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림의 현실…
우리 산림의 현실…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07.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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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16 -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최근 산림 벌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산림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최근의 논쟁을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끊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비록 온라인이긴 하지만 벌채반대론자들과 언쟁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문제의 경우 양 극단에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주장만들 내세우며 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이번 사태에서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물론 벌채문제에 있어서는 한 극단에 서있는 나로서 도 크게 할 말은 아니라는 것도 인정한다.

본 문제의 쟁점은 몇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논쟁거리는 우리나라의 현재 산림을 그대로 두거나 혹은 조금 더 가꾸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하는 한 측과, 적극적인 벌채와 조림을 통해 경제림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하는 측이 맞붙어 있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는 논쟁을 매우 단편화 한 것이고 양측의 주장에는 산림의 다양한 기능, 생물다양성, 산주의 권리 등 여러 복잡한 문제들도 같이 엮여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처음의 흥분을 조금 삭이고, 돌이켜 차분하게 살펴보면, 우리 산림업계가 다시 살펴보고, 다각적인 차원에서 검토를 해야 할 문제도 분명히 있는 점은 인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벌기령 문제, 친환경 벌채 방식의 문제, 벌채된 나무의 이용문제 등이 특히 그랬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부분의 주장에 동감할 수 없었다. 

벌채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산림의 나무들은 충분히 더 자랄 수 있고, 더 충분히 탄소흡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수종이나 개체목에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탄소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나무 하나 하나가 아니라 전체 산림을 봐야 한다. 범위를 줄여서 우리나라 산림의 현황부터 살펴보자. 과연 현재의 우리나라의 산림이 시간이 지날수록 탄소를 더 흡수 할 수 있는지…

산과 숲을 좋아하여 많이 다녀본 사람들 중, 나무 혹은 목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산림 특히 거주지와 인접한 산림지역의 임상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대부분 크게 소나무(잣나무포함), 리기다소나무, 참나무류(상수리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밤나무, 가시나무류 포함), 아까시나무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른 경우도 있지만 중부지방의 대부분의 산림의 주요 구성은 위에서 열거한 나무들이 대부분인 측면에서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나무들에 대해 살펴보자,

소나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무이다. 모든 조사에서 가장 친근하고, 중요한 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나무에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계의 에이즈로 불리는 아주 강력한 수목병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처음 발생한 일본의 소나무들을 거의 전멸시키고 중국, 타이완, 대한민국, 포르투갈, 스페인 까지 퍼져나갔으며, 이 병이 휩쓸고 간 나라들의 소나무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이를 어는 정도 극복하였다. 물론 아직도 소나무재선충병이 없어진건 아니지만, 초기 발생했을 때처럼 우리나라의 소나무가 전멸할 거라는 우려는 거의 없어졌다. 이는 분명히 우리나라의 산림관리가 잘 되었다는 증거이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과 캐나다 같은 북미지역에도 10여년전에 발생한 소나무좀이라는 충해로 거의 모든 소나무가 전멸했다. 소나무좀은 해당지역에 원래부터 있던 토종해충이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소나무의 저항성이 약해지면서 소나무좀에 대한 감수성이 커지게 되었고, 결국 거의 모든 소나무류가 죽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 두나라의 경우 산림면적이 너무 넓어 쉽게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지만, 관리된 산림과 그렇지 못한 산림의 차이는 엄청나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림도 적절한 관리(벌채포함)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소나무는 고산지대에서나 가끔씩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리기다소나무는 1970년대 황폐지 복구를 위해 심었던 수종이다. 이런 수종을 사방수종이라고 하는데, 이들 수종의 특징은 황폐지 및 척박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자라는 수종이다.  전후 황폐화된 산림을 빠르게 복구하기 위해 조림하였고, 그런 의미에서는 성공한 역사이긴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듯이 일반적인 사방수종처럼 리기다소나무의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 리기다소나무의 목재는 송진이 많고, 단단하지도 않아 쓰임새가 제한되어 있다. 또한 미국이 원산인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 정작하면서 푸사리움곰팡이병이라는 토착병에 거의 모든 개체가 감염되어 있다. 이 질병은 나무를 급성으로 죽게 하지는 않지만, 성장을 크게 저해한다. 기회 있을 때 등산로 주변의 리기다소나무를 살펴보자. 대부분이 30~40년 이상 된 나무들이지만, 지름이 큰 대경목인 리기다소나무는 거의 찾기 힘들 것이다. 대부분의 리기다 소나무는 시들시들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산림청은 리기다소나무에 대해서는 벌기령의 제한을 두지 않고 벌채를 허용하고 있다. 리기다소나무가 우리 산림에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이젠 작별해야 할 시간이다.

