 것은 아니지만 내 주위의 얘기를 들어보면 40~60대 중년남성들이 가장 사랑하고 애청하는 TV프로그램의 하나는 MBN에서 절찬리 방영중인 “나는 자연인 이다” 일 것 임이 분명하다. 이런 인기는 인터넷 TV 프로그램 편성표에서도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을 때 마땅히 볼 프로그램이 없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단일프로그램으로 가장 많이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 “나는 자연인이다”이다. 이것 역시 제대로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한번 채널을 끝까지 돌리다 보면 최소 5개 이상의 채널에서 이 프로그램이 항시 방영되고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물론 다른 몇몇 예능프로그램도 반복해서 방영되기고 하지만 “나는 자연인이다” 만큼 높은 빈도로 나오는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다. 중년을 넘기고 있는 나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프로이다. 

중년남자의 로망 자연인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중년남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자연인이다 에서 나오는 출연자를 보면 거의 남자 (그것도 대부분 혼자, 물론 결혼한 분들도 있지만 가족과는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분들)이며, 나이는 50대 이상의 은퇴자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중년남자에게 곧 일어날 상황이거나 이미 자기의 현실인 상황이다. 자연인의 삶은 내가 겪고 있거나 곧 겪을 미래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관심이 있는 것도 같다.

또한 자연인들의 독특한 생활방식은 중년남성들에게 다른 로망을 주는듯 하다.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도시에서 그것도 거의 모든 것이 생활하기에 편하게 조성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자연인들은 산속 작은 움막이나 임시거처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고, 일부 제대로 된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 경우라도 대부분은 자기의 노력으로 지어 살고 있다. 먹거리도 마찬가지이다. 주변의 마트에서 손쉽게 해결하는 도시인과는 달리 삼시 세끼를 자기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조리를 위한 불을 얻기도 쉽지 않다. 말그대로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을 걱정하고 저녁을 생각해야 하는 삶이다. 이런 일반적이지 않은 자연인들의 삶이 그간 변화가 거의 없던 중년남성들의 도시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색다른 호기심이나 이질감을 제공해 주는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는 나는 자연인이다는 중년남성에게 경제활동이라는 평생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의 중년남성들은 대부분 학교를 졸업한 후 인생의 대부분을 사회생활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물론 요즘에 들어서는 경제활동이 남녀구분없이 이루고 지고 있기도 하지만, 사회통념상 가장의 책임은 보통 남자가 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장의 책임과 사회의 구조적 압박 속에서 평생 시달린 중년남성들은 어찌 보면 자기의 정체성 보다는 가족을 위해 살아왔고 이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자연인의 삶으로부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을 아닐까 싶다.

자연인이 산림경영에 방해가 된다.
나는 최근에 우리나라 특정지역의 산림경영현황과 산림을 통한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용역을 맡아서 수행하게 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산림을 경영하는 산주들을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개별 산주 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나라 사유림의 산림경영 현황에 대해 듣고, 산주들이 생각하는 개선방향을 듣고자 하는 자리였다. 대부분의 산주들은 자신들의 산림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농업에 비해 너무나 차별적인 정책, 경영대상지가 산림이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각종 정부의 규제와 환경단체들의 반대, 임산물 판로의 문제 등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 중 나의 주목을 끈 것은 어느 한 산주가 지적한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이 산을 다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분의 주장의 요지는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이 산림에서 임산물을 자연스럽게 채취하여 이용하는 것을 보고 일반인들도 산림에서 나는 임산물에 대한 채취에 대해 거의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이 채취한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을 보면 해당 장면들이 나올 때 법적인 경고 문구를 송출하고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을 그런 문구보다는 실제 화면에서 자연인이 하고 있는 행동에 더 주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64% 정도는 사유림이다. 물론 아직 많은 부분의 산림이 대부분 산림경영계획에 의해 경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역시 많은 면적의 사유림은 산주가 자기 정성과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가꾸고 보살피고 있는 산림이다. 이렇게 가꾼 산림이 누구가에 의해 파괴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산주의 피해가 된다. 국유림이나 국립공원의 피해는 너무 심각하다. 국유림이나 국립공원은 거의 대부분의 계획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우리 국민 모두의 자산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의 자산과 국민의 자산이 한 개인의 홀가분한 삶을 위해 파괴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산림소유권과 이용권의 문제
우리나라 국민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은 매우 철두철미하다. 현재 시점에서는 부동산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유재산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한 애착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같은 부동산이라 하여도 산림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은 아파트나 상가 나 전답과 같은 농촌의 부동산과도 매우 다르다. 남의 집이나 상가를 허락없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상상하지도 못하며, 농촌의 산림과 인접해 있는 전답에 함부로 출입했다가는 농산물 절도범으로 몰리거나, 동네에서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산이라면 어떤가? 우리나라 산의 64%는 사유림이며, 특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이나 도시의 주변의 산림은 거의 대부분 사유림이라고 볼 수 있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국유림의 경우 상당부분 깊은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을 주변의 산을 들어가면서 사유재산을 침범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국민은 거의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유림이건 국유림이건 산은 공공재이며 공기처럼 누리는 천부적인 권리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만남도중 한 산주는 또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산 인근에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섰는데, 산림경영 도중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벌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후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사람이 찾아와 왜 나무를 벌채했냐고 항의를 했다고 한다. 자신이 전원주택을 구입할 때는 주변 경치도 보고 구매를 한 것인데, 벌채로 인해 경관이 많이 상했다며 항의를 하고, 해당 관청에 민원까지 제기하였다고 한다. 산주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산림은 경제적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우리모두의 소중한 자원이다. 그래서 다른 자원보다 국가는 더욱 간섭을 하고 규제를 한다. 사유림의 경우 아무리 내산이라도 산림경영을 위해서는 계획서를 제출하여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벌채나 숲가꾸기와 같은 정상적인 산림경영활동도 반드시 허가나 신고를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규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산주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산주는 이해하고 법적 절차를 따라 산림을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의 사유림 산주들의 상황에 일반인들의 무분별한 산림훼손과 이용은 더욱 큰 상실감을 줄 요인이 크다. 반면 국민들의 산림의 이용권도 보장하여야 한다. 최근 팬데믹시대를 맞아 등산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휴양, 치유 및 관광자원으로서의 산림의 가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둘의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산물에 대한 개인소유권을 확실히 인정하고, 때로는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통해 국민의 인식을 전환 활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앞으로도 산림의 다양한 혜택을 국민들이 계속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신문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선임연구원 / 우드케어 이사 /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서울대학교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했다. (주)효성물산, 우드케어, (주)일림에서 재직했다. 현재 한국임업진흥원 해외산림자연개발 현장자문위원과 녹색탄소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의 산림청, 코트라, 국립산림과학원, 농업진흥청 등의 해외임업과 산림을 이용한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