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태동의 여행과 상념
창태동의 여행과 상념
  • 나무신문
  • 승인 2007.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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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열린 문

청마 유치환이 사랑하는 여인과 편지를 주고 받던 우체국이 아직도 남아 추억을 전해주고 있었다. 사진 왼쪽은 청마 생가. 스무 살 무렵 어느 술집. 빗방울이 넓은 유리창에 스스로 길을 내며 흐르고, 담배연기가 피어올라 형광등 불빛이 뿌옇게 보였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고 웅성웅성 거린다. 어둑어둑해지면서 빗줄기는 더 거세졌다. 있는 그대로 저 빗속에 서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이 갑자기 일었다. 내 몸이 용광로 같았다. 그 이후 우산은 내 손에 들려있지 않았다. 그렇게 만난 통영은 술기운처럼 몽롱했다. 그래서인지 그날 통영 바다 빛이 어땠는지, 하늘은 있었는지, 사람들은 친절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찾은 통영은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과 초록 바다 하얀 집들, 통영은 파랗고 하얀색으로 뒤덮인 동화나라다. 시내와 항구, 미륵도 일주도로를 다 둘러 본 뒤 ‘강구안’에 여관을 잡았다. 동화나라 통영에서 가장 동화 같은 곳이 ‘강구안’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짐을 풀고 바닷가를 어슬렁거렸다.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작은 만인데 그 이름 끝 ‘안’자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바다가 길 바로 옆에 있다. 바다를 등지고 바라보는 언덕에는 집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골목이 시작되는 낮은 땅부터 언덕 꼭대기까지 빈틈없이 자리 잡았다. 이곳 집들은 대부분 흰색으로 칠을 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집은 그대로 풍경화다. 집마다 바다로 열린 창문이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시다. 멀리 남해 끝 바다가 보이는 마을 골목길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향기를 가슴에 품어본다. 왔던 길을 되걸어 강구안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통영우체국이 있다. 여행지의 향기와 보낸 사람의 사랑이 배어 있는 엽서를 받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그것이 단 한 줄의 엽서일지라도.

나는 엽서를 사서 강구안과 서호만 바다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글로 풀어썼다. 엽서 가득한 글은 며칠 뒤 사랑하는 여인에게 도착하리라.


우체국을 나오다 보니 눈에 띄는 돌이 있었다. 작은 비 같기도 한 그 돌은 이곳이 ‘청마거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이곳 우체국은 청마가 사랑하는 여인과 편지를 주고  받던 곳이라고 한다.


중앙시장 안에는 청마의 생가로 알려진 집이 있으나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닐 것이다. 시장통을 헤집고 나와 찾아간 곳은 동호만 언덕에 있는 청마문학관이다.

청마문학관도 있고 청마가 살았던 집도 복원했다. 뜰에서 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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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