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같지 않은 꽃~ Jerusalem Artichoke
뚱딴지 같지 않은 꽃~ Jerusalem Artichoke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3.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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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59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뚱딴지(Jerusalem Artichoke)

산과원의 예전 키 큰 나무 낙우송(落羽松)이 심겨져 있는 사이로 그 키를 따라 올라가기라도 하려는 양 큰 키에 노란꽃이 피어 있곤 했다. 항상 돼지감자라 불려서 가을이 다가올 무렵이면 땅속을 파보고 싶은 유혹에 젖고는 했다. 이 꽃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담다디’를 부른 이상은 여가수의 모습이 떠올라 가만히 입가에 웃음을 머금어 본다. 왜일까? 딱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저 멀대같이 위로 쑥 올린 큰 키에 샹그러운 꽃이 그녀의 웃는 얼굴의 인상을 많이 닮은 것 같다. 아니, 그녀가 그 꽃을 닮은지도 모를 일… 그 꽃 가를 지나가면 ‘난 정말 그대를 사랑해. 그대가 나를 떠나도..’ 노랫말에 ‘담다디~ 담담디담~’ 후렴이 계속 들려온다.   

그런데 왜 영명(Jerusalem Artichoke)의 첫자에 ‘Jerusalem’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상상, 환상은 자유라 치면, 산티아고 순롓길에 혹시 여름 꽃으로 생명력이 강한 저 꽃이 해바라기 모양 주님을 바라면서 피어있지는 않았을까? 또 돼지감자로 만나를 해서 먹지는 않았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예수를 평생 바라보며 살았을 여인 마리아 막달레나를 의미하는 꽃이라서?

 

뚱딴지 같지 않은 꽃~ Jerusalem Artichoke

꽃, 전혀 뚱딴지 같지않다

누가 널 뚱딴지라고 하니?
멀대같이 큰 키
해바라기보다는 작고 동그란 얼굴
초선(貂蟬)이 너같지 않았을까?

뚱딴지는 돼지감자래~
네 발부리가 그리 못 생겨
어줍잖은 별명을 가졌니?

너, 쭉 뻗은 키에 
동그마한 동정(童貞)의 얼굴 
마냥 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 사라지는 걸 어쩌니?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