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 삶의 풍경이 면면히 이어지는 집
한 가족 삶의 풍경이 면면히 이어지는 집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8.06.1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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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주택 면면재(綿綿齋)
▲ 앞마당

[나무신문] 유년시절을 보냈던 농가주택 옆에 노모를 위해 새집을 지어드리기로 한 건축주는 적은 예산으로 25평 정도의 집을 구상하고 2016년 봄 나의 건축연구소를 찾아왔다.

집터는 당진시 대운산리에 서해안고속도로가 멀리 보이는 드넓은 논 한가운데 있었고,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 너머로 작은 소나무 숲이 섬처럼 보였는데 건축주가 취미로 심은 소나무들과 잡목, 텃밭에서 자라던 작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로 옆 노모가 살고 계신 옛집의 첫인상은 양계장으로 쓰던 텅 빈 비닐하우스들과 허물어진 축사 때문인지 더욱 쓸쓸해 보였으나, 사방에 벼가 자라는 농경지 풍경만큼은 농촌의 건강한 삶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처럼 느껴졌다.

▲ 앞마당에 있는 외부 수돗가
▲ 주방 앞에서 바라보이는 외부 수돗가

건축정보                                     
작품명 : 면면재(綿綿齋)
대지위치 : 충청남도 당진시 정미면 대운산리 121
대지면적
 : 389M² (117.67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1,730M² (523.3평)
연면적
 : 149.45M² (45.21평) 
      : 본채 97.4M²(29.5평)+별채창고22.8M²(6.9평)+차고,그늘지붕 29.2M²(8.8평) 
건폐율
 : 8.64%
용적율
 : 8.64%
최고높이
 : 4.6M
공법 : 기초 - 철근 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외벽 2x6 구조목, 지붕 2x10 구조목)
지붕마감재
 : 아스팔트슁글(오웬스코닝 오크리지 수퍼 이중 슁글)
외벽마감재
 : 고벽돌타일 (제일벽돌 SS-240/ 담장: LS-240)
단열재
 : 서까래 -그라스울 R32 / 벽체 - 그라스울 R21 
창호재
 : 융기드리움 PVC 이중창호 (이태리 알파칸 시스템창호)

설계 : 박종민(스튜디오모프건축연구소 membox@naver.com)
시공
 : 전찬수 소장(가온건설)  
설계기간
 : 2017. 1.~ 2017. 5.
시공기간
 : 2017. 6.~ 2017. 9.
사진
 : 노경 작가(ROHSPACE)

▲ 좌측면 전경, 앞마당으로 진입할 때의 주계단 외에도 후면에서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가 있어 실내수돗가를 편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 뒷마당, 별채 창고, 장독대
▲ 남쪽 그늘지붕과 작업장, 평상

자재사양                                
내벽 마감재 (벽지)  : 개나리벽지/ 실크벽지
바닥재   :  동화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타일 : 세라트 / 국산 및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 위생기구 : 로얄TOTO
주방가구 및 붙박이장  : 한양인 이경훈
조명 :  조명나라
계단재 : 오크 집성판
현관문 : 코렐창호 (글래스 플레이트 MS24)
방문 :  LG 예다지
실내툇마루재 :  스프러스 19mm
외부툇마루재 : 이뻬
창호 실내후레임 : 일반합판 18mm

▲ 남쪽 그늘지붕과 작업장, 평상

논 한가운데 자리 잡은 집
집터가 집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서 처음 집을 앉혀 보았을 때 외부공간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기존 소나무 숲을 정리하고 뒤쪽으로 수목들을 적절히 조성한 덕분에 집터의 배후가 안정돼 보였다. 빈 땅의 일부는 텃밭으로도 활용 될 테니, 살면서 완성되어 갈 외부공간의 풍경이 어떤 모습이 될지 기대가 된다. 또한 빈 공간은 미래에 있을 본격적인 귀농생활에 여러 모로 잘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새집이 앉혀질 영역과 배치는 옛집과 노모가 관리할 양계장이 멀지 않은 거리를 고려해 다소 앞쪽에 위치시켰고, 거실이나 안방에서 바라보이는 전면의 논이 바로 지척에 있는 느낌이 들기를 바랐다. 마을에서 떨어져 경작지 한가운데에 집을 짓고 사는 일이니, 가까운 곳에서 커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일 자체가 일상이며 농사일의 일과일 것이다.

▲ 동쪽의 여유공간은 텃밭이 자리를 잡을 것이고 이후 별채 앞에는 별채마당을 고려해 낮은 담장계획을 조언하였다.
▲ 전경사진. 기존 농가주택과 양계장, 축사로 쓰던 벽이 보이고, 뒤로는 노모가 사시게 될 새집이 보인다.
▲ 전면 전경

집의 규모는 본채 30평 내외, 외부창고 7평, 그늘지붕(외부 작업장) 9평으로 최종 조정 되었고, 주생활공간은 단순한 일자 배치의 형태로 공간의 불필요한 손실을 줄였다. 내부 공간은 시야를 터서 노모 홀로 집을 관리하며 지내는데 불편함을 줄이려 노력했다. 

