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정원을 통해 인간조건으로서 죽음을 돌아보다”
“자연주의 정원을 통해 인간조건으로서 죽음을 돌아보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10.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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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n is Going Home
여다함 | 내일 부서지는 무덤, 2021, 이불(코튼에 향을 태운 패턴), 210×210cm.

블루메미술관은 정원문화를 해석하는 시리즈 5번째 전시 ‘The Sun is Going Home’을 진행하고 있다.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전시제목처럼 정원사 그리고 현대미술작가들과 인간조건으로서 죽음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나누고자 한다. 정원이 품고 있는 자연의 순환원리에서 삶의 지향점을 찾으며 3명 참여 작가들의 설치, 사진, 영상 8점 작품들은 팬데믹의 현대사회에서 죽음의 문제를 다시 읽어보고자 한다. 

죽음이 산업화되고 있다. 인류의 노화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나 죽음은 피하고 해치워야 할 어떤 것이 됐다. 20세기 초부터 죽음은 의학화 되어 죽음의 섬뜩한 광경, 냄새, 소리는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 환자와 노인은 요양시설로 보내져 사회 안에서 죽음은 상당히 오랫동안 감출 수 있게 되었고 죽음은 장례 대행 서비스에 의해 신속하고 깔끔히 처리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죽음의 어떤 측면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다. 

죽음을 희미하게 만드는 것은 현대의 문화가 해체, 부패, 불완전함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일상은 영원한 젊음과 건강을 향해 있다. 이 전시는 불완전함을 전제로 하는 정원에서 죽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식물이 태어나 죽고 사라지는 모든 과정의 아름다움을 포용하는 ‘자연주의 정원’의 담론을 통해 죽음을 오래 감추고 빠르게 처리하며 다시 삶을 소외시켜오는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대길 | 우리는 대지를, 2021, 아루미늄, 모래, 낙엽, 나뭇가지, 열매, 900×200×80cm
이대길 | 우리는 대지를, 2021, 아루미늄, 모래, 낙엽, 나뭇가지, 열매, 900×200×80cm(부분)

이대길, 우리는 대지를, 2021
이대길 정원사는 평생 포장재를 밟고 살아가는 도시환경에서 흙의 부재가 죽음으로부터 포장하고 외면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말하고, 여다함은 이불처럼 매일 삶의 한면으로 붙어있는 죽음, 거울과 향처럼 실제의 틈 사이에 존재하며 삶을 비추고 있는 죽음의 일상성을 논한다. 이솝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기록한 사진작업들로 죽음에 관한 추상적인 논의를 물질의 차원과 순환의 과정으로 끌어내린다.

이대길 | 바벨탑, 2021, 폐조화, 금속구조물, 50×50×300cm

죽음과 우리가 맺는 관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좋은 삶을 위해 육체적, 정서적 과정으로서 죽음이 ‘알려져야’ 하고, ‘돌보아져야’ 한다 말한다. 창조도 파괴도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행하는 자연의 거대한 작업에 연결돼 있는 정원과 정원일안에서 자기자신을 자연과 분리해 왔듯 죽음을 삶에서 부정하고 떼어놓는 현대의 문화를 돌아보고자 한다. 

‘한창 살아가는 중에도 우리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Media vita in morte sumus).’ 생명과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정원사와 예술가의 눈을 통해 인간조건으로서 죽음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나누고자 한다. 

여다함 | 내일 부서지는 무덤, 2021, 이불(코튼에 향을 태운 패턴), 가변크기
이솝 | 2001-2020.5.22,2020, 사진, 520×15cm

책과 음악 플레이 리스트로 해석하는 전시
미술관 다락방 공간의 북큐레이션은 ‘라비브 북스’와 함께 전시 주제를 읽어내는 책들로 미술관 경험을 넓힌다.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라비브북스는 네 명의 북큐레이터가 서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은 동네책방으로 블루메미술관과의 두 번째 협업안에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책을 통해 현대미술전시를 다층적으로 읽어보는 방법을 탐구해 가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책 뿐 아니라 음악으로도 전시와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 명의 크루가 운영하는 유투브 플레이리스트 채널 ‘오드 스튜디오 서울(Ode Studio Seoul)’과 협업으로 ‘내 인생이 한편의 영화라면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올 노래’, ‘내 장례식장에 와주었으면 하는 뮤지션들의 노래’와 같이 죽음에 관한 전시내용을 해석한 음악 큐레이션으로 보다 폭넓은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다. 

플레이리스트는 오드 스튜디오 서울의 채널과 미술관의 온라인 브랜드인 ‘블루메 테이블’의 유투브 채널에 올려질 예정이다. 이처럼 책과 음악 큐레이션을 통해 텍스트로 읽고 귀로 듣는 전시 경험이 언택트 시대 오프라인 미술관 경험을 다층화해 줄 것이다. 

여다함 | 향연, 2021, 향, 연기, 조명, 450×25×30cm
이솝 | 꿈속에서, 2021, 패브릭, 나무, 31.2×139×75cm

에듀케이터의 해설이 있는 미술관 <Little Spark, Beautiful Day>
지는 해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좋은 삶을 위해 ‘돌보아져야’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시 메시지를 해석한 연계교육프로그램 ‘디어마이프렌드’는 감추어 두었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삶과 죽음이 치열하게 공존하는 자연주의 정원 안에서 펼쳐보고자 한다. 

마른 꽃과 잎들을 눈으로 보고, 또 손으로 만져보며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 죽음은 삶의 한 부분임을 자연스레 마주해보는 이 프로그램은 애틋한 감정이 담긴 사물이 시간이 흘러 낡고 정지된 모습, 반려동물이 병들어 죽음을 마주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드로잉한 그림을 봉투에 담고 마른 꽃과 함께 실링왁스로 봉인하며 삶과 죽음을 다시 이해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솝 | 2001-2020.5.22, 2020, 사진, 520x15cm(부분)

 


참여작가

여다함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과 스치기 쉬운 사소한 감정들을 응시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질문들을 작업을 통해 던진다. 최근 개인전으로 2019년 《기체 액체 고체》(아트스페이스 풀)가 있으며, 2013년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5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고 2014년에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17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CONFITE PUNO》의 기획과 퍼포먼스로 참여하였고,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무빙 이미지》에 참여했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에 입주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대길
정원사로 정원을 만드는 일부터 돌보는 일까지 여러 작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돌봄의 과정 중 느끼고 발견한 여러 현상과 생각들을 설치,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해 기록한다. 『자연정원을 위한 꿈의 식물』(2020)을 공동 번역했다. 한경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천리포 수목원 수목원전문가 교육과정을 수료하였다.

이솝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개인전으로는 《낮과 밤사이 그림자》 (아트 스페이스 풀, 2016,서울), 《돌을 깨는 방법》(합정지구, 2015,서울), 《회저의 도시》(드림아트 갤러리, 2008,서울)가 있으며, 《언더 마이 스킨》(하이트 컬렉션,2016,서울), 《시국선언전》(평화박물관 스페이스99,2013,서울), 《나는 너를 놓지 않는다》(아트 스페이스 풀,2010,서울)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 소마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나무신문


 

  • 전시제목ㅣThe Sun is Going Home 
  • 전시일정ㅣ2021. 9. 25(토) – 12.26 (일)  
  • 전시장소ㅣ블루메미술관(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30)
  • 참여작가ㅣ여다함, 이대길, 이솝
  • 북큐레이션ㅣ라비브북스
  • 음악큐레이션ㅣOde Studio Seoul
  • 후    원ㅣ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