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삽자루 장인 “자랑스럽습니다”
국내 유일 삽자루 장인 “자랑스럽습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3.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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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시온산업사 유병태 대표

배가 고파서 뛰어든 곳이 평생 직업이 됐다. 국내 유일 삽자루 생산공장인 강원도 원주 시온산업사 유병태 대표는 이것을 천직(天職)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열세 살부터 시작했어요. 기술을 배우려고 처음엔 철공소에 찾아갔어요. 월급은 커녕 내가 먹을 밥도 내가 싸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나마 철공소도 다니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걷다보니 길 건너 저쪽에서 쿵쾅 쿵쾅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열세 살 소년 유병태는 무작정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공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이 바로 삽자루를 만드는 대전 창신공업사였다. 그리고 ‘숙식제공’이라는 말에 두말할 것 없이 출근을 시작했다.

“먹여주고 재워준다고 하니 얼마나 좋아요. 조금 지나니 월급도 주고요. 그렇게 삽자루를 배운 게 벌써 50년이 넘었네요.”

좋은 시절은 이어졌다. 유 대표가 강원 원주에 시온산업사의 전신인 시온제재소를 창업한 것은 1995년. 전국에 12곳 정도의 삽자루 생산공장이 성업을 이루던 때다. 시온제재소 역시 12명의 직원이 주야로 공장을 가동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중국산 삽자루가 밀려오면서 하루아침에 끝이 났다. 전국에서 성업 중이던 11곳의 삽자루 공장도 모두 문을 닫았다. 이제 남은 곳은 유 대표가 운영하는 시온산업사가 유일하다.

“10년 동안 일구어놓은 것이 하루아침에 날아갔어요. 중국산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국내 생산업체들이 무너지는 건 그야말로 삽시간이었지요.”

유 대표도 딱 1년만 문을 닫을까도 생각했었다.

“한 번 무너지면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나 하나라도 끝까지 버텨보자고 생각했어요.”

국산 참나무로 만든 삽자루 및 농구들.<br>
국산 참나무로 만든 삽자루 및 농구들.

그렇게 또 10여 년이 흐르고 있지만, 여전히 빛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개당 500원의 차이가 만들어놓은 벽이 까마득하게 극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도와 성능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참나무로 만든 삽자루가 자작나무나 가죽나무로 만든 중국산 보다 1000원 이상 값어치를 한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강도 테스트를 해보면 중국 가죽나무는 우리나라 참나무에 비해 60% 정도밖에 안 나와요. 자작나무는 더 형편없고요. 그러니 원가는 몇 백원 더 들어가지만 사용하는 기간을 생각하면 우리께 더 싼 거에요. 사용하는 사람 안전 문제도 있고요.”

하지만 삽자루를 농구가 아닌 소모품 쯤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문제다. 그래서 군부대에서 사용되는 삽도 중국산 삽자루가 점령한 지 오래다. 심지어 시온산업사가 있는 원주 시내는 물론, 몇 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철공소에서도 중국산 삽자루를 사용한다.

농협은 물론 산림청, 산림조합도 마찬가지다. 산림청에서 몇 해 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간 국산목재제품 우선 구매제도에 대해서도 유 대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참나무로 만든 삽자루.

산림청이 제정한 목재법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장은 국제협정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미만의 목재 또는 목재제품에 관한 조달계약을 체결하려는 때에는 국산목재 또는 국산목재제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으로 우선 구매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런 법이 있는 지도 몰랐네요. 사 주는 건 고사하고 홍보라도 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원주시장도 만나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허사였어요. 하다못해 작은 책자라도 만들어서 국산 참나무로 만든 농구가 중국산에 비해서 얼마나 튼튼하고 좋은 지 알려달라는 것이지요. 산림청이 나서서 그런 일 좀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이러한 홍보가 없으니 군(軍)도 그렇고 산림청, 산림조합과 관련된 곳에서도 수입산이라는 개념도 없이 국산 대신 중국산을 쓰고 있다는 말이다.

국산 참나무.

“예전에 우리가 한 달에 사용하는 국산 참나무 양이 2만재(才, 사이, 0.00334㎥)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아야 5000재 정도에요. 산림청 입장에서도 국산 나무의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 게 아닐까요.”

‘내가 무너지면 국내 삽자루 시장이 모두 중국산에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버티고 있다는 유 대표를 지탱하고 있는 마지막 자부심은 “우리나라 5000만 명 중에서 삽자루를 만드는 것은 나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온산업사 전경. 삽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 하나밖에 없다’는 이 자부심도 깨지고 말았다. 서울서 멀쩡한 무역회사에 다니던 유 대표의 아들이 아버지의 가업을 잇겠다며 내려온 것. 그리고 아들 유흥조 부장은 이런 감사패를 만들어서 사무실 벽에 떡하니 걸어 놓기까지 했다.

“국내 유일의 삽자루 장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 한평생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시고 50여 년 간 오직 한길만 걸어온 참된 장인의 모습에 어떤 말과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이 시대의 참 아버지이신 당신의 아들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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