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진리대학 식물원
타이완 진리대학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02.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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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89 - 권주혁 박사
캠퍼스의 반얀나무길과 필자.
캠퍼스의 반얀나무길과 필자.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페이(臺北) 서북쪽에 있는 단수이(淡水) 지역은 신베이(新北)시에 속한 구(區)이다. 타이페이 시내의 중산(中山)역에서 단수이 역까지는 전철로 약 40분 걸리는 거리이다. 단수이 강이 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진 진리(眞理)대학교는 규모가 크지 않은 대학이나 타이완 최초의 서양식 캠퍼스를 가진 대학으로서 마치 식물원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미국 대학교(American University of Beirut)가 마치 식물원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므로 공식적으로 이 대학의 정원은 정규 식물원으로 등록되어있는데 비해 진리대학의 미원(美苑) 정원은 공식적으로 식물원이라는 이름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 대학의 정원은 식물원이라는 이름을 갖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캐나다의 장로교 선교사 맥케이(George Leslie Mackay) 박사는 1872년에 처음으로 타이완에 선교목적으로 와서 타이완 북부지역에 기독교의 복음을 전하다가 귀국하였다. 그 후 1880년에 다시 타이완에 돌아 온 그는 캐나다 온타리오주(州)의 옥스퍼드군(郡) 주민들이 당시 화폐 6천달러를 모아서 지원해준 자금으로써 단수이에 전문학교를 세웠다. 학교 건설에 필요한 벽돌과 목재는 해협 건너 중국 본토의 샤먼(廈門)에서 구입해 와서 1882년에 크지 않은 단층 건물을 세울 수 있었다. 이 학교에 맥케이 박사는 기부금을 보내 온 사람들의 지역 이름을 붙여 Oxford College라고 이름 지었고 중국어로는 이학당대서원(理學堂大書院) 또는 우진학당(牛津學堂)이라고 불렀다. 그때 만든 건물은 현재는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독교 이념으로 세워진 이 대학의 설립이념은 3H로서 Humble(겸손), Humane(인도적), Humerous(익살, 기쁨)이다. 그러므로 대학 안에서 가장 큰 도로에는 ‘3H대도(大道)’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초기에 옥스퍼드 전문대학으로 시작한 이 학교는 1999년에 대학으로 승격되자 이름을 그리스어를 영어로 표시하여 진리대학(Aletheia University)이라고 변경하였다. ‘옥스퍼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학교이므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 대학을 ‘옥스퍼드 대학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 대학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과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캐나다의 옥스퍼드 지역과 관련이 있다.

3H 대도. 사진 뒤쪽이 정문입구.
3H 대도. 사진 뒤쪽이 정문입구.

대학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큰 인공폭포가 나타난다. 그리고 캠퍼스 전체가 많은 수목과 꽃 때문에 녹음으로 덮여있다. 오래전에 식재한 수목들이므로 각각의 나무에서 관록이 뿜어 나오고 있다. 1882년에 처음 건축한 붉은 벽돌의 강의 건물 앞에 있는 연못은 캠퍼스의 분위기를 한층 아카데믹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이 주위를 많은 수목과 꽃, 그리고 관목이 둘러싸고 있다. 나팔꽃 비슷한 꽃을 가진 관목인 기린화(麒麟花, Euphorbia milli), 소란(小蘭, Neomarica graoilis), 노란꽃을 가진 문주란(文珠蘭, Crinum asiaticum), 계피나무(樟樹, Cinnamomum comphora), 반얀나무(榕樹, Ficus microcarpa) 등이 캠퍼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나라 태극기를 포함하여 만국기가 걸려있는 체육관을 지나면 오래된 반얀나무가 줄서있는 길이 나온다. 필자는 이렇게 많은 반얀나무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정문 앞의 길을 건너 맞은편에는 많은 나무들 사이에 격식을 갖춘 서양식 건물이 서너 채 서있다. 청나라 시절, 단수이에 있었던 영국 영사관이 소유하였던 넓은 지역이다. 이곳에도 여러종류의 야자수를 포함하여 아열대와 열대 수목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대학에 속해있다.

열대지역과 중국남부, 타이완에서 식생하는 목마황(木麻黃, Casuarina eqisetifolia) 나무. 뒤에 보이는   붉은색 건물은 1882년에 처음 세워진 학교건물.
열대지역과 중국남부, 타이완에서 식생하는 목마황(木麻黃, Casuarina eqisetifolia) 나무. 뒤에 보이는   붉은색 건물은 1882년에 처음 세워진 학교건물.

일반적으로 식물원에는 식물에 이름표가 붙어있는데 일반명, 학명, 원산지 등 만이 적혀져 있다. 그러나 진리대학 캠퍼스 안에 식재되어 있는 식물의 이름표에는 생장에 적합한 온도, 용도, 그리고 식물에 대해 문의할 학교 담당부서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도 적혀있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까지 식물 이름표에 적혀 있는 것을 필자는 진리대학 식물원을 제외하고 세계 어느 식물원에서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베이루트 미국 대학이나 진리대학처럼 식물원 캠퍼스를 갖고 있는 대학이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이 대학의 아름다운 정원(식물원)과 서양식 캠퍼스 때문인지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좋아하는 타이완의 멜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이 대학과 인근에 있는 담강 중학교에서 촬영하였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권주혁 박사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9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