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의 새로운 이용 ­ 목섬유 단열재 (Wood Fiber Insulation)
목재의 새로운 이용 ­ 목섬유 단열재 (Wood Fiber Insulation)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03.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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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27 -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노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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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Insulation)는 보온을 하거나, 열을 차단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로, 주로 건물의 보온이나, 유체의 수송관, 보일러 등에 사용되는 재료이다. 특성상 열전도율이 낮은 열 부도체를 원료로 사용하며, 대표적인 원료로는 EPS(발포 폴리스타이렌, 상업명 스티로폼), 석면, 유리섬유, 우레탄, 페놀폼 등이 있다. 

단열재의 역사를 살펴보면, 선사시대 이전부터 단열재의 형태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며 선사시대 이집트와 북유럽에서는 진흙의 단열성능을 이용하여 가옥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그 형태는 달라 이집트에서는 흙벽돌의 형식으로 사용했으며, 북유럽의 경우에는 진흙을 프라스터 형식으로 가공하여 갈대와 같은 식물섬유와 결합하여 가옥을 만든 기록이 있다. 또한 고대 그리스에서는 단열재로 석면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석면의 영문인 Asbestos는 고대 그리스어로 “불멸 inextinguishable”의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세시대에는 건축물의 외벽을 주로 돌로 지어져, 매우 춥고, 축축하고, 외풍이 심하였다. 이에 따라 두꺼운 천으로 벽이나 복도를 막아 단열을 하기도 했다. 단열재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이후 인데, 이 시기에 단열재가 개발된 것은 건축물의 단열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증기터빈의 발명에 따라 배관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건축물의 단열에는 아직 큰 기술의 발전이 없었고, 단열재로 주 원료도 1급 발암물질(당시에는 몰랐겠지만)인 석면을 사용하였다. 본격적인 건축물용 단열재는 1930년대 유리섬유가 제조되기 시작하면서 발전되었으며, 경제의 발전에 따라 쾌적하고 따듯한 생활환경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재료가 개발되어 상용화 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티로폼 단열재의 경우에는 1940년대 미국의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에 의해 개발된 후 다양한 제법의 개발을 통해 상업화 되었다. 

최근엔 건축물의 단열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건물부분은 전 세계 에너지량의 약 40%를 사용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1/3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며, 이에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에서 건축 부분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건축물 단열재 성능 향상 및 친환경성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단열재로는 스티로폼, 우레탄, 페놀폼 등 유기성 단열재와 글라스울, 미네랄울 등 무기성 단열재 등이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 원료를 사용하는 유기 단열재의 경우 화재에 취약하며 많은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생산 및 폐기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무기 단열재의 경우 내화성은 뛰어나지만 단열 성능이 좋지 않고, 시공성도 좋지 않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래 그림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단열재들의 종류와 그 특성을 나타낸 도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단열재 시장은 석유화학계 유기 단열재가 74.3%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플라스틱 계열의 건축 단열재들은 건축물의 수명이 다했을 때 건축폐기물로 분류되어 이의 처리에 따른 폐기물 소각비와 매립비의 증가 및 환경과 안전문제가 많이 대두 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프라스틱 계열의 단열재인 EPS와 XPS로 인한 인명피해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에서는 스티로폼, 우레탄폼과 같이 연소 시 유독가스가 다량 배출되는 단열재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 단열재의 안전기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플라스틱 계열의 단열재의 경우 연소 시 유독가스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제품들 중 글라스울이나 미네랄울과 같은 무기 단열재와 페놀품 등의 열경화성 수지를 이용한 유기 단열재 들이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생산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여 많은 탄소를 대기중에 배출하게 된다. 탄소발자국의 측면에 볼 때 목재제품을 생산할 때 kg당 0.3톤의 탄소가 배출되는 데에 비해, 유리섬유는 8.1톤으로 목재에 비해 약 27배의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목섬유 단열재로 기존 유기 단열재를 대체하게 되면 403만 톤 CO₂의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에 의한 배출량(390만톤CO₂)보다 많은 수치이다.

녹색건축물은 설계와 시공 유지, 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한 건축물에 대한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개발의 실현을 목표로 인간과 자연이 서로 친화하며 공생할 수 있도록 계획된 건축물의 입지, 자재선정 및 시공, 유지관리, 폐기 등 건축의 전 생애(Life Cycle)를 대상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건축물의 환경성능을 인증하는 제도로 목섬유 단열재는 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 저감의 측면에서 녹색건축물의 건축재료로 가장 적합한 단열재의 성능을 판단할 때는 전통적으로는 열전도율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연소성능, 연소 시 유독가스 배출여부, 시공성(가공성) 등의 기준이 있으나, 최근에는 생산 시 소요되는 에너지와 더불어 폐기물의 발생여부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기준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있다. 아래 표는 우리나라에서 제정중인 목섬유 판상 단열재의 품질기준(안)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목섬유 단열재는 기존 단열재의 매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우선 목섬유 단열재는 가연성이긴 하지만 화재 시 유독가스의 배출이 매우 적어, 거주민의 대피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 유독가스에 의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탄소중립자재인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목재를 건축물내에 장기간 저장하게 되며, 이로써 탄소네거티브인 건축물과 도시를 만들 수 도 있다. 또한 건축물의 수명이 다하여 건축물이 해체될 때에도 재활용 되거나, 유해물질의 배출없이 곧바로 폐기될 수도 있다. 또한 목섬유 단열재는 그 변형이 얼마든지 가능하여, 판상형, 롤형 또는 뿜칠형 등으로 개발될 수 있어, 다양한 건축물에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녹색건축물이나 공공건축물 그리고 목조주택에 가장 적합한 단열재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목섬유 단열재 역시 아직 개선하여야 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가연성이라는 점과, 부후성에 대한 대책, 상대적으로 낮은 단열성능 그리고 경제성 측면에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연성과, 부후성 측면은 현재의 목재가공처리기술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으며, 다른 불연자재와의 결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목섬유 단열재의 경우 0,040정도의 열전도율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좀 더 낮출 수 있는 기술개발도 필요하며, 가장 중요한 경제성부분에서도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나 에너지작물과 같은 저렴한 원재료를 이용하여 원가개선을 하거나 공정개선 등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목섬유 단열재는 유럽에서는 매우 대중화되어 있으며, 북미지역에서도 점점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목섬유 단열재시장은 초기단계로 주로 유럽의 제품을 수입하여 시공하는 정도 였으나, 2021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를 통해 목섬유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이 개발되었으며, 국내 목재관련 기업을 통행 상용화 시도를 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시장이 넓어 질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케나프와 같은 다양한 식물 섬유를 이용하고, 무기질 바인더를 이용하여 목섬유를 접착하는 등 다양한 기술개발이 시도 되고 있어 더욱 경제적이고 품질 좋은 목섬유 단열재가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목재의 새로운 이용방법의 개발을 통한 목재 이용의 증대는 현재의 기후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좋은 해결방안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