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정부 계획안과 산림부분
2050 탄소중립 정부 계획안과 산림부분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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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20 -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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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5일 발표된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세가지 탄소중립시나리오는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의 선언을 한 후 이에 대한 실질적인 실행계획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27.6백만톤으로 전환부분이 37%(269.6백만톤)를 차지하여 가장 크고, 뒤를 이어 산업 부분이 36%, 수송부분이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 중 11위, OECD회원국 중에서는 5위에 해당한다. 

이번에 발표된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1안은 기존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발전, 원료와 연료 전환을 고려한 시나리오이며. 2안은 1안에 추가적으로 화석연료를 더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는 내용이다. 3안은 화석연료를 과감하게 줄이고 수소 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하는 등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시나리오에 따른 시나리오별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1안일 때 2천450만톤, 2안은 1천870만톤, 3안은 0으로 우리가 원하는 탄소중립이 이루어지는 넷제로이다.

각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흡수 부분에 대한 배출원과 흡수원별로 배출량감축 및 흡수량을 계획하고 있으며, 각 부분에는 전환,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그리고 흡수원 등이 있다. 여기서 전환은 일반적으로 발전(에너지)부분을 이야기 한다. 이 중 눈에 띠는 부분은 흡수원에 CCUS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CCUS란 공기중의 탄소를 포집하여(Carbon Capture) 이를 저장(Storage)하거나, 이용(Use)하겠다는 기술인데, 최근에 세계적으로 상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후술하겠지만 산림 말고 다른 흡수원이 생겼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수도 있겠지만 마냥 반길수 만은 없기도 하다. 

전통적인 흡수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 산림의 경우, 2018년 기준 흡수원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량은 4천130만톤으로 분석되었고, 이에 대해 그대로 산림을 놔둔 상태로 산림을 관리했을 때 (전문적인 용어로 Business As Usual (BAU)라고 함), 즉 강화된 산림대책이 없을 경우 2050년에 가서는 산림의 흡수능력이 1천390만톤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의 우리나라의 산림이 중령림 이상의 나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산림의 탄소흡수능이 떨어지고, 산업화와 도시개발 등으로 인한 산림파괴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안에서는 산림관리 강화를 통해 1·2안에서는 년간 탄소 흡수량을 2천410만톤으로 잡고, 3안에서는 2천470만톤으로 잡았는데, 3안의 경우 목재를 건축재로 사용을 늘림으로써 추가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이는 BAU상태 보다 약 11백만톤을 추가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하는 것이지만, 2018년 기준 흡수량보다는 약 27만톤이 감소한 수치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할 수치가 또 있다. 탄소중립이 이슈가 된 후 올해 초 산림청에서는 산림부분 탄소중립정책 초안을 발표하였는데, 이 발표의 주요내용은 탄소중립을 위한 30억그루 나무심기, 산림바이오매스 이용활성화 등이었다. 이때도 역시 산림부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였는데, 이때 발표된 수치는 2018년 기준이 45.6백만톤, 2050년 목표가 34백만톤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수치와는 2018년 기준치와 2050년 목표치가 다 다르다. 2018년 기준치가 다른 것은 산림통계 작성 및 해석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치고 (사실 이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산림데이터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며 산림의 디지털화를 통해 꼭 해결해야 한다.), 2050년 목표치와 또 1천만톤이 차이가 난다. 필자가 이번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왜 반년도 안되 목표수치가 이렇게 많이 변했는지는 짐작이 간다. 산림청이 올 해초 탄소중립시안을 발표했을 때 환경단체 등으로 부터 많은 공격을 당했다. 주된 이유가 산림청이 탄소중립을 위해 멀쩡히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벌채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벌채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목재를 공급하고, 산림병해충을 관리하며, 일시적인 산림복구로 인한 산림의 영급구조의 불균형 (30~40년생 나무들이 산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개선 하기위한 산림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벌채면적과 벌채량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매우 적은 양이다. 핀란드의 목재연구소의 SNS에서 자기나라는 년간 전체 산림면적의 2%만 베고 있어서 매우 잘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을 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0.5%의 면적을 벌채하고도 비판의 중심이 되어 버린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번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CCUS, 즉 이산화탄소 포집, 이용, 저장기술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탄소중립안을 봤을 때 탄소중립위원회 위원들의 고민이 눈앞에 선하였다. 시나리오상에서 탄소중립을 이루어 내긴 하여야 하는데, 산업계의 반발, 현실적인 감축방안 등에 한계를 느꼈을테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하나 나온 것이 CCUS 일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1800만톤이 탄소포집 장치에 의해 회수,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술의 가장 큰 문제는 톤당 21불의 포집비용이 발생하는 고비용 기술이라는 점이다.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비용이 21불인데 순도가 낮고 굴뚝이 높은 화력 발전소굴뚝에서 매연을 포집하여 이산화탄소를  선별, 저장하려면 막대한 시설투자비와 운전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에 비해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방법은 톤당 6불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시설투자비가 안 들어가고 나무가 크면 소재와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부수적 장점도 제공한다. 나무는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기 때문에 공기를 정화하고 대지의 온도도 내려주는 다른 순기능도 제공하여 준다.

그런데 이번 우리나라에서 발표한 CCUS의 경우, 1안은 9500만톤, 2안은 8500만톤, 3안은 5790만톤을 저장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산림부분에서 흡수하는 양의 거의 4배가까이를 CCUS를 통해 감축하겠다는 것인데, 현재의 기술수준과 환경에서 가능할 지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이런 기술이 더욱 빨리 개발되고, 원가도 절감되어 기후변화의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잡길 바라고 싶다. 또한 이번 중립안에선 CCUS분야에 강력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권고하였는데, 과연 산림흡수원에는 얼마나 투자가 계획될 것이지도 궁금하다. 훨씬 저렴하고 환경적인 대안이 있는데 이를 먼저 고려하는게 순서 아닐까 싶다.

