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특이수종 이야기 1 : Bristlecone pine
세계의 특이수종 이야기 1 : Bristlecone pine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9.04.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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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81

[나무신문 | 우드케어 노윤석 이사] 십장생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열 가지 장생불사를 하는 사물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십장생은 해, 산, 물, 돌, 구름(또는 달),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다. 개인적으로 사슴이 왜 십장생인 줄은 이해가 잘 안 된다. 사슴의 수명은 고작 25년 정도라고 하는데 25년 사는 것이 장생불사라면 나는 이미 장생불사를 두 번이나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게 아니므로 일단 논외로 하고, 나의 관심분야인 식물 중에서는 소나무와 불로초가 십장생에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서 불로초는 중국의 진시황이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는 가상의 식물이므로, 실제로 불로초가 불로장생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십장생중의 하나인 소나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인 Pinus densiflora의 경우 가장 오래 살 수 있는 기대수명을 500년에서 60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중의 하나인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의 경우 그 나이를 6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니, 사실 그 수명을 거의 다한 나무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정이품송에게도 권위있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속리산국립공원으로 가서 보는 정이품송은 높은 관직을 가진 기개 높은 나무라기 보다는 이제는 세상만사를 떠나 극락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고 싶어하는 신선의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수명이 500년 정도 되는 것도 사실 장생불사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측면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생불사라면 최소 1000년 정도는 되야 어느 정도 말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 들어맞는 소나무가 있으니, 그건 바로 북미대륙의 서부 건조지역에서 많이 자라고 있는 Bristlecone pine(브리스콘 소나무)이다. 확실히 고유명칭으로 적립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우리나라에서는 강털 소나무라고 부르고 있기도 하다. 현재까지 가장 오래 된 이 나무의 경우 미국서부의 건조지역에서 5000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명실상부한 불로장생 아니겠는가? 5000년이라하면 같은 십장생 중에서도 해와 물 그리고 달을 제외하고는 다른 십장생을 아주 쉽게 뭉게 버리는 생존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사는 나무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구상나무(Abies koreana)의 경우에도 “살아서 천년 죽어서 백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천년을 넘게 살아 있어 부러움을 받고 있지만, 이 브리스콘 소나무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식물계 뿐만 아니라 동물계를 포함한 십장생에서도 단연 우위이다. 십장생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동물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진 조개류인 대합의 경우도 500년 정도라고 하니, 이 브리스콘소나무에 비해서는 깜도 아닌 것이다. 나무의 이름인 브리스콘은 이 나무의 열매인 구과가 매우 까칠거리는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는 번식이 매우 어려운 나무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황폐지에서는 가장 먼저 나타나는 선구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구수종으로 출현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다른 수종이 주위에 같이 발생하여 경쟁하게 된다면 이 나무는 바로 고사하게 된다. 오히려 다른 나무들이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더 잘 자라고 오래 살게 된다. 혼자 자라야만 잘 자라는 나무계의 독고다이 또는 핵아싸(진정한 아웃사이더) 되시겠다. 정원에 이 나무를 심게 되면 곧 뿌리가 썩어 금방 고사하게 된다고 한다.

나무가 오래 사는 만큼 이 나무의 목재 또한 밀도가 매우 높고, 수지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각종산림 병충해 및 곰팡이 공격에 저항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목재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을 수 있으나, 자라는 것도 매우 느리고 크게 자라지도 않아 경제재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이 나무의 서식지는 철저히 보호되고 있으며, 벌채 및 수확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이 나무의 가장 오래된 개체들의 서식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동부의 White Mountains지역에서 이 나무들의 서식위치는 비밀로 보호되고 있다.

사실 Bristlecone pine은 한 가지 수종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다음의 세 개의 유사종 들을 함께 지칭하는 말이다  이 세 가지의 수종은 각각 다음과 같다.

Great Basin bristlecone pine(Pinus longaeva) :  미국 유타주나 네바다주에서 자라고 있으며, 가장 오래사는 수종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Bristlecone pine이라 하면 이 수종을 말한다. 세 수종 중에서도 가장 오래 산다.

Rocky Mountain bristlecone pine (Pinus aristata) : 콜로라고, 뉴멕시코, 아리조나 등에 서식하며, 다른 2가지 수종과는 다르게 재배가 가능하다.

Foxtail pine(Pinus balfouriana) : 캘리포니아와 오레곤에 걸쳐있는 Klamath Mountain과 시에라 네바다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이 세가지 수종의 재배지에서는 서로 교잡이 가능하나, 야생상태에서는 서로의 서식지가 겹쳐지지 않아 서로 교잡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나무가 이렇게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데에는 나무의 죽은 부분과 살아있는 부분의 비에서 죽은 부분의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죽은 부분의 비율이 높음에 따라 생존에 필요한 호흡량을 최대로 줄일 수 있고, 수분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대로라면 이 나무는 살아있지만 자기 몸의 대부분은 죽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듯 싶다. 인간세계에서도 장수의 조건 중 소식이 있듯이 신체대사량을 줄이는 것도 장수의 한 비결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다른 이야기 이긴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된 유기체라면, 이 브리스콘 소나무가 맞지만, 클론(무성생식을 통한 번식을 통해 생성된 개체) 개체 까지 합쳐서 본다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미국의 Fishlake National Forest에 있는 사시나무(Quaking Aspen)의 경우에는 클론의 나이로 계산하면 47000년이나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론개체는 말 그대로 부모(사실 부모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고 형제라고 해야 더 맞는 말이겠지만)의 유전형질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나무의 유전형질이 47000년이나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브리스콘소나무나 미국 Fishlake National Forest에 있는 사시나무가 살아오면서 인간세상을 바라보면서 기껏해야 100년 정도 사는 인간들이 왜 삶을 어렵게 사는지 이해하지 못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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