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튤립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10.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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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51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튤립(Tulip)

이곳에서 이른 봄부터 피는 3대 꽃-삼총사-을 들라면 히야신스, 수선화, 튤립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무스카리를 넣을 수 있을런지… 이 꽃색들을 보면 분홍, 보라, 노랑, 빨강 등인데 이 색조들이 봄을 대표한다고 하면 지나칠까? 아무튼 이 중에서 제일 늦게 쑤욱~ 외 꽃대를 세워 그 끝에 작은 정종 잔이랄까? 작은 종이랄까? 모란, 작약처럼 소담스럽게 뭉치로 핀 것도 있고 꽃잎 테두리가 돌아다니다가 헤진 청바지 올처럼 생긴 것, 새가 모이를 구하듯 하늘 향해 입을 벌리고 핀 모습도 있다. 형형색색 무늬까지 곁들였다. 그렇지만 대개는 동그마한 와인 잔(盞) 모습으로 빨강, 노랑 꽃을 피우는 무리가 튤립이다.

게다가 잎은 끝이 뵤족한 칼 모양을 해서 분명히 외대 꽃대에 꽃을 피우고야 말겠다는 결기(決氣)까지 느껴진다.  봄이면 이러한 생명스러움 때문에 꽃삽 일기를 쓰고도 싶어진다. 언젠가 경기도 고양 꽃 축제에서 튤립 화단을 선보이고, 애버랜드에서도 튤립 무리 꽃을 선보였다는 소식을 접한 기억이 있다. 그 한 송이 외대꽃을 빼어올리는 모습을 보면 그 도도함과 당당함 앞에서 숙연(肅然)함마저 들게 한다.

3대 삼총사 중에서는 제일 늦게 핀다고 해야 할까?  노란 수선화가 자리를 잡아 갈 무렵에야 꽃대를 쑥 놀리고 마치 돌올(突兀)한 기상(氣像)에 외롭고도 찬연(燦然)한 기쁨의 승리에 감격한 축배를 올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꽃 중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날이 맑은 날엔 여섯 잎-위 3잎, 밑에 받친 3잎- 속 수술6개가 직립한 가운데 뵤족하게 벋은 암술 구조는 참 뚜렷하게 이쁘기도 하다. 말없는 외로움과 당당한 자태에서 여름을 불러오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튤립

1429년 오를레앙 전투에서
영국-프랑스 백년전쟁 

승리의 깃발을 치켜든
잔 다르크 소녀
한 여전사(女戰士)를 본다

신의 부름을 받아 
의연히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꽃다운 목숨을 바친 프랑스의 유관순

나의 뒤란엔 아직은 추위, 그늘에 
그 고운 봉오리 터줄 듯 말 듯 
백척간두의 목을 쑥 빼어 올린
대궁이로 선 너!

그 꽃 문(門) 활짝 여는 날
만세 함성 들리리라

오를레앙에서 아우내 장터까지…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