기후변화 대응에 선제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연합을 사례를 살펴보자. 유럽연합의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노력은 7월14일에 발표된 EU의 자연자원관리정책과 새로운 산림관리 정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EU는 30년 동안 30억그루의 나무를 심어, 산림을 통해 총 3.1억톤의 탄소를 흡수하여 기존의 계획보다 1억톤 정도의 탄소 흡수량 증대시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산림을 조성하고, 가꾼 뒤, 이를 벌채하여 또 다른 탄소저장고인 목재로 이용하고, 최종단계에서는 탄소중립 에너지원인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하여 열과 전기를 생산하여 에너지부분의 전환도 함께 이루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의 산림과 우리나라의 산림은 다를 수 밖에 없고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 보다는 쉽게 산림면적의 확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훼손지복구, 적극적인 숲가꾸기를 통한 단위면적당 탄소흡수량의 증대, 유휴지, 한계농지 등에의 신규조림, 도시숲 조성, 건물녹화, 바이오순환림 조성, 목재이용의 전면적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산림탄소흡수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이야기 겠지만, 우리나라 산림의 탄소흡수량을 2018년 수준으로 2050년까지 유지만 한다면, 현재 시나리오 1안의 탄소배출량을 그대로 상쇄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또한 목재를 이용한 탄소저장 수치도 이번 시나리오 3안에서 약 60만톤을 잡았는데, 이도 너무 소극적인 대응이 아닌가 싶다. 해외에서는 많은 경우 신규건축물이나 공공건축물의 신축 시 목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탄소의 숲으로 만들 수 있다.

산림과 탄소중립부분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다른 부분은 에너지 부분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전환부분으로 발표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최소화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을 하겠다는 것이다. 산림과 목재에서 생산할 수 있는 산림바이오매스는 탄소 중립적인 에너지로 다른 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부분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에너지에서 바이오에너지   /   재생에너지 중 바이오매스 부분** Eurostat 2019
전체에너지에서 바이오에너지 / 재생에너지 중 바이오매스 부분*   (* Eurostat 2019)
원시림, 이탄지 및 습지 지역의 바이오매스 원료이용의 금지
원시림, 이탄지 및 습지 지역의
바이오매스 원료이용의 금지

유럽의 경우도 바이오매스는 전체에너지의 12%, 재생에너지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역시 바이오매스의 환경성 문제 특히 재생가능성 여부, 산림파괴에 대한 비판,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의구심 등 여러 요인으로 많은 논쟁이 있어 온것도 사실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이런 비판을 수용하고, 좀더 발전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 생물다양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준을 제정하고 이에 맞춘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4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고 산림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를 3억톤까지 올려서 1990년 대비 55퍼센트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발표하였다.

2026년까지 산림바이오매스의 전기생산만을 위한 발전 금지
2026년까지 산림바이오매스의
전기생산만을 위한 발전 금지

이를 위해 유럽연합의 7가지 상호 연계된 법률을 수정할 예정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중에서 비중이 가장 큰 목질계 에너지 사용에 대해서 목재를 소재로 우선 사용하여 탄소 저장을 극대화하고 목재가공 부산물과 목재제품 수명이 종료된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되, 2026년부터는 전기만 생산하는 발전소에는 목질계 연료 사용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즉, 바이오연료 사용시 열효율이 낮은 화력발전소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열효율이 높은 난방과 열병합 발전 에만 사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재생에너지의 65퍼센트가 바이오에너지이고 그 중 70퍼센트가 목질계 연료이기 때문에 바이오에너지와 목재연료에 대해 특별한 비중으로 강조하면서 열효율 향상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품질 좋은 원목과 그루터기 및 뿌리의 에너지 원료사용 금지
품질 좋은 원목과 그루터기 및
뿌리의 에너지 원료사용 금지

목재 및 바이오에너지는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태양에너지를 전환해 놓은 에너지이자 소재이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원료와 연료를 동시에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유난히 산림, 농업, 바이오에너지, 목재산업에 무관심해온 것이 사실이다. 농림부와 산림청은 국민총생산 비중이 낮아 예산과 정책상 후순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가 없이 성과를 바라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투자와 더불어 정책입안자들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는 듯하다. 탄소중립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분야중의 하나가 산림과 토양, 바이오에너지와 목재, 농어업 생산 방식의 전환 등인데 탄소중립위원회 위원들을 보면 농어업, 산림 분야 전문가들이 보이지 않고 산업계와 학자들 중심이다. 지금까지의 관점 (산업부와 환경부의 기간산업 중심의 관점과 방법)으로는 제대로 된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전략 수립이 어려워 보이는게 사실이다.

모든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에 최소한의 온실가스저감장치 설치의무화
모든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에
최소한의 온실가스저감장치 설치의무화

그래서 그런지, 이번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지속가능 농어업과 산림경영, 목재 소재산업 육성을 통한 원료 및 에너지 전환, 식량 생산 방식의 전환, 대지와 해양을 활용한 온실가스 흡수량 증진 등 즉각적으로 실행 가능하고 비용효율이 높은 방법에 대한 과감한 실행계획이 없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약 30년간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실행과정에 있어 여러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변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과정에서는 산림, 농업, 환경 등 자연생태계의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여야 할 것이다.

소규모(5MW이내) 열병합발전에 EU 지속가능성 지표의 적용
소규모(5MW이내) 열병합발전에
EU 지속가능성 지표의 적용

해양과 토지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의 광합성활동에 의지하지 않고는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서 절대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언제나 깨닫게 될까? 바다의 산호초가 다 죽고 뒷산에 숲이 산불로 타오르고 나서야 깨닫게 될까?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