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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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07.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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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에 드리워진 은유를 벗기는 시도

섹스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환각이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아마도 사드Marquis de Sade 백작을 위시한 19세기 구라파 작가들이었던 것 같다. 그들은 환각을 통해 섹스에 비의적인 상징성을 덧씌웠고 그 결과 섹스는 한동안 은유와 상징의 표지로만 기능했다.

저명한 프랑스의 미술 평론가이면서 큐레이터를 겸하고 있는 카트린 밀레가 쓴 《카트린 M의 성생활》은 섹스의 은유를 배격하는 책으로 읽힌다.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이 책은 열여덟 살 때 겪은 첫 경험부터 카트린 밀레가 ‘치른’ 섹스의 기록이다.

이 책의 특징은 일차적으로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그것을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 매우 적나라하고 천연덕스럽다는 데서 발견된다. 카트린 밀레는 적나라함과 천연덕스러움을 통해 섹스에 환각이나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를 애초부터 만들어놓지 않는다. 그녀가 고백하는 섹스 체험은 지독하게 자유분방하고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이다.

“누가 나를 일컬어 ‘숨 쉬듯이 섹스를 하는 여자’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말에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숨을 쉰다는 표현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쉰다는 본래의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 더더욱 그 말에 동의할 것이다. …공기는 나에게는 최음제 같은 것이었다.”
명민한 독자라면 카트린 밀레가 이 책을 어떤 의도로 썼는지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체감되는 사실은 카트린 밀레가 자신의 섹스 행위를 고백하면서 위의 진술처럼 어떠한 수치나 모욕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녀는 섹스의 경험을 여행의 경험, 식사의 경험처럼 담담히 고백한다. 그런 태도에는 도덕적 우월성과 자신에 대한 범상치 않은 시각이 엿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은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욕망의 불연소를 촉진하는 불순한 누설 욕망들과 구분된다. 자신의 쾌락에 대해 당당하게 증언하는 것. 그것이 현대인들이 간과했던 가장 중요한 자유 중의 하나라는 것이 이 책에 이르러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