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의 봄~ 공무도하가를 부르며
선유도의 봄~ 공무도하가를 부르며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8.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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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46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명자나무(Flowering Quince) 

명자(明子)! 얼마나 정다운 이름인가. 순자, 숙자, 명자, 희자… 내 주위에는 끝에 ‘자’가 들어간 여자 이름이 끝에 ‘희(姬)’나 ‘숙(淑)’이나 ‘옥(玉)’이 들어간 이름만큼이나 정겹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을 보면 젊은 날 첫사랑을 느낀 이국 소녀 ‘아사꼬(朝子)’가 나오는데. 일본어의 ‘꼬/코’가 바로 우리 이름의 ‘자(子)’이다. 그래 고운 여자애 이름 뒤에 으레 붙는 자(子)가 붙는 나무를 만나는 즐거움은 기쁨이다. 이 곳엔 명자나무(Flowering Quince, Chaenomeles speciosa(Sweet) Nak.)가 그리 크지 않은 키에 흐드러지면 그 볼고스름한 꽃이 다닥다닥 열어 꽃덤불을 이루고 있다. 나의 연구원 시절 산과원(山科院)에도 월곡동(月谷洞) 켠으로 가는 홍릉(洪陵)숲 아래쪽 산책길 중간쯤에서 줄지어 피는 하얀 꽃의 쉬땅나무, 조팝나무, 국수나무, 애기말발도리 행렬과 대비를 이루어 고혹적인 붉은 색조에 동그마한 꽃잎이 무리지어 예쁜 여인의 정취를 자아내며 피던 것을 보았다. 게다가 ‘산당화(山棠花)’라는 예쁜 이름까지 붙여져 있다니… 가을에는 탱자보다도 굵은 노랗게 익는 열매를 단다. 꽃보다 크기가 좀 크다고나 할까? 꽃이 이쁜데 가을에 열매를 소담스럽게 여는 明子氏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어느 해인가 선유도(仙遊島)에 간 일이 있는데 마침 한강변 산책로 주변에 명자나무가 마치 열식(列植)한 듯 그 한창인 붉은 꽃을 내밀고 있어 노란 꽃술과 함께 어찌 그리 이쁜지 사진을 찍어대던 기억이 새롭다. 그 한 켠에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시가(詩歌)가 새겨진 돌이 있어 조그만 동백꽃 같은 명자꽃을 보면서, 동백꽃이 있어 선운사의 겨울이 외롭지 않듯, 선유도의 봄이 단아한 명자꽃이 있어 꽃구름에 싸이듯 아련하지 않았을까 한다.

 

선유도의 봄~ 공무도하가를 부르며

님이여! 이 강을 넘지 마오
날 두고 이 강을 넘어 가지 마오

봄 밤은 설워라
산당화 이우는 봄 밤은 설워라

소리없이 붉은 꽃 피었다가
소리없이 지려는 봄 밤에

날 두고 어찌 살라하고
떠나려 하오   
가려고 하오

님이여! 이 강을 건너지 마오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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