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 건축과정 세밀화처럼 그려
상가주택 건축과정 세밀화처럼 그려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8.01.25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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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교수는 이렇게 집을 짓는다

건축과 교수가 직접 도전한 상가주택 완공기 

[나무신문]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지만, 누구나 잘 지을 수는 없다. 건설관리전문가 김선규 교수는 「건축과 교수는 이렇게 집을 짓는다」를 통해 상가주택 한 채를 짓는 과정을 세밀화 그리듯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대지 구입에서 완공 후 입주까지 과정을 사실적이며 감성적으로 기록한 인문학적 건축일기’라고 할 수 있다.

일화 통해 사실적, 감성적 기록
모든 건물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건물을 지으며 발생했던 수많은 일화, 피와 땀이 얼룩진 기록들을 통해서 그 건물의 진정한 의미가 더욱 뚜렷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건물을 짓는 과정을 알면 건물의 진짜 모습에 더욱 다가갈 수 있다. 
건물을 짓는 과정은 매일 기록하는 작업일지나 완공된 다음에 발간하는 건설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일지나 건설지들은 대부분 무미건조한 나열식으로 기록돼 있어 건설 과정의 땀과 호흡이나 진정한 숨결을 느끼기엔 부족하다. 

이 책에 나오는 SMJ House는 수많은 건물 중에서도 아주 작은 상가주택에 불과하지만, 대지의 구입에서부터 완공 후 입주까지 겪었던 일화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실적이며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시도는 독자들에게 건물의 진면목(眞面目)을 알게 해 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상가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저자와 같은 건설관리(CM) 연구자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건물만의 이야기 알아야 진면목 볼 수 있어
건물을 보면 우리는 그 건물을 설계한 사람만 떠올린다. 그것은 외관이나 내부구조와 같은 건물의 미학적이며 기능적인 면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건물의 진짜 모습은 결코 아니다. 어쩌면 본래 모습을 짙은 화장으로 감춘 피에로의 모습일 수도 있다.

건물의 진짜 모습은 그 건물을 짓는 과정을 알았을 때 더욱 선명해진다. 건물을 지으며 발생했던 수많은 일화, 피와 땀이 얼룩진 기록들을 통해서 그 건물의 진정한 의미가 더욱 뚜렷해진다. 지금도 건물을 짓는 과정은 매일 기록하는 작업일지, 또는 완공된 다음에 발간하는 건설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업일지나 건설지들은 무미건조한 나열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런 기록들만으로는 건설 과정의 땀과 호흡, 그리고 진정한 숨결을 느낄 수 없다.

건설현장의 일화들이 소설 형식을 빌어서 발표되는 경우는 간혹 있다. 그러나 건물을 짓는 전체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생생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건설기술자들이 건설 과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쓴 저자(著者)도 전문작가는 아니다. 학창시절 문학 서클에 잠깐 가입했던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이런 기록을 남기려고 시도하는 것은, 건물의 진면목(眞面目)은 건물을 짓는 과정에 들어간 생생한 모습, 땀과 눈물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물을 짓는 과정을 알게 된다면 건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건물은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공장에서 자동차나 TV를 만들 듯이 똑같이 찍어낼 수 없다. 모든 건물들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건물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건물(建物)의 진면목(眞面目) 중에서

산자락에 움막을 지은 까닭은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놀이 삼아 집에 있던 삽을 들고 나와 산비탈을 ‘L’자로 파내기 시작했다. 놀다가 지치면 쉴 수 있는 평평한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돌들도 많이 섞여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어린 담유가 굴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땅을 파고 돌을 걷어냈다. 어느 새 1평 남직한 평평한 바닥이 만들어졌다. 담유는 평평한 바닥과 비탈이 만나는 곳에 파낸 돌들을 일렬로 쌓았다. 마치 석벽 같았다. 석벽 중앙엔 창문을 흉내 낸 작은 구멍도 뚫었다. 내친 김에 산속을 돌아다니며 꺾어진 나무들을 주어다가 서까래를 걸치고 잡목들로 지붕을 얽어맸다. 그리고 빛바랜 볏단을 모아 지붕을 덮었더니 비가 새지 않았다. 바닥에 볏단과 잡풀을 깔고 입구를 가마니로 막았다. 마침내 작지만 아담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움막은 동네 장난꾸러기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다. 유난히 더웠던 그해 여름, 외삼촌들과 함께 이 움막에서 하루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어린 시절, 그것도 그리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의 시골에서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집 모형, 그리고 움막을 지었던 기억들은 담유를 훗날 건축의 길로 이끈 단초가 되었고, 언젠가 내 집은 반드시 내 스스로 짓겠다는 꿈을 꾸게 만들었다.
-제1부 상가주택을 짓는 이유 중에서

“그래, 내가 스스로 집을 지어 보자. 물론 집 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30여 년 전 현장경험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만약 집을 무사히 완공시킨다면 남는 것은 제법 많을 것이다. 우리 가족의 불행에 대비할 수 있고, CM 전체 과정과 전체 분야에 대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위험을 무릅쓸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제1부 상가주택을 짓는 이유 중에서 

▲ 김선규 지음 | 북랩 | 2017년 12월06일 출간 | 560쪽 | 1만5800원

목차
건물(建物)의 진면목(眞面目)
제1부 상가주택을 짓는 이유
제2부 대지구입
땅을 찾아보다 
아직 때가 이르다 
인연이 닿지 않는 땅들
좋은 땅은 가까이에 있었다
과연 타당성은 있는가? 
땅을 구입하다
제3부 설계와 건축허가
땅 잘 사셨습니다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그래도 갈매천변이 좋다 
규모가 작아서 그런가?
제가 바로 그놈입니다 
구리에도 설계사무실이 있구나
모든 설계에는 정답이 있습니다
설계계약을 체결하다 
‘을’이 ‘갑’ 되다 
방향을 잃고 헤매다 
배를 갈아타고 건축허가를 받다 
- SMJ House 설계 완료 공정표
제4부 공사 준비
제5부 골조공사
제6부 외부마감공사
제7부 내부마감공사
제8부 사용승인과 입주
준공서류를 제출하다
특검을 받다 
입주를 준비하다 
사용승인이 지연되다 
드디어 입주하다. 그리고 사용승인이 나다
- SMJ House 준공 공정표

저자소개

김선규  
저자인 담유(澹喩) 김선규(金宣圭)는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 at Ann Arbor에서 건설관리(CM) 전공으로 석사학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설관리(CM)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림산업(주)에서 견적 및 건축시공, (주)한국전력기술에서 원자력발전소,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의 공정관리, (주)LG건설에서 CM팀장으로 건설관리와 공정관리 등 약 15년간의 실무를 경험했다.
1999년 대학 강단에 서기 시작해 현재 강원대학교 공과대학 도시건축학부 건축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부전공은 공정관리(Time Management)와 위험관리(Risk Managem-ent)다. 주요 저서로서는 『공정관리특론』 『건설위험관리』 『Advanced Topics in Mea-surements』『BDM공정관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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