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목재포럼 | 나무 심으러 산으로 간 어부(漁夫)
여의도목재포럼 | 나무 심으러 산으로 간 어부(漁夫)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6.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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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
이동흡 교수
이동흡 교수

5월에는 바다와 관련된 국가기념일이 이틀이나 있다. 바로 ‘바다 식목일’ 5월10일과 ‘바다의 날’ 5월31일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바다 식목일’을 지정하고 연안 어업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바다에 서식하던 해조류가 점차 사라지면서 물고기들이 먹을 수 없는 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는 갯녹음(바다 사막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2030년까지 5만4000헥타르의 바다 숲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바다 숲 조성은 민둥산에 나무를 심듯이 바다에 인공으로 해조류를 심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세부 사업은 황폐한 바다에 인공어초를 이용해 바닷말류를 심고, 해조류가 부착할 수 있도록 석회조류를 긁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필자의 눈에는 이 사업이 어색하다. 오지랖이라 생각하지만 산림 생태계에 바다 식목기술이 가미되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해 본다.

모든 생물은 자연과 연결고리를 갖고 그 시스템을 축으로 돌고 있다. 그 축이 무너지면 시스템 전체가 정지하면서 종의 절멸로 이어진다. 그래서 자연계는 이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임업과 어업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서로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고 생각한다. 조상들이 연안부에 숲을 보호하고 어부림을 조성한 것도 강으로부터 영양분 공급이 풍부한 연안부가 어업생산성이 높은 것도 이러한 연결고리와 무관하지 않다. 

어족 자원이 풍부하려면 바다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는 식물 플랑크톤이나 해조류가 풍요로워야 한다. 바다는 자체적으로 유기물을 생산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산의 나무나 풀로부터 유기물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들 육상생물이 분해하면서 만든 질소와 인 등의 영양 염류가 식물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특히 활엽수림에는 이러한 성분이 풍부하므로 바다 생물을 키우는 산실이 되고 있다. 낙엽 부엽토층은 연안의 식물 플랑크톤이나 해조의 생육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산에서 강으로 운반되어 온 영양분을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면서 증식하고, 그것을 동물 플랑크톤이 먹고, 또 물고기가 먹고… 하는 생태 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연속되어야 바다가 건강해 진다. 

바다 먹이사슬의 기점은 숲이다. ‘숲은 바다의 연인’이며, ‘강은 숲과 바다를 연결하는 매파(媒婆)’라고 할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1988년부터 물고기 번식을 위한 식목 캠페인이 있었다. 삿포로 해변의 부녀자 1400여 명이 바다로부터 물고기가 다시 돌아오라고 산에 나무를 심는 계기가 어부가 바다를 떠나 산에 나무를 심는 ‘바다의 날’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홋카이도, 미야기, 이와테 현에서 시작한 것이 현재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다 식목일’은 유엔에서 채택된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 있는 ‘바다의 풍요를 지키자’ ‘육지의 풍요도 지키자’라는 목표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우리도 풍부한 연안 어업 자원을 미래에 걸쳐 지속가능하도록 산림의 유지관리에 어업분야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