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공기 질과 실내 온도 유지되는 저에너지 하우스
쾌적한 공기 질과 실내 온도 유지되는 저에너지 하우스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8.06.19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김갑봉 대표

[나무신문] ‘스튜가(STUGA)’는 스웨덴말로 오두막집, 시골에 있는 작은 집을 뜻한다. 숲속에 휴양시설로 지어놓은 방갈로 같은 통나무집이다.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김갑봉 대표는 1995년 스튜가이엔씨(현)와 인연을 맺으면서 목조건축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12년 새건축가협의회에 의해 건축명장에 선정되고 뛰어난 시공능력을 인정받아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이며, 캐나다 수퍼E하우스 멤버쉽인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이 살면서 사무실 겸 전시장으로 사용할 목조주택을 짓고 있다. 김 대표로부터 목조주택 업계 최근 현황과 저에너지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진관동 건축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목조주택만 짓고 있다.
설계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대형 건축물 위주로 설계를 진행했다. 설계기간만 최소 6개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시공해서 준공하기까지 1, 2년이 더 걸린다. 결국 설계부터 건물이 완공돼 현물로 나타나려면 2년, 3년,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지루하다고 할까. 하지만 목조주택은 결과물을 보기까지의 시간이 짧아 성취감과 함께 그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기 때문에 재미있다. 설계된 도면의 디테일을 풀어서 시공하다보면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다룰 수가 있고, 그것이 바로 내가 하는 대로 현실로 나타나니까 익사이팅하고 그런 과정들까지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또, 건축가 또는 건축주와의 아이 컨택이 가능해서 좋다. 서로 눈을 보면서 대화하고 같이 풀어나가는 과정들. 건축주와 건물은 하나다. 건축주의 마음이 그 건물 속에 담기기 때문이다. 교감하면서 하나하나 완성해 가는 과정이 즐겁다.

지금까지 많은 건축상을 받았다. 소개해 준다면
2012년 새건축가협의회에 의해 건축명장으로 선정됐는데 첫회 첫 번째로 선정됐다는 점을 매우 명예롭게 생각한다.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에서는 매년 빠지지 않고 상을 받는데 내가 신청해서 선정되는 건 아니고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대회에 출품해 상을 받다 보니 준공부문에서 자연스럽게 받게 된다. 건축문화대상, 토목건축대상, 경기도건축문화상 등등 많은 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많은 집을 지었다. 완성했을 때의 소감은?
집 짓고 나서는 항상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아직 해야 할 게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을 완공하면 사진을 찍는다. 사진 찍다 보면 좋은 컷을 찾는 게 보통인데, 내가 찍는 사진은 어느 순간부턴가 잘 안 된 부분이 찍혀 있었다.

디테일이 예쁘게 처리되지 않은 부분, 거친 부분 위주로 찍고 있었고, 그러다보니까 마음이 편하지 않고 지금도 그런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자랑할 수 있는 집이 어떤 집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욕심인 것 같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욕심.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이 있다면
고생을 많이 한 집이 기억에 남는다. ‘제주 토산리 주택’이다. 고생보다는 디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 구조 디테일, 마감 디테일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집인데 구조기술사와 디자인을 수용하기 위한 구조적인 디테일을 바꾸는 작업 등에 대해 협의하면서 공부하고 제안도 많이 하며 지은 집이다. 용인 ‘The CLT 하우스’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은 집이라 기억에 남는다.

건축에 대한 대표님의 철학이나 특별한 생각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것은 건축가가 관심이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벽속에 숨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소음재, 단열재, 전기설비, 배관 등은 잘 보이지 않아 체크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바로 시공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상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을 못한다. 시공비를 생각하면 적당히 하고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지만 그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맞지 않는다. 건축주한테 제안하기도 하지만 비용 때문에 반대하더라도 내가 좀 손해 본다 생각하고 그냥 해 버려야 속이 편하다.

