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무 곁에서
커피나무 곁에서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7.08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와 꽃이 있는 창 64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켄터키 커피나무(Kentucky Coffee Tree)

이곳에서 세미트리에 가면 큰 커피나무(Kentucky Coffee Tree, Gymnocladus Dioicus (L.) K.Koch, Kentucky Coffee Tree, Gymnocladus dioica, Leguminosae,)가 두어 그루 눈에 띈다. Leguminosae 속(屬), North America 원산지이다. 

아침에 아내는 그윽한 향이 나는 커피를 한 잔 마신다. 나는 카페인을 핑계로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모닝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양귀비꽃 곁에 서면 아편이 어떤 것일까 궁금해 하듯, 커피를 안겨주는 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이곳 나무들을 대하니 설레었다.

그 밑에서 나무를 올려다 보면 미국 개오동나무(Northern Catalpa)가 길쭉한 콩꼬투리(Bean pod)를 매다는 데 반해, 이 녀석은 강낭콩(장군콩) 집처럼 제법 큰 넓적한 씨앗 집(씨방)을 달고 있다. 여름에 녹색이다가 가을 되면서 여느 씨앗 집이 그러하듯 갈색으로 변한다. 그리고는 땅에 떨어져 한 개 주워 들고 꼬투리를 열어 속을 본다. 2개 이상의 동그란 씨앗이 속에 누워 있다. 언제 말려 갈아서 향을 맡아 보아야겠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그 많은 커피 원재료(원두커피)를 만들려면 이 정도의 나무 산출(産出)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아 잠시 생각에 잠기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게 되었다.  

토론토 도서관에서 Kentucky Coffee Tree에 대해 언급한 2권의 책을 발견했다. 

~ Early settlers ground up the seeds as a coffee substitute. The seeds contain toxins but these were neutralized by the roasting process. A laxative tea can be made from the leaves. [Hidden Natural Histories- TREES/ The Secret Properties of 150 Species written by Noel Kingsbury] 

~ Early European settlers would roast and use its seeds to make a substitute coffee-like drink- hence the reference to coffee in its name. [Smithsonian Nature Guide- TREES written by Tony Russell]

유럽 원주민들은 커피 대용으로서 이 커피나무 열매를 볶아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천남성 열매가 빨갛게 예뻐도 독성이 있고, 뭇 버섯이 보기 좋아도 독성이 있듯이 이 커피나무 열매도 그냥은 독성이 있다니 맛보기는 저어된다. 열매와 그 속에 든 동글 납작하니 작은 바둑알 같은 씨는 봄, 여름에는 연두 녹색을 띄다가 점차 까무레한 갈색으로 변해간다. 또한 갈변한 씨앗의 단단하기는 망치로 두드려도 여간해서 깨지지 않는다. 이렇게 단단해서 번식은 어떻게 하노? 궁금하다. 가을날 영근 호도나무(Walnut)의 견과(堅果, Nut)가 껍질이 단단해서 잘 깨지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 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 여행을 미국 서부 시카고로 떠난 적이 있다. 수산(水産) 시장통에 있던 스타벅스 원조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나면서. 커피나무의 사계(四季)를 좀더 눈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무스레하게 구불구불한 가지의 모양새가 특이한 커피나무! 한겨울에 콩집을 떨구고 숙연히 한 폭의 흑백의 수묵 담채화를 그려내는 나무! 공자 님 말씀처럼 나는 이 나무를 대하면서 보아서 때로 눈에 익히면 저절로 알고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오늘도 세미트리 한 켠에서 나무 반복 학습을 한다. 망자의 묘역이지만 산 자를 위해서 산책과 사색을 동반하게 해주는 고마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겨울철 침엽수이면 푸르러서 외롭고, 낙엽 활엽수이면 빈 가지여서 쓸쓸하게 우듬지가 만들어 내는 풍경은 한 폭의 수묵 담채화 또는 세밀화를 보는 듯 하다. 

 

커피나무 곁에서

네 곁에 가서 커피 향을 맡으려 했지
커피향은 없고
잎은 맨드래 하니 길쭉 

장군콩 꼬투리 마냥
애기집을 달더군

단단한 그 집 안에 
결 고운 완두콩 마냥
동그란 씨앗을 배었구나

스타벅스 원두 커피 나무는 아닐 말정
저 유럽 원주민이 볶아 마셨다는 켄터키 커피나무!

행여 켄터키 옛집에 가면
벤조 울리면서
그 사내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노래를 불렀을까
목장 가 커피나무를 심었을까

오늘도 멀리서 
나무에 매달린 
장군콩 꼬투리를 보며

옛 커피 향을 그린다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