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 아주까리 아리랑
아우라지 아주까리 아리랑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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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61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아주까리(藣麻子, Castor bean)
아주까리 동그란 씨를 고국에서 가져와서 뒤란에 심었더니 조막손처럼 잎을 펼치더니 여름내 잎을 피워 조그만 양산처럼, 우산처럼, 아니 연잎처럼 피웠다. 쭉 뽑아올린 대에는 올라가면서 마디를 맺고 그 옆에 우산처럼 펼친 잎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잎은 잎 중심으로부터 본(本) 잎맥이 7~8개 손가락이 자리한 손바닥이듯 그 위에 퍼져나가고, 본 잎맥에서 좌우 측맥들이 자잘하게 벋어있다. 위로 가면서 줄기는 속을 비워 마치 대(竹)를 연상케 한다. 빈 속인데도 저리 넓적한 잎을 열다니, 그 생리는 도무지 모르겠다. 뽕나무 피는 계절이면 뽕잎을, 연꽃 피는 계절이면 연잎을, 아주까리 피는 계절이면 아주까리 잎을, 또, 호박잎 따서 된장에 무쳐내던 어릴 적 어머니의 밥상머리 손맛에 가슴이 찡하다.

이곳 세미트리에서 큰 화분(Planter)에 심어놓은 관상용 아주까리를 보면, 정부(頂部)에 볼그레하니 마치 조그만 밤송이 같은 열매가 무리지어 송글송글 맺혀있고, 쬐그만 빨갛고, 노란 꽃이 아래에 달려 있다. 양귀비도 꽃 양귀비가 있듯이 꽃 아주까리가 있다면 그 종(種)이 아닌가 한다. 꽃 양배추도 있듯이… 이들 관상용 아주까리를 보면서 정선 아우라지 강(江) 가에 피어 있던 아주까리를 떠올렸다. 어디선가 구성진 아리랑 곡조가 들려오는 듯 하다.     /나무신문

 

아우라지 아주까리 아리랑

정선이라 아우라지
강가에 나서면

아주까리 아리랑
들려왔지

님 실은 쪽배 
강 너머로 갈 적

아주까리 아리랑 
들려왔지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숲 깊고 골 깊은 정선
아우라지 강가로 나서면

님이 온다고 떡방아 찌을까

님이 온다고 아주까리 동백 기름
머리에 바를까

아주까리 꽃 피면
다시 쪽배 저어
오마던 님

아우라지 강가에 가면 
아주까리 아리랑 들려온다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