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와 마당, 그리고 여백이 있는 집 ‘세현담’
세 아이와 마당, 그리고 여백이 있는 집 ‘세현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5.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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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건축주 부부는 세 명의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을 주고 싶었다. 이름에 모두 ‘현’자가 들어가는 세 아이들은 그렇게 넓은 마당과 건축주 부부마저 탐내는 다락이 있는 ‘세현담’을 갖게 됐다.

건축주 부부가 바라는 집
건축주 부부가 인우건축사사무소를 찾은 건, 인우가 이전에 설계해 지은 장성 단독주택 ‘민경담’을 보고 이와 비슷한 구조의 주택을 원했기 때문이다. (민경담은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회사 유노디자인 대표의 주택이었는데, 세현담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유노디자인에서 맡아 주었다. 이 인연으로 여러 건의 프로젝트에서 협업하고 있다.)

건축주는 대지 규모가 넓지 않았지만 필로티 구조 하부에 승용차 2대가 들어가는 주차공간을 필요로 했다. 아울러 주방과 연결된 선룸 공간을 만들어 외부와 내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원했다. 특히 아이들이 놀이방으로 쓸 수 있는 다락과, 셋이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욕조가 있는 화장실을 요구했다.

세현담이 들어선 대지는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단독주택 필지다. 초기 지구단위계획상 블록형 단독주택 필지였으나,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서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필지로 분할됐다. 

대지는 297.5m², 약 90평 규모로 남동향 직사각형 코너부지다. 건축 당시 주변에 이와 비슷한 규모의 주택이 서너 채 지어져 있었고, 두세 곳은 공사가 한창이있다.

단순하면서도 개성이 있는 집
비교적 넓지 않은 대지에 건축주가 원하는 마당, 필로티 공간의 주차장, 주방과 연계된 선룸,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다락 등을 설계의 주안점으로 잡고 계획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플릿플로어 형태가 만들어졌다. 다행스럽게 북서쪽에 위치한 대지와의 단차가 있어서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 마당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북서쪽으로 건물을 배치하면서도, 뒷필지와의 경계선과의 이격거리 등을 고려해 건축물을 배치했다.

전체 설계 콘셉트는 ‘단순하면서도 개성 있는 얼굴이 있는 집’이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보이는 창호의 위치나 크기, 배열 등에 특별한 신경을 썼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들의 방에 위치한 창의 사이즈와 간격 등을 통일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의 위치가 방마다 다라지게 됨으로써 각 방의 공간적 특색도 만들어졌다.  

선룸
주차장
주차장

1층은 주차장과 선룸 등으로 면적이 협소하다보니 다용도실을 과감하게 없앴다. 대신 분리수거실만 따로 작게 두고 거실, 식당, 부엌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가족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용공간으로 구축됐다.

2층은 개인 공간으로 분리하고, 2층에서 내려오면 주방과 거실이 한눈에 보이도록 했다. 그러면서 소파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선을 TV와 주방에 반반씩 분할하는 방법으로 생활 속에서의 가족 간 소통을 유도했다.

거실에서 본 주방과 계단
거실
계단과 거실
주방

스플릿 계단과 가족 서재, 그리고 여백
실내 인테리어는 화이트+우드를 전체 컬러로 잡아 밝고 따듯한 느낌이 감돌도록 했다. 아울러 각각의 방은 사용자들이 바뀌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노멀한 컬러로 계획하고 가구와 소품으로 각 방의 사용자들을 구분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복도는 스플릿 계단을 올라와서 각각의 방으로 들어가는 구조를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넓은 폭이 만들어졌는데, 이 공간을 이용해 가족 서재를 들였다.

가족 서재에는 집 뒤쪽의 풍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큼직한 창을 냈다. 창 아래로 안정적인 높이의 책장을 두었으며, 맞은편에는 작지만 편안한 소파를 두었다.

서재

스킵플로어 구조다보니 각 층을 오가는 계단 개수가 적어서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은 이점이 생겼다. 또 어린 아이들이 이처럼 안전한 계단에서도 놀 수 있도록 난간을 개방감 있게 디자인했다. 이곳 역시 화이트와 우드 컬러에 블랙 컬러 난간으로 안정감을 더했다.

멀티 공간으로 계획된 다락은 우선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활용한 다음, 아이들이 크고 나면 부부의 서재가 될 예정이다. 세현담에서 가장 높은 창을 갖고 있는 다락은 집 앞의 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건축주 부부가 매우 욕심을 냈던 공간이다.

다락

외벽은 오염이 덜한 재료 선별해 사용했다. 데크와 정원 등 외부공사는 특별히 콘셉트를 두고 완성하는 것보다는 건축주 부부가 살아가면서 필요에 따라 재구성하고 꾸밀 수 있도록 여백을 풍부하게 배치했다. 이처럼 건축주가 직접 현장을 조율하고 관리하게 하는 인우의 프로젝트는 건축주들에게 매우 높은 만족감을 주고 있다.

한편 세현담은 패시브하우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에너지 주택에 가까운 집으로 계획됐다. 이를 위해 독일식 시스템창호와 기밀시공, 열회수환기장치 설치 등으로 쾌적하고 에너지가 절감되는 주거공간으로 완성됐다.  

건축개요
대지위치▷전남 나주시 빛가림동
지역지구▷도시지역, 제2종전용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대지면적 ▷297.50㎡
건축면적 ▷119.52㎡
연면적▷170.38㎡
             1층 : 77.50㎡(확장 후 83.22㎡)
             2층 : 92.88㎡(확장 후 106.92㎡)
             다락 : 46.20㎡(확장 후 46.20㎡)
건폐율▷40.17%(법정 60.00%)
용적율▷57.72%(법정 200.00%)
건물구조▷목구조
규모▷지상 2층(높이 8.95m)
조경▷15.0㎡
설계▷인우건축사사무소
인테리어 디자인 협업▷유노디자인
사진▷김성희(사진짓기)

 

 

건축가 소개 | 김대영 인우건축사사무소 대표
인우건축은 설계의 모든 과정에서 건축주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규모 아뜰리에 건축사사무소다. 독일 인증 패시브하우스 기술자이자 디자이너인 김대영 대표는 주로 단독주택 및 소규모 상가를 위주로 하며 대표작으로 담양 베비에르, 민경담, 세현담, 안나제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