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감식안과 비평능력
문화칼럼/감식안과 비평능력
  • 나무신문
  • 승인 2008.01.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은 한국의 출판시장에 대해서 말을 해볼까 한다. 한국의 출판시장은 현재 기형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책의 정확한 판매부수조차 집계되지 않는 전근대적인 유통과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결재하는 원시적인 대금거래는 출판사의 생산 및 투자의욕을 꺾고 도산을 불러온다. 책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출판에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 등에 투기하는 몰지각한 오너들은 이런 환경에서 기생하는 것이다.

출판자본은 인기작가와 계약을 맺고 마케팅력을 동원, 급조된 베스트셀러를 양산해내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시장’의 형성은 상품과 소비자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출판시장도 이 점에 있어서 예외가 되기 어렵다.
모든 시장에는 유령처럼 떠도는 이미지와 풍문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까. 심하게 말하면 풍문과 이미지가 없는 곳은 이미 현대에서 시장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풍문과 이미지로 표상되는 상품의 메타포들이 소비자들을 회유하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신화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제우스와 아폴로를 위시한 올림포스의 신들이 님프 따위들과 정을 통하기 위해 지상에 유리한 풍문을 유포시키고, 자신들의 이미지를 가공했던 사실을 상기해보자.
현재의 출판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짚기 위해선 문화권력과 스타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출판사는 스타작가에게 집착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장 안정적인 수입의 메카니즘을 실제적으로 구현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화권력의 자장을 이루는 삼각주(Delta)에는 언론, 평론가, 출판자본이 자리한다. 이들은 소그룹별로 카르텔을 형성해 예견되는 이익 앞에서 결사적으로 담합한다. 나는 문학판을 드나들면서 이 문화권력의 삼각주를 주유하기에 바쁜 작가들을 직접 목격했다.
줄을 서는 건 작가로서 못할 짓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밥그릇 앞에서 초연할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악성적인 순환 고리를 타파하기 위해선 좀 뻔한 대안이겠지만 문화소비자를 포함하는 시민사회의 각성이 절실하다. 시민 모두가 문화감시자로서 최소한의 감식안과 비평능력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