▲ 전면 전경

본체를 가운데 두고 앞, 뒷마당으로 나눠
넓은 외부공간은 본채를 기준으로 앞마당과 뒷마당 영역으로 나누어 장악하는 방법을 생각하였다. 일자형 박공지붕 끝에 직각으로 만나는 평지붕이 펼쳐진 날개처럼 붙어서 마당에서 보이는 시선을 적절히 안으로 품을 수 있었고, 바깥으로는 외부영역이 나누어져 관리의 용이함이 생겼다. 

전면의 경작논은 앞마당의 계절별 조경이 될 것이고, 뒷마당은 후면에 새로 조성된 작은 꽃동산에 심어질 꽃과 나무들이 계절의 변화감을 주리라 기대된다.

남향의 그늘지붕 아래에선 작물들을 말리거나, 평상에서 다듬은 채소는 앞마당 수돗가에서 씻은 뒤 주방으로 오를 수 있도록 했고, 북쪽 다용도실에서는 외부창고로 이어지는 그늘지붕이 있어 비 오는 날도 걱정 없을 듯하다. 

외부창고는 예산 때문에 초기계획에서는 유보되었으나, 다행히 공사 중에 포함시키게 되었고, 당장은 내부마감재 없이 목구조가 노출된 상태의 창고기능이나, 언젠가는 서재공간으로 건축주가 쓰게 될 별채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은 차를 마시는 좌식생활을 고려해 시선이 낮은 창문이 계획돼 있고, 밖으로 보이는 남동향의 별채마당은 텃밭과 나무가 잘 어우러지는 풍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현관의 툇마루, 손님방, 중문을 통해 보이는 실내공간

현관과 손님방, 공간감 확장 위해 개방
이 집에서 길게 고민했던 것은 현관과 현관에 면한 손님방의 성격을 도시의 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는데, 현관을 출입의 기능뿐 아니라 외실로써 손님방을 옆에 두고 개방성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본 점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실내 툇마루에 걸터앉아 바깥을 바라보기도 하고, 손님방의 미닫이를 열어 두면 현관의 공간감이 확장되어 북쪽으로 난 창을 통해 뒷마당까지 볼 수도 있다. 여름철엔 앞뒤로 바람이 잘 통하는 손님방에서 시간을 보내시거나, 낮잠을 자는 누마루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손님방이 따로 있었다면 이곳을 목구조가 살아있는 누마루처럼 꾸미지 않았을까 싶다. 최소한 바닥 난방 때문에 툇마루와 같은 마루를 깔지 못한 것은 아쉽다. 거실바닥 보다는 50㎝가 높으니 거실에서 보기에도 마루가 더 어울렸을 법 하다. 

▲ 개방감 있는 현관문을 통해 보이는 실내 툇마루와 손님방
▲ 실내 수돗가

텃밭 일을 보고 들어갈 때는 현관 옆 수돗가를 통해 먼저 씻을 수 있고, 외부화장실 역시 농사일을 하다 수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실내 수돗가 옆에 배치하였다.

그리고 거실창을 통해서도 신발 벗고 드나들 수 있도록 마당 앞에 작은 툇마루를 두었다. 

옛집, 연속된 삶의 풍경으로써 보존키로
건축주는 새집을 지은 뒤 관리상 문제로 옛집의 철거여부를 고민하였으나, 기존 농가주택의 존재감이 유년시절의 기억을 담고 있는 시간적 가치를 넘어, 연속된 삶의 풍경으로써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에, 길게 보고 여러 가지 활용방안을 찾아보자고 건축주를 설득하였다. 앞마당의 무너져가던 축사 역시 잘 정리하는 수준으로 남기게 되었는데, 그 쓰임새는 건축주 몫으로 남겨두었다.   

▲ 거실에서 바라보는 식당과 주방, 안방화장실
▲ 주방 앞 복도에는 조리하시는 노모와 대화할 수 있는 긴 테이블이 마주 보고 있다.

농촌이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 중 하나가 농촌만의 목가적 풍경을 잘 보존하고 그 마을만의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농가는 옛 한옥집 구조에 덧대어 온 가족의 역사가 남아있기도 하였고, 한 가족에 대한 삶의 풍경이 기록되어 있는 곳이기에, 건축주의 은퇴 후 귀농의 삶 역시 그 풍경의 일부로 연속되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면면재(綿綿齋)라는 이름도 고재종 시인의 詩 <면면綿綿함에 대하여>에서 떠올려 본 것으로 농촌의 삶이 건강하게 이어져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짓게 되었다. 
글 = 박종민 건축가
정리 = 황인수 기자 

▲ 주방 벽에는 외부 고벽돌과 같은 마감을 하였다.
▲ 손님방의 반침은 외부화장실 상부공간을 활용했다.
▲ 별채 창고. 비용절감 때문에 목구조가 노출되어 있으나, 이후에는 서재공간으로 쓸 계획이다.

 

회사 소개 | 박종민 스튜디오 모프 건축연구소 대표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롯데건설에서 현장실무를 한 뒤 서울건축학교(SA)에서 다시 건축을 수학하였다. 양진석건축연구소에서 디자인 실무를 시작하였고, 현재는 스튜디오 모프 건축연구소 대표로서 주로 주택, 근생 프로젝트 작업과 도시의 오래된 풍경을 담는 사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주요작으로는 역삼동 섹터사옥, 서초동 근생빌딩 st1566-3, 정읍 송곡전가, 정릉완두콩공유주택, 금호동 리트레이스빌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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