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의 리가 식물원
라트비아의 리가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06.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91 - 권주혁 박사
리가 식물원 전경.
리가 식물원 전경.

북유럽의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는 고대와 중세시대의 낭만적인 전통과 아름다운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면적은 남한의 2/3, 인구는 200만명인 크지 않은 나라로서 제2차 세계대전중인 1940년에 소련에 의해 합병되었다가 소련이 붕괴중이던 1991년 8월에 소련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하였다(같은 시기에 우크라이나도 소련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하였음). 소련 공산당의 학정(虐政)을 경험한 라트비아는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와 완전 결별하려고 2004년에 EU(유럽연합)와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하여 회원국이 되었다. 과부가 과부 사정을 안다고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라트비아는 비록 나라 크기는 작지만 큰 원조를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발원하여 벨라루스를 거쳐 수도인 리가(Riga)의 가운데를 흘러서 리가만(灣)으로  들어가는 다우가바(Daugava)강은 마치 한강처럼 상당히 넓은 폭을 가졌다. 리가 식물원은 이 강의 서쪽인 팔다우가바(Pardaugava)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팔다우가바는 “다우가바강을 건너서”라는 의미이다. 북유럽의 도시가 대부분 그렇듯이 리가는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서 다우가바강에 면해있는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필자는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식물원에 갈 때 운전기사에게 식물원 앞에서 내려달라고 하였는데 운전기사가 내려 준 곳은 식물원의 후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필자가 탑승하였던 버스의 노선은 정문으로 가지 않으므로 필자를 후문에 내려 준 것이다. 하여튼 그 바람에 필자는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기분으로 식물원의 담을 따라서 정문까지 걸어갔다(후문은 닫혀있으므로). 입장료는 4.9유로인데 필자는 65세 이상이므로 1유로를 경로할인 받았다.  

온실속에 있는 반얀나무와 필자.
온실속에 있는 반얀나무와 필자.

1922년에 개원한 이 식물원은 약5만평의 면적에 8300여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다. 이들은 라트비아를 포함하여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세계에서 가져 온 것으로서 이 가운데 열대와 아열대 지역 식물은 2천종이다. 라트비아의 건조하고 저지대에서 생육하는 2천종의 식물 가운데 1/3을 이 식물원에서 만날 수 있다. 정문을 들어가면 이미 넓은 자리를 잡고 있는 일본 정원이 나타난다. 세계의 여러 식물원이 일본 정원을 갖고 있는데 비해 한국 정원을 갖고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식물원뿐이다(필자가 아직까지 방문한 경험으로는). 이 식물원에 식재된 750여종의 수목 가운데에는 거대한  자작나무, 뽕나무, 은행나무, 삼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코르크나무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현대식 온실 속에는 열대와 사막 식물들이 있는데 특히 뽕나무과에 속한 큰 수형을 가진  반얀나무(Banyan Tree) 또는 ‘벵골보리수’라고 부르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필자는 인도 동부가 원산지인 반얀나무(Moraceae Ficus sp)를 인도의 콜카타 식물원에서 본 적이 있고 (콜카타 식물원의 반얀나무는 수평으로 퍼진 거대한 수목으로는 세계 제1이다) 솔로몬 군도의 초이셀섬의 정글 속에서는 마천루처럼 하늘높이 수직으로 높게 솟은 거대한 반얀나무를 본 적이 있으며 그 외에도 호주 브리즈번 식물원을 포함한 많은 곳에서 이 나무를 본적이 있다. 그러나 온실 속에서 큰 크기의 반얀나무를 본 것은 처음이다. 참고로 반얀나무는 인도의 국수(國樹)이다.

옥잠화.
옥잠화.

꽃 역시 장미, 목련, 다알리아, 나팔꽃  등 각종 아름다운 꽃들이 넓은 식물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진주호수(Pearl Lake)라는 예쁜 영어 일반명을 갖고 있는 백합과(Littaceae)의 옥잠화(玉簪花) 또는 옥비녀꽃(Hosta sp)은 방문객인 필자 앞에서 청초하고 수줍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안개나무.
안개나무.

이 식물원에서 본 특이한 나무는 마치 나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보이는 안개나무(Smoke Tree: 학명 Anacardiceae Cotinus coggygria)이다. 식물원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정문 근처에서 볼 수 있었다. 사진 촬영후에 사진을 보니 마치 사진을 찍을 때 손이 흔들린 것으로 오인할 수 있을 정도로 나무가 옅은 보라색 안개 속에 있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안개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이 나무가 있는 인근에는 넓은 공간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야외극장도 있어 야외 콘서트도 열리고 넓은 잔디밭에서 강연, 댄스 그리고 전람회도 열린다. 이곳에는 “한쪽 신발을 벗은 소녀”라는 제목의 엄청나게 큰 조각 작품이 있다. 현지인 조각가 빅세(Aigars Bikse)가 만든 이 작품은 2017년에 리가 시에서 예술 진흥을 위해 이곳에 설치 한 것이다. 식물원을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여기는 서양의 식물원답게  리가 식물원도 라트비아 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다.    /나무신문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9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