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크 트리 곁에서
스모크 트리 곁에서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2.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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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56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스모크 트리(Smoke Tree, Smoke Bush/ Smoke Tree, Corinus coggygria Scop.)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가면 실버들이 서 있을 터이다. 거기에 날이 맑은 날 이른 아침에는 실안개가 피어 오를 것이다. 또는 고향의 감천이 돌아 나가고 강 건너 산마을에는 저녁 무렵이면 보오얀 청회색 연기가 멀리서도 피어 오르는 것을 보여주곤 했다. 분명 그 시간 무렵이면 저녁 밥을 짓는 연기일 터이다. 그 연기를 보노라면 향수를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그 향수에 잠시 젖게 하는 나무가 있다. 처음 대하는 나무였다. 가까이 가서 이름표를 확인한다. Smoke Tree 또는 Smoke Bush로 되어 있다. 옻나무과 관목이라고 한다. 이름표에 Smoke Tree Cotinus Coggygria, Anacardiaceae, Eurasia, Tree ID: 14451로 표기되어 있다. 관목성 연기(煙氣)나무라고 해야 할지? 하얗고 조밀한 신부용 부케에 담긴 안개꽃이 있듯이 안개나무라고 해야 할지? 

동그마한 여린 잎이 먼저 나고 마치 실안개 또는 연기 자락 마냥 변신하는 모습이 나무 전체를 뒤덮는다. 그 속에 들면 누구나 숨겨줄 기세이다. 중세의 어느 성당에 가면 죄인이 숨어들던 성소(聖所)라도 될 법하다.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그러나 무언가 사유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위로 보다 옆으로 벋은 관목성 나무를 대함은 조그마한 호기심으로 남는다.    /나무신문

 

스모크 트리 곁에서

실안개처럼
피어나던
저녁 연기

어떤 땐 어무이가 

좋아하던
푸진 밥도 되고

어떤 땐 아부지가
좋아하던 
고슬 밥도 되고

어떤 땐 막내가 
좋아하던
누룽지 밥도 되는

여름 한 나절
밥상 머리 
이마 맞대어
둘러 앉던…

김 모락모락
피어 올랐지

어느 집엔가
지금도 솟고 있겠지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