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언의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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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07.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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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세상, 우동 한 그릇의 따뜻함을 전하는 소설

입동이 지나고 나니 대기가 싸늘하다. 그래서 오늘은 훈기 넘치는 따뜻한 책 한 권 권하고 싶다. 구리 료헤이의 짧은 소설 <우동 한 그릇>이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우동 한 그릇>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일본문학 전문 출판사 청조사에서 1989년 7월 초판을 출간하면서부터다.

사실 이 소설에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모두 갖춰져 있다.

뜻밖에 닥친 고난, 가난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착한 사람들, 각박한 인정세태 속에서 더욱 빛나는 따뜻한 인심, 그리고 최후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해피엔딩. 이밖에도 여러 가지 배경과 소품들은 이 소설의 극적인 서사를 알맞게 수식하고 있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일본 삿포로의 북해정이라는 식당이다. 삿포로는 일본에서 가장 눈이 많은 지역이다. 북해정은 우동을 파는 식당이고 주인 내외는 무뚝뚝한 듯 보이지만 마음씨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일본은 매해 마지막 날 우동을 먹는 습관이 있는데 어느 해 마지막 날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한 중년 여인이 북해정에 나타난다. 가난한 여인은 아이들과 우동 한 그릇을 시켜서 나눠먹는다. 북해정의 주인 남자는 남몰래 우동 사리 일인분을 추가로 넣어준다.

그들 세 모자는 이후 매년 북해정을 찾는다. 하지만 어느 해인가 갑자기 그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 내외는 그들 세 모자를 기다리지만 그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세 모자는 북해정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중년 부인은 할머니가 되어, 그리고 두 어린 아들은 장성한 사회인이 되어 다시 북해정을 찾는다.

남편과 아버지를 여의었던 그들 세 모자는 열심히 노력하여 사회적인 성공을 이뤘던 것. 이 같은 줄거리 속에는 근면하고 성실한 일본 사회의 기강과 세태가 반영되어 있고 이른바 20세기 메이드 인 재팬의 성공 신화가 함축적으로 내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