참나무는 참 가치가 많은 수종이다. 우리의 선조들도 오죽하면 진짜를 뜻하는 ‘참’이라는 말을 나무에 붙여겠는가? 목재는 물론이고, 열매인 도토리, 굴참나무의 껍데기, 신갈이나 떡갈의 잎은 예예부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우리 민족과 같이 생활해온 나무이다. 개인적으로도 이전에 쓴 글에서 국산 참나무의 이용현황을 분석하며, 안타까워 한적이 있다. 현재 국산 참나무의 많은 부분이 표고버섯 재배용이나, 땔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벌채 및 수확과정에서의 문제점과 더불어 현재 생산되는 참나무류가 지름이 적은 소경목이기 때문이다. 근데 왜 우리나라 참나무들은 소경목이 많을까? 그 이유는 현재 산림에 있는 대부분의 참나무는 맹아 갱신된 개체이기 때문이다. 맹아 갱신이란 나무가 벌채되고 남은 그루터기에서 새줄기가 나와 새로운 나무로 되는 것이다. 산에 가서 참나무의 아래를 살펴보면 이전의 그루터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화전 등이 유행하고, 인근주민이나 화전민들이 땔감 등을 구할 때 참나무를 벌채한 후 그대로 두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맹아갱신의 문제일까? 맹아 갱신된 나무들은 생리적으로 직경성장을 크게 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살지도 못한다. 당연히 탄소흡수능력은 떨어지며, 목재의 경제적 가치도 거의 없다. 또한 참나무도 참나무시들음병과 밤나무의 가지마름병 등이 발생하여 많은 나무가 고사하였다. 등산로 주변에 참나무에 포장랩 같은 비닐이 둘러져 있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참나무시들음병의 매개체충을 포살하기 위한 수단이다. 한때 무서운 기세로 우리나라 참나무를 잠식해오던 이 병해들이 적극적인 관리로 역시 많이 기세가 많이 사글어 들었다. 이 경우도 적극적인 산림경영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아까시나무는 우리가 참 많이 오해하는 나무이다. 일제시대에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산림을 황폐화시키기 위해 심었다는 설부터 뿌리가 넓게 퍼져 소나무 같은 좋은 나무를 죽게 한다는 말까지 있다. 이건 큰 오해이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로 리기다소나무와 같은 사방수종이다. 일반적인 사방수종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질소고정을 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도 한다. 근데 돌이켜 보자. 나이가 50대 초반인 나의 추억으로는 어렸을 때 산은 소나무와 아까시나무 천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물론 아까시도 중요 수종중의 하나로 남아 있긴 하지만, 소나무와 참나무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많던 아까시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까시나무는 극양수이다. 햇빛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무다. 즉 혼자서 독고다이로 살아갈 수 있어도 주변에 다른 나무들이 성장하기 시작하면 아까시나무는 자연스럽게 쇠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등산로 주변의 아까시나무를 살펴보자… 큰 나무들이 있던가를… 대부분의 아까시나무는 치수에서 어느정도 자라다가 다른 나무와 경쟁에서 밀려 자그마하게만 자라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산에서 내려와서 평지에서 관리를 받으며 가꾸어야 하는 수종이다. 헝가리의 경우 이 아까시나무를 적절한 관리를 통해 평지에 심어서 대량의 품질 좋은 목재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의 수종갱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현재 산림의 주요 수종의 현상태를 살펴 보았다. 살펴본 주요 수종 모두가 병해충, 기후변화 혹은 인간의 간섭에 의해 쇠퇴하고 있다. 과연 이 나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성장하며 탄소를 더욱 흡수할 것이며, 생물다양성을 더 증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2차세계대전 후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빨리 녹화시키기 위해 산림의 경제적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또한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로 인해 현재의 산림의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또한 조림시기가 비슷하여 일부 영급(30~40년생)에 나무들이 집중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벌채를 통한 산림의 구조를 경제림 그리고 현재의 환경에 적합하게 바꾸어 가는 것이 현재의 주요 산림정책이다. 이 과정에서 벌채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과정을 자연적인 천이과정이라고 하기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는 천이가 아닌 간섭이다. (아까시나무는 제외) 환경론자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면서, 산림이 기후변화에 의해 입는 피해는 자연스러운 천이의 한 과정이라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기후변화, 산림병해충, 인간에 의해 산림의 구성이 변해가는 것은 천이가 아닌 간섭이며, 생태계의 간섭이 생태계 스스로 치유할 수 없을 때 적절한 산림관리가 꼭 필요하며, 벌채는 이 관리의 한 방법이자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논쟁에서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과학”이라는 용어였다. 국내외에서 수십년 간 산림학자나 기타 연구자들이 연구한 결과들은 완전히 무시하고 마치 산림학계 또한 산림의 이익단체로 벌채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자기들의 주장에 맞는 몇 개의 논문이나 몇 개의 관찰을 가지고 마치 불변의 진리이고 유일한 과학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편향된 과학은 과학이 아니라 종교이다.

감히 애기하지만 산림청, 산림학계 및 업계는 산림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없는 영역이다. 산림이 없어지는데 그것에 대해 어떤 걸 관리하고, 연구하고,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 이들이 고의로 산림을 파괴하고 개발할 동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어느 환경단체, 일반 국민들보다 산림이 더욱 잘 보존되고 현재의 산림이 미래에도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