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아래에 서면
벚나무 아래에 서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9.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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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48 - 서진석 박사

벚나무
산과원 산림과학관 앞 벚나무 고목엔 진달래, 개나리와 함께 수수하고도 풍성(豊盛)한 하이얀 벚꽃이 피고는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시샘하듯 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 싶게 매어단 꽃잎을 우수수 바람에 날려보낸다. 그 벚꽃이 한창인 절정일 때 그 밑에선 제일 인근 부서인 삼림경영부 주최 낙화주 회연이 벌어지곤 했다. 초청을 받아 가면 벚꽃이 한 잎 두 잎 앉는 막걸리 잔에 정성스럽게 마련한 두부 돼지 두루치기는 그리 맛있을  수가 없었다. 산과원에는 올벚나무, 느지막히 하얀 꽃을 피우는 산벚나무, 또 제주도가 고향이라는 왕벚나무, 겹꽃을 푸짐하게 피우는 겹벚나무, 버드나무 가지처럼 휘늘어진 실가지에 연분홍 꽃을 다는 수양벚나무 들이 있다. 

대학시절 수원 서둔 농과대학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날이 좋은 어느 봄날 젊은 사감 선생 인솔 하에 여남은 명이 캠퍼스 뒤쪽에서 걸어가 닿을 수 있는 칠보산(七寶山)으로 봄 나들이를 한 적이 있다. 진달래 피는 능선을 걷다가 중허리 어디쯤 작은 절에 들러 하얀 벚꽃이 핀 나무 밑 평상에서 막걸리 한 잔들을 하고 오다가 볕이 너무 다사로워 청명한 날 핑계 삼아 낮잠을 함께 잔 적도 있었다. 풍성히 매달린 꽃뭉치가 가벼운 바람에도 해체되어 낱 꽃잎으로 흩뿌리듯 날림은 인생의 그 무엇을 느끼게 해 준다. 

이 무렵이면 이형기 시인님의 ‘낙화’ 한 대목을 읊조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벚나무는 그 하얀 꽃잎뿐만 아니라 입을 오디처럼 까맣게 물들이지만 한 알 똑 따서 입에 넣는 버찌의 상큼함으로도 제 몫을 톡톡이 하는 나무려니 한다. 또한 갈색 줄기(樹幹, Stem, Trunk, Bole)에는 한결같이 가로 눈금 모양의 피목(皮目)을 지니고 있어 판별에 도움이 된다. 

여의도 윤중제, 남도 쌍계사로 가는 십리 벚꽃길을 언제 한번 가고 싶어진다. 다만 이곳에선 세미트리를 거닐며 만개(滿開)하는 벚꽃 곁에서 그 정취를 느껴볼 따름이다. 고국의 올벚나무, 겹벚꽃 정도의 풍성한 하얀색과 연분홍 사이의 풍성한 색조의 꽃뭉치를 달고 바람이 부는 날 미련없이 흩날린다. 그 이름은 Japanese Flowering Cherry, Prunus serrulata Lindl. 이다. 그 여운을 잃지 않게 휘늘어진 수양버들처럼 꽃가지를 늘어뜨린 벚꽃(Weeping Spring Cherry, Prunus subhirtella ‘Pendula’)이 이어서 핀다.

 

벚나무 아래에 서면

봄이면
하얗게
분홍물 드는
꽃으로

가을에는
노랗게 
빨강 물 드는
잎으로

노래하는 
미인(美人) 나무

아! 저 빨간 단풍 좀 보아
가슴이 타겠어

아! 저 노란 단풍 좀 보아
눈이 멀겠어

꽃으로 열고 단풍으로 닫는 
그 길목에서 
우리는 만났어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나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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