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풍경 속에 스며든 경사지붕의 집, '공주 새뜸길 농가'
마을 풍경 속에 스며든 경사지붕의 집, '공주 새뜸길 농가'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9.05.3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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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신문] 공주 새뜸길 농가의 건축주를 만난 건 예전에 대형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해 본적이 있는 시공사 대표의 소개로 이뤄졌다. 고맙게도 회사이름만으로도 인정할만한 소개자 덕분에 건축가에 대한 신뢰를 얻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건축개요
대지위치 :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북계리
건축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699㎡
건축면적 : 96.87㎡
연면적 : 96.87㎡
규모 : 지상 1층
주차 : 1대
높이 : 4.78m
건폐율 : 13.86%
용적률 : 13.86%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기초) +경골목구조(주요구조)
설계 : (주)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 이선형
시공 : 팀버하우스
설계기간 : 2017. 1 ~ 2017. 6
시공 : 2017. 7 ~ 2018. 3
건축주 : 이기화

사진 : 석정민 건축사진 작가

자재 정보
창호 : 엔썸(케멀링) PVC 독일식 시스템 창호
외부마감 : 적벽돌 치장쌓기, 목재사이딩(스기), 칼라강판(0.5T)
내부마감 : 석고보드 위 도장, 합판

건축주의 정신 담은 새로운 공간 창조
건축주는 집을 짓기에 앞서 땅을 구하고 땅에 맞는 집을 어떻게 지어야할지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게 된다. 대개 어릴 적부터 봐 왔던 집에 대한 선호가 누구에게나 있지만 설계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분들이 많고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건축가를 배제하고 시공자를 먼저 만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설계를 생략하고 기존 집들의 모델 중 선택하거나 인허가 수준의 도면으로 건축주나 시공자 수준의 집을 짓게 되기도 한다.

건축가를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정리해 건축가에게 내미는 경우도 있지만 현명한 건축주는 살고 싶은 집에 대한 기능, 용도, 바램 등을 서술한다.

건축가는 단순히 물리적 기능을 담는 공간의 구축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원하는 삶을 깊게 들여다보고 공감과 통찰을 통해 정신을 담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건축은 ‘의뢰인과 땅과의 소통을 통해 해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새뜸길 농가”의 건축주는 고맙게도 선입견을 접고 건축가를 신뢰하며 대화를 통해 선택과 버림의 과정을 동행해 주었다.

설계의 기본은 관계의 질서를 이해하는 것
땅은 입이 없다. 묵묵히 처분을 기다리지만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있어왔던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받는 것이 땅의 소망일 것이다. 사람에 대한 친절과 땅에 대한 겸손은 가와가 지켜가는 건축의 기본자세라 본다.

사람이 그렇듯 땅도 관계의 질서를 가진다. 뒤로는 야산이 있고 앞으로는 밭과 논 그리고 뚝방길 그 너머로 고속도로가 보이고 산들이 원경 중경 근경으로 첩첩이 겹쳐진다. 

땅을 만나는 첫눈에 마루에 걸터앉은 주인 내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대기업의 사장으로 은퇴한 남편과 교직으로 평생을 보낸 부부의 전업농부로서의 출발에 어울리는 풍경화를 대지위에 그려 넣고 싶어졌다.

경사지붕을 이용한 다양한 공간
땅의 조건과 경제 사정 그리고 거주자의 숫자와 성향이 집의 규모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어쩌다 한번 오는 손님을 위해 방을 하나 더 들일 것인지는 고민스러운 문제다. 그래서 방은 두 개로 두고 경사지붕을 이용한 다락방을 두어 세 개가 되도록 했다.

다락방은 천창을 두어 밝고 높아졌다. 그리고 거실과는 벽을 두지 않아 개방돼 있으며 거실이 입체적으로 연장되게 의도했다. 

가능한 한 사용되지 않을 공간은 줄이고, 짐이 사는 공간을 줄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작은집을 사는 지혜다. 집의 외형도 시골의 기존 집들과 스케일 차이를 줄이고자했으며 특히 마을을 접근하면서부터 느껴지는 위화감을 줄이고자 산세의 흐름을 따르는 경사 지붕으로 받게 해 도로 가까이는 지붕을 낮추어 동네에 조심스럽게 스며들길 원했다.

과거 한옥이 그랬듯 비 맞지 않는 외부공간은 농촌 살림에 필요하다. 농기구도 정리하고 작업복과 신발을 털고 갈아 신을 반투명한 공간은 외부활동을 도울 뿐더러 마을 사람들이 오가며 쉬어가기도 하고 마당과 이어져 동네 잔치공간으로써 쓸모도 크다. 데크를 둘러싸는 낮은 펜스는 의자로도 쓸 수 있다. 사방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기에 좋다. 하늘을 자르며 프레임이 되어주는 지붕은 데크의 의자에 앉아 종일 있어도 하늘 풍경이 다채로워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건축이길 소망하며
이용의 효율성과 이웃에 대한 배려는 이 집의 기본정신이다.

건축주는 이 두 가지를 지켜주길 바라며 나머지는 건축가의 판단을 기다려 주었다.

좋은 건축은 건축주의 역할이 8할이다. 건축가를 선택하는 일로부터 재량권과 시간 그리고 적정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좋은 건축이 가능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건축가가 의뢰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다.

건축의 궁극은 시대를 아우른다. 변화하는 가치 속에서 그 품격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시간과 금전의 투자에 맞춰 가성비 높은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순간적인 눈속임으로 모면하는 건축이 아니라 두고두고 곱씹는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건축이길 소망한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

“아주 맛있는 음식은 담백하고 진정한 사랑은 평범하다.”

나는 집이 담백하길 소망했으며 이웃에 사랑 받길 바라며 그렸다.

시공사를 잘 만나는 것도 큰 복이다. 이 집은 규모도 작거니와 서울서 멀어 자주 일했던 업체와 합의를 못 봐 부득이 인근 충주 업체를 수배했다. 공사의 품질 보장이 어려워 공장시공을 고려 해봤지만 한 채를 위해 공장시스템을 바꾼다는 것도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지금도 공장생산으로 집을 옮기는 방식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건설시장은 여느 타 업종보다 보수적이다. 그래서 새로운 구법이 아무리 쉬워도 써오던 타성대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 처음 해보는 협업인지라 다소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몇 번의 재시공을 감당해준 팀버하우스의 노고에 감사한다.

못다 이룬 디테일과 구법의 결핍, 가구나 소품의 불일치는 아쉽긴 하다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살아가면서 느끼는 공간에 대한 만족도는 있다고 한다. 봄에 지붕을 프레임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 배경의 하얗게 피는 백목련은 아주 예쁘다.

집의 완성은 건축주의 삶으로 채워진다. 다소 부족한데로 삶을 조율하며 설계자의 숨은 의도를 보물찾기하듯 찾아가는 행복으로 채우길 기원한다.

자료제공 = (주)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정리 = 황인수 기자 openvic@imwood.co.kr


건축가 소개 | 최삼영 (주)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
국립경상대학교를 졸업하고 공간건축에서 실무경험을 쌓았으며, 1993년도에 가와건축을 설립하였다. 일본 와세대대학 건축과 객원연구원, 국립경상대학교 건축과 겸임교수, 한국건축가협회 감사, 서울시 공공건축가 등을 역임했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현대적 시각과 장인정신으로 재국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건축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한 희망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외 4회 수상, ARCASIA AWARD 금상 2회 수상, 대한민국 토목건축대상 최우수상, 서울시 건축상, 한국목조건축대전 대상,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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