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멜리아드를 위한 발라드
브로멜리아드를 위한 발라드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2.01.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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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55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브로멜리아드(Bromeliad)

이 곳에 와서 건물 현관이나 실내에서 처음 대한 관엽(觀葉)식물이다. 선인장은 까칠한 가시가 있어 정감이 가지 않지만 머리를 땋은 듯 위로 올린 매끈한 몸매에 고운 색상을 지녀서 꽃을 보는 착각이 일게 하는 관엽식물을 만난 것이다. 그러니 푸짐한 다육씨(氏) 같이 부드러운 그 몸매에 눈길이 머물곤 한다. 

어느 날 도심에 있는 식물원-Allan Gardens Conservatory-에 갔었는데, 실내 초입 바닥에 어느 열대 지방이나 아프리카 한 고장에 온 듯한 이 매끈쟁이가 많이도 살고 있었다. 조그만 안내판과 함께… 전혀 큼직한 파인애플을 여는 파인애플과 식물 답지 않게, 자신의 몸 안에 수분을 많이 담는 수조(水槽, Water Tank)를 지녀 어떤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대처하여 자란다는 글귀와 함께 진화해 온 열대식물임을 알게 해 준다. 나무와 꽃으로 이루어진 식물의 족보는 계-문-강-목-과-속-종이라 하여, 학창시절 조선시대 왕조의 계보를 태-정-태-세-문-단-세…로 외우던 것이나 예수의 족보를 아브라함에서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로 이어지는 수많은 인물들의 등장과 같이, 생물의 진화와 함께 면면이 이어져 오는 생의 신비는 경외와 찬미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식물원의 실내 입구에 조그만 수변(水邊)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십여 마리의 조그마한 자라가 헤엄을 치거나 동료끼리 맞대어 온기를 느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주변에 걸린 화분(Hanging Basket)과, 바닥에 무수히 이 매끈쟁이를 심어 놓았다. 원형 물레방아도 있어 그 공간이 제주 어느 남쪽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육감에 꽃 모습을 한 몸체의 이 정물(靜物)을 대하면 처음엔 낯설지만 이내 친숙해진다. 어느 해변에서 아프리카 여인을 대한 기분이 든다.

 

브로멜리아드를 위한 발라드

 

열대 사막 어디 
모히칸족 마을에
추장 딸이 있었네

 

곱게 땋아준 머리에
매끈한 피부로 자라

 

천경자의 꽃을 문 여인처럼
아담한 자태를 보여주네

 

어느 날 어린왕자가 되어
그대 곁으로 다가 갔지

 

“브로멜리아드씨 처음 보지만 
이 조그만 행성에서 
그대를 만난 건 
내게 행운이예요”

 

“언제 가보지 않았지만
파타고니아 섬에 가서
보진 않았지만 
망그로브 숲에서
그곳에 있다는 거북이처럼
우리 원시족(原始族)으로
천년 사랑을 해도 되나요?”

 

“사랑은 길들여지는 거라는데
나는 사막을 터득터득 걷는 낙타가 되고
그대는 오아시스 샘이 되어 별을 비추는 
그런 전설이 되어도 좋지 않겠나요!”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