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간, 나만의 비밀 공간
나만의 시간, 나만의 비밀 공간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10.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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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식 칼럼
신두식 이사장바이오매스협동조합(전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회장)
신두식 이사장바이오매스협동조합(전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회장)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유로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가족 간의 소통부족으로 인한 갈등이나, 먹고 살기 위한 일을 하는 과정이나, 예상치 못한 환경의 변화에서나, 어찌하든 삶의 연속에서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사람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이 다르긴 할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음주나, 흡연, 취미생활, 운동, 맛있는 음식, 자신을 위한 소비, 여행 등….

필자는 직장을 은퇴하고 새로운 일터에서 잠시(약 10개월)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 달에 2번 정도 업무차 해외 출장이 있었다. 그때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방법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었는데,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과 비행시간들을 활용한 정리 기회를 갖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다. 보통 공항에서 2시간 정도, 동남아 기준 비행시간 5시간 정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활용해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의 머릿속 생각을 문자로서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작은 사업장을 운영하는 최근에까지 유사한 습관들을 이어오고 있다. 

머릿속 생각은 무한하다. 하지만 모두 기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용하지 않은 것들은 계속 지워나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지워지는 기억들이 더 많아진다. 인간의 생체도 젊음의 정점을 지나 중년을 거쳐 노년으로 가면서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조금이라도 보완하는 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고민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아닌가 싶다. 

실제 하나의 아이디어를 머릿속 생각에서 언어로 옮기고 문자로서 표현하는 단계마다 실현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코로나로 인해 나들이가 자유롭지 못하고 온라인을 통한 소통으로 일들을 하고 있다. 가끔은 의도적으로 익숙해져 있는 집이나 일터를 벗어난 환경을 만들어보면 좋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일들이다. 

공부하는 학생이 집보다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아지듯이 사람의 뇌는 비슷한 환경에 있으면 비슷한 일들,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일상을 벗어나야 일상이 아닌 다른 일들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고 집중도도 높아진다. 주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과 장소면 된다. 

필자는 주로 동해안을 이용한다.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 수평선까지 탁 트인 시야에서 가슴이 시원해진다. 파도소리와 끊임없이 움직이는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정지되는 ‘물멍’이 된다. 

가라앉은 마음으로 차분히 자신 내면의 순수함을 만들고 자신의 위치를 문자로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곤 한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도 된다. 다만, 자신만의 다른 공간은 필요하다. 

이렇게 스스로의 자리를 정리하면서 다지고 나면 한결 가벼워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쉽다. 우리 뇌는 자신의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서 계속 움직이며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위치를 문자로 정리해놓게 되면 뇌는 한결 편해지면서 새로운 일들에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발전의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된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