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심상치 않은 6월의 산불 무엇이 문제인가?
밀양, 심상치 않은 6월의 산불 무엇이 문제인가?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06.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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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32 - 노윤석 이사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선임연구원우드케어 이사 /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선임연구원
우드케어 이사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다시 타오르는 밀양 산불이 심상치 않다. 모든 산불이 지역주민과 그 지역의 자연생태계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재해이지만, 이번의 밀양 산불은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첫째 발생시기가 5월말~6월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는 녹음이 우거지고, 봄비도 어느 정도 내려 겨울가뭄이 해소되는 시기이다. 그에 따라 산불의 발생빈도가 잦아들어 산불 경보가 해제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이제 산불조심기간의 한정이 무색해지게 되었다. 이번 산불만해도 기존에 5월15일까지였던 산불경계기간이 여러 지역의 크고 작은 산불의 발생에 따라 6월5일로 연장되었다가 밀양 산불로 열흘 더 연장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최악의 봄가뭄으로 농사조차 힘들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산불의 발생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밀양 산불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로 수거된 죽은 나무더미로 인해 더욱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소나무재선충을 방제하기 위해 감염목이나 감염의심목 등을 벌채하여 산지에 쌓아 놓고 훈증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나무더미가 산불의 연료가 되어 화력을 더욱 키우게 된 것이다. 원래 봄철이나 여름철의 산불이 자주 나지도 않지만 나더라도 그렇게 커지지 않는 것은 나무들이 수분을 많이 머금어서 불이 잘 번지지 않고, 하층식생들도 많이 자라 산지표면에 있는 임지잔재를 덮어 불이 잘 붙지 않고 붙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밀양의 경우 잘 마른 재선충 피해목들의 더미가 오히려 산불의 진앙지가 되어 산불의 진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기후위기에 의한 봄철가뭄으로 인한 산불 발생은 우리의 힘으로 막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산지에 널리 퍼져 있는 불쏘시개로 인한 산불은 적절한 산림관리를 통해 막을 수 있다. 이번 팬데믹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사람이 밀집되어 사는 도시지역 이었다. 그만큼 바이러스의 전파가 쉽고 대량발생의 경우 대응도 어렵기 때문이다. 산불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산림이 밀집한 경우는 나무 자체의 건강성도 떨어지고 소나무재선충과 같은 병해충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처리목들을 그대로 산지에 놓아두게 되면 이번처럼 산불을 키우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번 진화과정에서 확인되었듯 산림이 너무 빽빽한 경우 소방헬기에서 분사한 소화액이 바닥까지 닿지 못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

우리나라 숲은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겉은 푸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마른 잎과 죽은 가지류가 켜켜이 쌓여 있다. 산에 나무를 심고 50년 동안 입산 통제를 하는 동안 나무가 자라면서 지나치게 밀도가 높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죽은 나무도 많아지고 그나마 살아남은 나무들도 부족한 공간에서 지나친 경쟁에 치여 감염병에 쉽게 무너지고 가뭄과 산불에도 취약한 상태이다. 

큰 나무 솎아베기 작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숲의 면적에 비해 매년 1.5% 면적에서 진행되고 있어 숲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산불의 규모와 빈도가 심각해지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임도가 없어 간벌한 나무를 아래 사진처럼 숲에 버려 두고 오기 때문에 산불을 키우고 홍수가 나면 강변과 해변을 어지럽히곤 한다. 

올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임도 건설과 큰나무 솎아베기, 임목 수거의 조치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산림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면 산불도 막을 수 있고,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와 비산먼지, 온실가스의 배출도 막을 수 있다. 산림의 혈관인 임도를 개설하고, 이렇게 건설된 임도를 통해 지나치게 쌓인 연료를 걷어 내서 병들고 죽어가고 타들어 가는 산림을 건강한 생태계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두 장의 사진은 전북 고창의 편백숲을 찍은 것이다. 같은 날에 심었고 같은 날에 찍은 사진이다.  숲 가꾸기로 큰나무 솎아베기를 한 숲과 하지 않은 숲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위의 사진처럼 심기만 하고 솎아주지 않으면 나무들이 하나같이 좁은 공간에서 젖가락처럼 가늘게 하늘로만 올라간다. 공간이 비좁아 누릴 수 있는 물과 빛이 적어 건강도 나쁘고 병충해에 약할뿐더러 가뭄이 오면 쉽게 죽는다. 마른 가지들이 바닥에 쌓여 있어 불이 났다 하면 순식간에 번진다. 아래 사진은 큰 나무를 솎아준 공간에 어린 나무들이 자라나 다세대, 다양한 수종이 공존하는 숲이 되었다. 살아 있는 숲이 된 것이다. 불이 붙어도 크게 번지지 않고 공중에서 물을 뿌리면 바닥까지 적셔지기 때문에 산불에도 강하다. 

따라서 산불 대형화와 빈도의 증가에 대한 해법은 신속하고 즉각적인 큰 나무 솎아주기 실시와 솎은 나무 회수를 위한 임도 개설 조치라 할 수 있다.    /나무신문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선임연구원 / 우드케어 이사  /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서울대학교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했다. (주)효성물산, 우드케어, (주)일림에서 재직했다. 현재 한국임업진흥원 해외산림자연개발 현장자문위원과 녹색탄소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의 산림청, 코트라, 국립산림과학원, 농업진흥청 등의 해외임업과 산림을 이용한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