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석환의 '서울의 산하 실경수묵화전'
건축가 김석환의 '서울의 산하 실경수묵화전'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2.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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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3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6층
건축가 김석환의 '서울의 산하 실경수묵화전'이 2월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인사아트센터) 6층에서 열린다.
건축가 김석환의 '서울의 산하 실경수묵화전'이 2월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인사아트센터) 6층에서 열린다.

<작가의 말>

이번에 그동안 현장에서 그린 서울의 산들과 한강 그림들로 ‘서울의 山河’전을 열게 되었다. 그림은 모두 현장에서 풍광을 대하며 받은 감동을 직접 그린 것이다. 크기도 크게 그려서 실경의 느낌을 좀 더 충실히 전하고자 했다.

도시 안에서 분주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모습만을 삶의 환경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리고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는 대도시의 모습을 늘 가까이 대하다보면 서울의 인상을 인위적인 환경으로만 가득 채워진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여러 산들과 물줄기에 관심을 갖고 돌아본다면 우리가 사는 삶터에 이렇게 빼어난 자연환경이 갖춰져 있는 것을 미처 몰랐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관봉에서 본 의상능선과 북한산 정상1. 한지에 수묵 2020년, 2810x780mm.
관봉에서 본 의상능선과 북한산 정상1. 한지에 수묵 2020년, 2810x780mm.

이번 전시는 서울과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서울의 산과 강의 아름다움을 되돌아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필자는 오랫동안 명당으로 손꼽혀온 서울(한양)의 산과 도성 등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 과정에서 전체적인 입지를 드러낼 수 있도록 그릴 위치를 정하고 현장을 찾아 실경을 직접 마주대하며 그려왔다. 특히 북한산은 20년 가까이 오랫동안 그려와서 그 산세가 머릿속에 다 그려질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을 글과 함께 엮어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북한산’,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북한산과 한양도성’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었다.

작년 2월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었던 ‘북한산전’을 마치면서 오랫동안 구상해 왔던 ‘서울의 산하’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 그동안 작업해온 북한산 및 한양도성의 범위를 넘어 서울의 전체적인 자연을 펼쳐 보이려는 생각이었다. 그 대상은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인왕산, 남산, 용마산, 아차산, 안산, 관악산 등과 한강의 첫머리에서부터 하구 사이의 주요 풍광, 그리고 수성동계곡, 청계천, 북한산 계곡 등 하천 등을 꼽았다. 그것은 즉 산과 강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빼어난 입지의 기운을 발하는 서울과 주변 자연을 담아내는 것이 되었다. 실로 그것은 서울 및 주변 산수를 아우르는 방대한 범위가 되었다. 그동안 작업을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해왔던 작업이 새삼 방대하게 여겨졌다. 작품수도 많고 하나하나의 작품 크기도 큰 편이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서울의 산과 한강의 상류부터 하류에 이르는 지역적 광대함이다.

궁산에서 본 한강. 한지에 수묵 2021년 75x129cm.
궁산에서 본 한강. 한지에 수묵 2021년 75x129cm.

그러한 작업을 현장에서 하기 위해 오가는 과정 또한 방대한 여정이었다. 그것을 현장에서 그림으로 담아내는 어려움을 감내해온 것에 대해 감회를 느끼게 된다. 산을 오르내리고 강이 시작과 끝을 찾아 커다란 화판과 화구를 챙겨들고 다니며 작업을 하였다. 어떤 때는 짐이 크다고 버스의 탑승을 거절당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목표한 장면들이 하나하나 그림으로 채워져 가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곳들을 마주대하는 동안 서울과 주변의 입지를 더 깊게 체감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큰 감동과 애정을 갖게 되었다. 특히 서울이 현대도시로 급속히 변천해오는 고층건물의 숲에 가려 그 본래 풍광과 멋이 사라지고 만 것처럼 아쉽게 보아왔던 한강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같은 강이라도 다 같은 물살이 아니다. 만곡(彎曲)된 곳으로 들어올 때는 집을 찾아오는 것처럼 안식의 틈을 파고 드는 듯 하고 앞쪽으로 내달아서 멀리 휘돌아갈때는 마치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씩씩해 뵌다. 겸재 정산이 그린 경교명승첩의 장소들을 찾아가 바라보이는 풍광을 그리면서 비록 태초의 자연스런 모습을 잃은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남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자연의 감각이 소중히 다가옴을 느꼈다.

동작에서 본 한강과 서울. 한지에 수묵, 2021년 75x110cm.
동작에서 본 한강과 서울. 한지에 수묵, 2021년 75x110cm.

한양은 명당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큰 산세의 기운이 들어오고 사사산이 감싸고 명당수가 흐르고 큰 강이 휘돌아 간다. 또한 넓고 호방하고 풍미롭다. 검단산 등 전체가 바라보이는 산봉우리에 오르면 그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대도시가 되어 건물이 빽빽이 들어찬 현재에도 여전히 자연의 수려한 풍광과 자연의 기운이 느껴진다.

조선은 새 나라를 세운 후 도읍으로 삼을 가장 빼어난 입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한양을 새 도읍으로 삼았다. 그리고 입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찾아진 자연 지세와 형국의 빼어남과 그 이로운 점들을 고루 확인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필자는 그 의미에 매료되어 다시 서울의 산하를 화폭에 담으며 기록해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그린 그 그림들을 펼쳐보이게 되었다. 부족하나마 이 전시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해 애정의 눈길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나무신문

김석환 건추가.
김석환 건추가.

건축가 김석환(1959년생)은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도시건축 등에서 실무를 쌓은 후 1994년 터․울건축을 개설하여 작품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서울산업대, 광주대, 삼육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1999년 건축문화의해 초대작가 및 서울시 MP 등을 역임하였으며 19901997 르 꼬르뷔제의 생애와 건축 기행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신도시K씨주택, 곤지암주택. 청풍헌, 목마도서관, 도봉목재문화체험관 등이 있다.

저서로는 건축작품집 본연성,덤덤함,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 북한산과 한양도성 그리고 시집 ‘삶 그리고 산책’ 등이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미학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재 전문지 나무신문에 ‘한국전통건축탐방’을 연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