목조건축의 매력은?
시공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건축보다 편하다. 칫수가 정확히 맞는다. 콘크리트는 시공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오차를 마감에서 극복하기 위해 처방을 하는데 목조건축에서는 시공 자체가 마감이 된다. 기능적으로 볼 때 거주자 입장에서도 친환경, 정서적인 측면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나는 설계회사 다닐 때 콘크리트 구조만 설계했다. 콘크리트와 목조건축 설계를 다 경험해 본 결과 거주자한테는 목조주택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대표님은 목조주택에서 살고 있나?
현재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목조주택을 짓고 있다. 8월말 쯤이면 완공돼 이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집은 지하를 사무실로 꾸밀 예정이다. 1층과 2층, 다락이 있는 지상층은 주거용으로써 나와 가족들이 살기도 하지만 목조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공개해 목조주택의 좋은 점을 알리는 전시장 역할도 할 것이다.

사람들은 목조건축이 건축 비용도 싸고 허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990년부터 2000년 사이 우리나라에 목조주택이 소개되고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는 콘크리트 주택보다 더 고급주택이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목조가 가장 싼 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건축주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면?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겨울에 춥지 않은 집을 요구한다. 반대로 말하면 따뜻한 집이다. 단열재, 창문, 난방시스템에 대해 가장 많이 물어본다. 그 다음은 쾌적한 집, 습기가 없고 바람이 잘 통하는 집이다.

풍수가 목조주택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에 대한 견해는?
풍수는 설비가 약할 때 자연을 극복하기 위한 경험의 축적이라고 생각한다. 배산임수, 남향 등 이런 것들은 자연과의 조화 또는 자연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이것이 현대에 이르러 단열, 설비, 창문, 냉난방 등 설비로써 극복하게 됐다.

그런데 이것이 다시 중요해 지기 시작한 것은 저에너지하우스, 넷제로 하우스 등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쾌적한 환경의 집짓기라는 이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불편함을 설비로 극복하던 것에서 다시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창문의 방향, 처마, 바람이 잘 통하는 배치 등이 중요해지고 있고 이것이 풍수와 연결된다. 

우리나라는 습하고 더운 여름과 건조하고 추운 겨울이 있다.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는 건축하기 힘들다. 난방과 냉방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고, 벽 속에 감춰야 할 기능 등도 많아지고, 극명한 계절 차로 인해 내외장재의 내구연한도 짧아지는 것 같다.

지금 짓고 있는 집은 저에너지 주택인가
그렇다. 저에너지 주택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데 초점에 있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를 적게 쓴다고 해서 좋은 집은 아니다. 에너지를 적게 쓰기 위해서 단열을 많이 하고 밀폐를 시킬수록 건축물의 벽과 지붕 속, 실내에 거주하는 사람들한테는 좋지 않다. 밀폐가 잘되니까 공기가 탁해지고 벽속 단열이 강화되니까 내외부의 기온차가 커지면서 결로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것들을 극복하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패시브하우스에 대해 공부했고, 건축에 적용하고 있다. 지금 짓고 있는 집은 가성비 높은 저에너지 하우스인 슈퍼E하우스 인증 절차를 밟으며 짓고 있다. 비용은 좀 들지만 완벽한 패시브하우스가 될 것이다. 패시브하우스 최상의 단계가 넷제로 하우스다. 나는 현재 독일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이며, 슈퍼E하우스 멤버로, 저에너지 주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내 집짓기의 목적은 쾌적한 공기 질과 실내 온도 유지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최근 건축시장 동향, 트렌드는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축가들의 목조건축 설계가 늘어나면서 건축설계, 디자인이 잘된 집들이 지어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동식 주택, 공업화주택, 친환경 주택 등 전문화를 추구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역시 다양한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주택시장의 방향은?
다양한 유형의 주택 시장이 형성되겠지만 주축은 단독주택이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타운하우스 같은 공동주택 등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형 주택이 아니라 옆으로 여러 세대가 붙어 이어져 있는 집으로, 같은 문을 통해 들어가서 상하 좌우의 공간을 사용하고 마당을 공유하는 집이다. 작은 땅에서 효율성 있게 짓는 집으로 공동형 주택의 형태를 말한다.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