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소통과 교감의 산물이다
건축은 소통과 교감의 산물이다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9.05.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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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건축사사무소 아이디에스 이도형 대표소장

[나무신문] 목조 건축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목조 건축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또 경제성도 확보하면서 나무가 콘크리트를 대체할 건축자재로써 점차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캐나다에서 18층짜리 대학 기숙사가 목재로 지어졌고, 미국과 영국에서도 80층짜리 초고층 목조건물이 설계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으로 ‘목조건축’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건축사사무소 IDS에서 설계한 산림생명자원연구소 종합연구동(2013~2016)과 영주 5층 CLT 고층목조건축(2017~2018)이 주목받고 있다. 이 고층목조건축물의 설계자인 IDS 이도형 대표소장로부터 목조건축과 IDS의 최근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언제 설립됐나
아이디에스는 1999년 설립됐다. 그 무렵 나는 학생이었고 내가 이곳에서 근무할 거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던 때였다. 현재 함께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배기철 소장님이 설립한 회사였는데, 초창기에는 인테리어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2001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건축 분야로 사업부문을 확장했다. 나는 2002년에 입사해 17년째 일하고 있으며, 5년 전부터 대표소장직을 맡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성장 과장을 소개해 준다면
초창기에는 직원 개개인이 자신에게 할당된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한동안 인테리어와 건축설계 업무를 병행하다가 차츰 건축설계 쪽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그땐 지금보다 직원이 더 많았는데,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설계부터 준공까지 전 공정을 책임지고 완결해야 했다. 물론 전체적인 지휘는 당시 대표였던 배기철 소장님이 주도했다.

 

IDS의 뜻은
Innovate design studio의 이니셜이다. Innovate라는 단어가 혁신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형태나 구조적인 면에서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하겠다는 뜻보다는 건축주와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건축주에게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켜야 할 경우, 그런 과정에서 서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대안을 찾아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IDS가 지향하는 바는
한마디로 ‘건축가와 설계자, 건축주가 소통하는 건축’이다. 건축주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축은 지양한다. 건축주를 이해시키든,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든 건축주가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건축주가 이해하지 못하는 디자인을 강요하거나 밀어붙인다면 결국 서로에 대한 불평과 불신,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낡고 진부한 생각에서 벗어나 혁신적 사고, 독창적 접근, 창조적 실행으로 우리는 행복하고 건강한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자유로운 상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고, 새로운 혁신으로 우리 삶이 행복해지며, 진보적인 통합으로 상상과 혁신을 완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ids가 추구하는 ‘Good Design, Better Life’다

 

첫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마리아의 딸 수도회’라는 수녀원 건물이었다. 처음 건물이 올라갈 땐 신기하고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악몽을 꾸기도 했다. 내가 설계, 시공하고 있는 이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시공을 하다보면 설계할 때 잘못 생각했던 부분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럴 땐 건축주, 현장 소장과 함께 상의를 한다. 그래야 공정별 공사일정을 조정하고 차질이 빚어지는 걸 최소화 할 수 있다. 반대로 설계자한테 상의하지 않고 건축주와 현장소장이 설계도와 상관없이 설계를 변경해 진행할 때도 있는데 이럴 때 당혹스럽다. 건축물 설계에 대한 책임이 설계자에게 있어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설계자가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준공한 영주 CLT건축물의 경우도 국내 최고층 목조건축물로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애초 우리가 설계한 것과 다르게 변경된 부분이 있다. 물론 건축주와 시공자, 그리고 우리가 협의를 해서 이뤄진 것이지만 말이다. 시공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돼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 2008년에 시작해서 4차 설계 변경한 끝에 최근에서야 시공에 착수한 현장도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는 몇 건 정도 되나
건축물의 용도에 표기돼 있는 건축물은 다 해봤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한때 골프 클럽하우스를 많이 했고, 최근엔 목조 건축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목조건축만 했던 건 아니다. 2011년, 산림과학원의 대형목조 건축물에 대한 연구과제로 수행한 한밀 숲도서관을 시작으로 제주 함덕 목조주택단지, 용인공원 웰컴센터, 국립산림과학원 생명자원연구소 등을 비롯해 최근 영주의 CLT 건축물까지 많은 작품을 설계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건물, 내 인생 최고의 건물은
여러 작품이 있지만 바로 전작이 가장 애착이 가고 가장 아쉽다. 2013년 산림생명자원연구소 같은 경우 그때까지 그 정도 높이의 고층 목조건축물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고, 사례가 없어 여기 저기 물어보고, 해외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 아래서 설계를 진행하며 하나하나 알아나가는 즐거움과 그에 못지않게 두려웠던 기억 등으로 인해 뇌리에 오래 남고, 특히 목재, 목조건축물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내겐 아주 특별한 건물이다. 그 이후 누군가 목조주택을 짓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글루램을 소개하고 목조주택의 장점 등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건축에 대한 대표님만의 철학이 있다면
하나의 건축물은 설계자와 건축주, 설계자와 현장소장, 현장소장과 건축주 간 소통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그것이 건축 자재가 될 수도 있고, 지어지고 있는 집 또는 집 주변의 풍경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모든 것들과의 교감, 정신적인 소통도 포함된다. 

 

설계할 때 특별히 선호하는 디자인 또는 스타일이 있다면
습관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의도적으로 설계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최근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테라스 개념의 공간이 많이 반영돼 있는 것 같다. 영주CLT 주택의 경우 실이 작아 생활공간의 확장을 고려하다 보니 앞마당을 개인공간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테라스를 설계하게 됐고, 용인공원도 묘지 개념의 납골당인데 경사지다 보니까 테라스가 필요했다. 물론 건축가에 따라서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이것을 그 건축가만의 건축 언어로 해석하면 될 테지만, 이런 것으로 인해 건축주와 마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목조건축의 장점, 어려운 점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목재 소재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목재의 내화, 내구성 등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고, 그 다음 공사비에 대해 이해시켜야 한다. 공사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여기서 많은 건축주들이 목조건축을 포기한다.

예를 들어 전체 공정에서 목구조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라면 다른 공사와 비교할 때 이 부분에서 20~25%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건축주 본인이 주거할 건물이라면 충분히 감수하고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임대할 건물이라면 굳이 그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건축주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상가주택의 경우 아래층은 임대, 건축주가 거주할 위층만 목조주택으로 설계, 시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목조건축이 공기도 짧고 비용이 저렴할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경우 목재만으로의 건축은 어렵다. 물론 가능하지만 중량의 엘리베이터가 장시간 운행되다 보면 미세하지만 목구조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엘리베이터 부분을 콘크리트로 시공하면 이것이 양생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목조건축이라고 해서 공기가 다 빠르지는 않다.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계단이 높지 않은 소형 건축물에서는 공기가 단축되는 건 사실이지만.

영주의 경우도 원래는 CLT로 설계됐으나 계단실과 엘리베이터는 콘크리트로 시공됐다. 다양한 공법이 적용되면 공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
새로운 대안을 찾아 건축주와 소통하며 건축물을 완성한 후 건축주로부터 ‘건축가의 말을 듣기 잘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건축가가 왜 이렇게 하자고 했는지 이제 알겠어’라고 이해해 줬을 때.

 

올해의 계획은
1년에 최소 두 건은 목조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이자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노약자와 어린이들을 위한 목조건축을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